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코오롱-하나은행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해 또 한번 '신데렐라' 신화를 쓴 홍진주(23.이동수패션)는 '늦깎이' 성공시대를 열었다.

다소 늦은 중학교 1학년 때 골프에 입문한 홍진주는 고교 시절 국가대표 상비군에 뽑히는 등 어느 정도 실력은 인정받았지만 프로 전향 이후에는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2004년부터 프로에 뛰어든 홍진주는 지난 달 18일 한국여자프로골프 SK엔크린솔룩스인비테이셔널 우승 때까지는 60대 타수라고는 단 6차례 밖에 쳐본 적이 없었다.

'톱 10'은 커녕 컷오프가 더 잦았던 홍진주는 탤런트 뺨치는 외모와 모델못지 않은 늘씬한 몸매 덕에 인기는 모았지만 '얼굴만 예쁠 뿐 실력은 그저그런 선수'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녀야 했다.

그러나 8월에 치른 일본여자프로골프 퀼리파잉스쿨 1차 예선을 1등으로 통과하면서 홍진주는 완전히 다른 선수로 탈바꿈했다.

일본에서 돌아오자마자 출전한 레이크힐스클래식에서 5위를 차지한 홍진주는 곧이어 열린 SK엔크린솔룩스인비테이셔널 때 1∼3라운드 내내 선두를 달린 끝에 첫 우승을 일궈냈다.

당시 우승 인터뷰에서 "얼굴만 예쁘지 골프는 못 친다는 소리가 가장 마음이 아팠다"고 눈물을 지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곱상한 외모에 밝고 활달한 성격으로 친구가 많은 홍진주는 하지만 이외로 많은 아픔을 갖고 있다.

골프 입문을 이끈 아버지가 5년 전 갑자기 세상을 떠 외동딸인 홍진주는 어머니 윤영희(49)씨와 단 둘이 세파를 헤쳐 나가게 됐다.

생계를 위해 어머니 윤씨가 일본에서 음식점을 차린 탓에 모녀는 한 달에 한번쯤이나 겨우 얼굴을 볼 수 있는 이산가족 신세다.

홍진주는 아무도 돌봐주는 사람없이 나홀로 운동 뿐 아니라 빨래를 비롯한 살림살이를 해야 하는 외로운 생활을 해왔으나 골프에 대한 열정과 노력은 뒤늦게 결실을 봤다는 게 정설이다.

작년부터 홍진주는 전담 캐디와 전담 체력훈련 담당 트레이너, 그리고 스윙 코치까지 두고 체계적으로 훈련을 계속해왔다.

국내 선수 가운데 정상급 선수들도 캐디에 트레이너, 코치 등 3명의 전담 인력을 고용하는 선수는 드문 실정에 홍진주는 모자라는 실력을 키우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온 것이다.

샷과 스윙에는 큰 결점이 없으나 감정의 기복이 심해 경기 운영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던 홍진주는 이런 조직적인 훈련으로 차츰차츰 골프에 눈을 떴고 첫 우승에 따른 자신감까지 더해졌다는 분석이다.

다행히 어머니 윤씨의 수입이 적지 않아 비용을 대는데 무리가 없었던 게 홍진주가 세계 정상에 우뚝 설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지난 달 홍진주가 첫 우승을 차지했을 때 일본에서 날아와 딸과 감격의 포옹을 나눴던 윤씨는 이날도 어김없이 18번홀 그린에서 '모녀 만세'를 부른 것은 물론이다.

▲홍진주 프로필
생년월일= 1983년2월28일
프로 입문= 2003년 9월
키= 174㎝
학교= 대전 유성여고 졸업, 대전 한남대 휴학(중퇴)
경력= 아마추어 국가대표 상비군
우승= 2006년 SK엔크린솔룩스인비테이셔널, 코오롱-하나은행챔피언십
수상= 2005년 한국여자프로골프 대상 베스트드레서


(경주연합뉴스) 권 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