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500지수가 강세장에 진입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풀이된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이 신성장 동력으로 떠오른 데다 미국 노동시장이 여전히 강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기간 억눌렸던 수요가 터져나오면서 여행 외식 등 산업 전반의 성장까지 이끌고 있다. 미국 증시가 소수 빅테크에 의존하다 보니 이들 산업이 흔들리면 주가가 곧바로 고꾸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AI가 증시 이끌어

빅테크 약진에 美 고용도 탄탄…S&P500 질주
미국 증시는 한때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등으로 주춤하는 듯했다. 하지만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AI기업들이 새로운 강세장을 이끌었다. 올해 초 엔비디아 주가는 143.15달러였다. 8일(현지시간) 이 회사 주가는 385.10달러에 마감했다. 올해 들어서만 169% 폭등했다. 일등 공신은 챗GPT를 가능하게 만든 생성형 AI 기술이다. 생성형 AI를 구동하기 위한 필수품으로 꼽히는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엔비디아가 세계 시장에 90% 이상 공급하고 있어서다.

테슬라도 중국지역 매출 증가 등에 힘입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승용차연합회(CPCA)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달 중국에서 제조한 차량 7만7659대를 인도했다. 전달 대비 2.4% 늘어난 것이다. 테슬라의 준중형 세단 모델3가 지난 6일 미국 연방정부가 지원하는 7500달러가량의 친환경 자동차 세액공제를 전액 받을 수 있게 된 것도 호재다. 테슬라 주가는 올 들어 89%나 오르는 등 반등에 성공했다.

제2의 펜트업 수요

S&P500지수 상승을 이끈 것은 빅테크지만 투자를 떠받치는 것은 뜨거운 노동시장이다. 탄탄한 고용지표를 통해 미국 경제가 문제없이 굴러가고 있는 것이 확인되면서 투자심리가 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5월 비농업 부문 취업자는 전월 대비 33만9000명 증가했다. 월가 예상치 19만~19만5000명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인들이 여행, 콘서트, 외식 등 팬데믹 기간 미뤘던 활동을 즐기고 있는 데서 원인을 찾았다.

엄청난 규모의 초과 저축액도 미국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연방은행의 5월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5000억달러를 초과 저축했다. 이 같은 저축액은 40년 만의 최악의 인플레이션 속에서도 미국인이 마음껏 소비하도록 돕는 자금원이 됐다.

안심하긴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시 상승을 견인한 소수 빅테크가 삐끗하면 전체 미국 증시가 흔들릴 수 있어서다. 5월에 S&P500지수는 0.2% 상승했는데, 상위 10대 종목 주가는 8.9% 올랐지만 나머지는 4.2% 하락했다.

상업용 부동산도 변수로 떠올랐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7일 CNBC 인터뷰에서 상업용 부동산의 침체 가능성을 얼마나 크게 보느냐는 질문에 “상업용 부동산과 관련해 문제들이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옐런 장관은 원격근무 확산으로 사무실 수요가 감소한 점을 거론하면서 “은행들이 일부 구조조정을 폭넓게 준비하고 앞으로 있을 어려움에 대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신영/신정은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