"홀컵 보고 어프로치?…타수 까먹는 지름길"
“반쪽 스윙이네. 몸 근육의 절반밖에 사용하지 못하고 있어요!”

박수철 SH엔터프라이즈 대표(58)는 연매출 200억원대를 올리는 유통사업가다. 하지만 사업가로 변신하기 전에는 골프 레슨업계에서 ‘닥터’로 통했다. 필드에서 몸 푸는 동작을 쓱 보기만 해도 ‘질병’의 원인을 ‘콕’ 찍어냈기 때문에 응급실 찾듯 그를 찾는 아마추어가 많았다. 지난 26일 경기 안산시 대부도 아일랜드CC에서도 처음 만난 기자에게 대뜸 “연습스윙을 해보라”고 했다. 그러더니 “골프의 절반만 이해하고 있다”며 혀를 끌끌 찼다. 정곡을 찌른 것이다.

박수철 대표가 ‘스윙의 정석’으로 강조하는 것은 ‘곁눈질로 보기’다. 퍼팅을 하든, 어프로치를 하든 공이 움직이는 궤적을 바라볼 때 상체나 고개를 들지 말고 숙인 채 그대로 돌려 봐야 한다는 것이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박수철 대표가 ‘스윙의 정석’으로 강조하는 것은 ‘곁눈질로 보기’다. 퍼팅을 하든, 어프로치를 하든 공이 움직이는 궤적을 바라볼 때 상체나 고개를 들지 말고 숙인 채 그대로 돌려 봐야 한다는 것이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방향만 생각하면 펀치샷처럼 그냥 찍어치고 피니시는 안 해도 상관없어요. 하지만 드라이버나 롱아이언, 하이브리드 등을 쓰는 롱게임에선 일관된 거리와 방향성이 다 중요하기 때문에 피니시를 반드시 해야 합니다.”

피니시 해야 비거리 늘어나

피니시를 하려면 왼쪽 몸통 근육을 반드시 써야 하는 만큼 같은 조건에서도 거리가 10~20%까지 더 나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피니시는 공을 직접적으로 때리는(hitting) 스윙을 지나가는(passing) 스윙으로 바꾸는 열쇠기도 하다. 지나가는 스윙의 정확도가 더 높은 것은 물론이다. 그는 “어드레스에서 폴로스루와 피니시만 하면서 공을 앞으로 밀어내는 연습을 하면 단기간에 거리가 확 늘어나는 경험을 할 것”이라며 제자리 피니시 훈련을 권했다.

스포츠라곤 태권도밖에 모르던 그는 1980년 부산에서 우연히 만난 일본인 학생과 라운드를 한 뒤 ‘대책없이’ 골프에 빠져들었다. 1981년 미국 유학을 가 공부 대신 골프장 직원으로 몰래 취직한 것도 골프를 원없이 치기 위해서였다. 샌드위치와 김밥 도시락을 2개씩 싸들고 새벽 5시부터 밤 11시까지 18시간 동안 골프를 쳤다. 3개월 만에 싱글에 진입했다. 3년 만에 6800야드짜리 긴 코스에서 언더파를 쳤다. 내친김에 티칭프로가 될 수 있는 PGA클래스 A과정까지 밟았다. 그는 “지금은 이름을 잊어버렸는데 우연히 라운딩을 같이한 시애틀 매리너스의 한 투수가 ‘당신은 뭐든 쉽고 편안하게 설명해준다. 티칭프로가 될 소질이 있다’고 칭찬해준 게 자극이 됐다”고 했다.

인종 나이 직업 성격 등이 천차만별인 수백 명의 아마추어를 만났지만 겪고 있는 ‘증세’는 다르지 않았다. “체중 이동에 지나치게 신경쓸 필요가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엉덩이와 몸통 회전이 먼저 부드럽게 잘된다면 오른발에 체중이 조금 남아 있어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백스윙 때 왼쪽 팔꿈치가 구부러지는 것에도 신경쓸 이유가 없다. 오히려 ‘힌지(hinge·경첩)’ 작용으로 클럽 헤드 스피드를 더 빠르게 할 수도 있다.
"홀컵 보고 어프로치?…타수 까먹는 지름길"
“이미지 퍼팅 훈련 효과 좋아”

쇼트게임 전문가인 그에게 답답한 건 또 있다. 아마추어의 80% 이상이 어프로치할 때 홀컵과 깃발을 보고 샷을 한다는 점이다. 홀컵을 훌쩍 지나쳐 3퍼트가 나올 확률이 높은 가장 큰 이유다. “공을 떨굴 지점을 미리 정확히 결정해놓고 그곳에 공을 보내는 습관을 들여야 스코어가 빨리 줄어든다”고 그는 말했다.

이런 이미지 훈련은 퍼팅에서 더욱 큰 힘을 발휘한다. 그는 “공이 굴러가는 가상의 퍼팅 라인을 홀컵 지름 크기만 한 두꺼운 면으로 그려보라”고 조언했다. 퍼팅 라인이 훨씬 쉽게 그려지고 자신감도 커진다는 것. 다만 가상의 퍼팅 라인을 그린 위에 그려볼 때 어드레스한 상태에서 고개를 쳐들거나 상체를 세워선 안 된다. 눈높이에 변화가 있으면 거리감에도 혼선이 오기 때문이다. 스윙하기 전 공을 놓는 위치를 기계적으로 정해선 안 된다는 것도 그가 강조하는 대목이다. “평평한 필드는 없어요. 연습스윙을 해서 클럽 헤드가 지면에 닿는 위치를 기준으로 공을 놓는 습관을 들여야 미스샷이 확 줍니다.”

잘나가던 티칭프로에서 사업가로 변신한 것은 먹고살기 힘들어서였다. 골프가 힘이 됐다. 그는 “거북이 문양을 새긴 골프공을 티칭프로로 인연을 쌓은 골프장에 납품해 기념품으로 팔기 시작한 게 유통업에 뛰어든 계기”라고 말했다. 무료 레슨 등 골프를 통해 만난 사람들이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소개해주면서 사업은 쉽게 풀렸다. 미국과 한국에 있는 법인에서 올리는 연매출이 200억여원에 달한다. “신기하게도 크게 실패한 적은 없다”는 그지만 딱 한 번 본의 아니게 쓴맛을 본 적이 있다. 외환위기 직전 ‘이메일 광고마케팅’이라는, 당시로서는 최첨단 정보기술(IT) 벤처사업에 투자했다가 그때까지 번 돈 대부분을 날렸다. 하지만 투자자들에게는 원금 100%를 돌려줘 신뢰만큼은 잃지 않았다.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뭔지 물어봤다.

“라운딩할 때만큼은 부정적인 생각과 행동을 해선 안 된다는 거예요. 본인은 못 느껴도 동반자까지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그렇게 하는 건 범죄나 마찬가지입니다.”

후원 : 아일랜드CC

대부도=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