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S 화면. 사진=한경DB
HTS 화면. 사진=한경DB
내년 우리나라 주식시장에는 큰 변화가 찾아옵니다. 새로운 주식거래시장인 대체거래소(다자간매매체결회사·ATS)가 들어서기 때문입니다. 당장 출격을 앞둔 곳은 금융투자협회 주도의 '넥스트레이트'입니다. 출범 땐 1956년부터 이어진 한국거래소의 독점 권한이 깨지게 됩니다. ATS가 기존의 한국거래소에 맞서는 경쟁 구도가 그려지는 건데요. 거래시장이 둘로 쪼개지니 당장 우리 투자자들의 주식 주문화면부터 바뀔 수 있습니다.

11일 한경닷컴 취재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 주식 매매 시스템(기관용·개인용)에 '거래소 선택 기능'을 추가할지 여부를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습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증권사가 알아서 거래소를 선별해 매매를 해줄지, 혹은 투자자들에게 거래소 선택권을 줄지 갈등이 있다는 겁니다.

'증권사들이 알아서 최적의 주문을 체결해줘야 한다' 입장은 자본시장법을 근거로 주장합니다. 현행 자본시장법 제68조에 ATS와 관련해 '최선집행의무'를 규정해 두고 있습니다. 브로커인 증권회사들이 지켜야 할 의무인 건데요. 투자자의 청약이나 주문이 '최선의 거래조건'으로 집행되게끔 의무를 다하라는 내용입니다. 이 같은 작업에 증권사들은 '스마트 오더 라우팅'(SOR)이라는 자동화 주문처리 시스템을 활용하게 됩니다.

그런데 최선집행의무는 거래시장이 복수가 될 때 유효한 규정입니다. 오랜기간 유명무실한 조항이었다는 얘깁니다. 최선의 거래조건을 대라고 하면 대부분이 '가격'을 떠올릴 겁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 등 이미 여러 ATS들이 자리를 잡은 국가들을 살펴보면 최선의 거래조건엔 가격만 있는 건 아닙니다. 투자자가 부담할 수수료, 주문 규모, 매매 체결 가능성과 속도 등도 조건들로 두고 있습니다. 그만큼 최선집행기준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SOR 시스템을 활용해서 자동으로 거래소를 배정하는 방법은 어떨까요. 이는 법이 모호하게 표현되면서 해석이 갈리고 있습니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66조의2 2항을 보면 증권사들의 최선집행의무를 명시하면서도 "다만 투자자가 청약 또는 주문의 처리에 관해 별도의 지시를 했을 때는 그에 따라 최선집행기준과 달리 처리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투자자 의사가 최선집행의무에 우선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렇다보니 '투자자들에게 거래소 선택권을 주자'는 입장이 힘을 받고 있습니다. 넥스트레이드 관계자는 "법 내용에 달리 해석할 여지는 있을 수 있겠지만 상식적으로 보면 투자자에게 거래소를 고를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게 맞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그는 "주문화면을 바꾸려면 시간과 돈이 꽤 많이 들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 화면에 변화를 줄지는 논쟁거리인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거래소를 선택할 수 있는 단추가 새로 생기게 되면 주문화면은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 중 한 곳을 선택하도록 체크박스가 생기는 식이겠죠. 기관 투자자라든가 전문 투자자 같이 대량 매매를 하는 이들로선 거래 수수료나 체결 가능성 등의 요건도 가격 요건만큼이나 중요하기 때문에 거래소 설정 기능이 중요할 겁니다.

일부 증권사는 넥스트레이드를 비롯한 ATS를 도입하지 않고 정규거래소(한국거래소)에서만 최선집행의무를 이행할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어느 증권사 시스템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거래소 이용범위 등 많은 부분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편 넥스트레이드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ATS 운영을 위한 예비인가 심사를 받고 있습니다. ATS는 투자매매업자와 투자중개업자로 정의될 수 있는데, 넥스트레이드는 투자중개업 인가를 신청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직접 심사를 해보니 일반적인 증권사와는 상이한 지점들이 다소 있다"며 "인가에 대한 심사를 계속해서 진행 중인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