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 때 왼쪽 무릎을 펴거나 일어서지 않는 것도 정확도를 높이는 비결 중 하나다. 전인지가 지난 25일 KB금융스타챔피언십 마지막날 6번홀에서 아이언 세컨드 샷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팩트 때 왼쪽 무릎을 펴거나 일어서지 않는 것도 정확도를 높이는 비결 중 하나다. 전인지가 지난 25일 KB금융스타챔피언십 마지막날 6번홀에서 아이언 세컨드 샷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거참, 착하게 잘 치네!”

‘메이저 퀸’ 전인지(21·하이트진로)의 스윙에 대한 갤러리들의 반응이다. 화려하거나 멋있는 스윙은 아니지만 또박또박 실수없이 페어웨이와 그린을 지키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는 이를 ‘효율 스윙’으로 압축한다. 큰 키(175㎝)에 내재된 탄성을 최소한의 동작으로 끄집어내 클럽 헤드스피드에 손실 없이 전달하는 ‘경제적 스윙’을 구사한다는 얘기다. 고덕호 프로는 “손목 코킹 각도가 크거나 백스윙 톱을 머리 위로 높이 가져가지 않아 또래 프로들에 비해 다소 뻣뻣해 보이지만 잔 동작이 적어 효율과 일관성이 좋다”고 평했다.

실제 그의 헤드 스피드는 ‘착한 스윙’에도 95마일(153㎞)이나 나온다. 드라이버 비거리(우드 티샷 포함)는 평균 247.74야드(227.5m)다. 파워 장타자 렉시 톰슨(267.16야드)에는 못 미치지만 박인비(248.26야드)나 스테이시 루시스(246.67야드)와 비슷하다. 아이언 정확도를 가늠하는 그린적중률(77.37%)도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77.6%)와 큰 차이가 없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도 충분히 먹힐 수 있는 수준이다.

그는 이 ‘효율 스윙’으로 US여자오픈과 KB금융스타챔피언십, 일본여자오픈 등 올 시즌 국내외 메이저대회 우승컵 다섯 개를 쓸어담았다. 효율 스윙은 어떻게 완성될까. 가장 큰 바탕은 상·하체의 꼬임이다. 백스윙 때 오른쪽 허벅지와 엉덩이가 밀리지 않고 버텨주는 게 기본이다. 왼쪽 무릎도 오른쪽으로 많이 따라 들어오지 않고 상체의 꼬임을 돕는다. 박원 프로는 “간결하지만 필요한 지점에 공을 떨굴 수 있는 충분한 힘과 스피드가 여기서 축적된다”고 했다.

간결하고 강한 꼬임과 함께 전인지 스윙의 또 다른 비결은 ‘생체역학(biomechanics)’에 기반한 ‘고정축’ 스윙이다. 어드레스 때의 척추각을 백스윙 톱에서 임팩트 때까지 그대로 유지해주는 게 핵심. 인체에서 나오는 힘을 손실 없이 가장 효율적으로 클럽 헤드에 전달하는 스윙 기법이다. 백스윙할 때 몸이 거의 제자리에서 회전하는 것처럼 보이는 건 이런 까닭이다.

하지만 ‘전인지표 스윙’에 일관성이라는 프리미엄을 달아준 핵심 동력은 ‘부처님 멘탈’이란 평가도 많다. 실수를 해도 ‘피식’ 웃고 말거나 입을 삐죽거리면 그만이다. 잘 참는다는 얘기다. 전인지의 캐디 데이비드 존스는 “그는 세계 최고의 인내심을 갖고 있다. 과감할 때와 참아야 할 때를 아는 게 큰 대회에 강한 이유”라고 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