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실적·수주 함께 뜨는 HD현대중공업…2011년 영광 재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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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적자 기록했지만…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5년래 최대
“신조선가지수 170 이상 치솟은 사례는 2007~2008년뿐”
친환경 선박 추진연료 전환 주도하는 엔진기계사업부
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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꺾일 줄 알았던 글로벌 해운사들의 선박 발주 러시가 이어지면서 HD현대중공업을 비롯한 조선사들 주가가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습니다. 증권가에선 2009년 말부터 2011년 4월까지 가파르게 상승하며 HD한국조선해양(당시 현대중공업)이 50만원을 넘어섰던 것과 비슷한 주가 흐름을 기대합니다. 약 2년 전의 수주 호황이 실적에 반영되는 시기인 데다,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가능성까지 나타난 점이 비슷합니다.

이번 사이클의 신성장 동력은 친환경 엔진입니다. 글로벌 1위 선박 엔진 제조사이기도 한 HD현대중공업이 특히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일 HD현대중공업은 12만73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지난 3월14일 9만3800원으로 저점을 찍은 뒤 상승세를 타며 석달여 동안 35.71%가 올랐습니다. 1분기 호실적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승세는 예상 밖의 영업적자가 발표됐는데도 꺾이지 않았습니다.
[마켓PRO] 실적·수주 함께 뜨는 HD현대중공업…2011년 영광 재현할까

2년 전 수주 호황이 실적에 반영될 시기

주가 강세가 이어진 배경은 여전히 실적 기대감입니다. 앞으로 상당 기간 동안 HD현대중공업의 실적은 고공행진할 가능성이 큽니다. HD현대중공업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183억원으로, 물적 분할 전 HD한국조선해양이 2018년에 기록한 2902억원보다 많습니다. 2018년은 HD한국조선해양이 최근 5년래 가장 큰 규모의 영업이익을 남긴 해입니다.

호실적이 전망되는 배경은 2020년말부터 시작된 선박 수주 호황입니다. 조선사들은 선박을 수주하면 1~2년 동안 설계작업을 한 뒤, 야드(작업장)에서 실제 작업을 시작하면서부터 매출을 인식합니다. 설계가 오래 걸리는 선종의 경우 이제 호황기에 수주한 물량의 실적 반영이 시작된다는 겁니다.

수주 호황이 만들어 낸 국내 조선사들 주가의 직전 고점이 HD한국조선해양 기준 2021년 5월11일(16만500원)입니다. 당시는 HD현대중공업이 상장되지 않았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5개월 전입니다.

앞서 HD한국조선해양 주가가 52만2221원(증자·감자 영향을 반영한 수정주가)까지 치솟은 2011년4월8일까지의 상승 사이클의 초입인 2009년 12월도 수주 호황이 만들어 낸 직전 고점(2007년 11월7일의 50만4082원)으로부터 25개월이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벌크선·유조선은 부족” 여전히 뜨거운 선박 발주 시장

조선사들 주가가 2021년 5월 고점을 찍은 이후 내리막을 탄 이유는 수주 모멘텀의 소멸 우려였습니다. 보통 새로 지은 선박은 20년 이상 운항합니다. 한꺼번에 선박 발주가 쏟아졌으면, 그 이후엔 불황이 찾아올 수 있죠.

하지만 글로벌 조선·해운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가 지난 2일 발표한 6월2주차 신조선가 지수는 170.4로, 작년 말의 153.25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과거 신조선가지수가 170을 웃돈 기간은 2007년 4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뿐”이라고 전합니다.

신조선가가 더 오를 것이란 전망도 주목됩니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조선사들의 충분한 수주잔고에 따른 제한적인 슬롯과 원자재·인건비 상승 등을 감안하면 신조선가지수는 올해 말 175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올해 선박 발주는 주로 벌크선과 유조선 분야에서 이뤄질 전망입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벌크선과 유조선의 4월말 기준 수주 잔고는 각각 선대의 4%와 6.9%에 불과하다”며 “향후 해운시장에 공급될 선박의 양이 부족한 상태”라고 분석했습니다. 부가가치가 크지 않은 벌크선은 중국 조선사들이 많이 잠식한 선종이지만, 폭발 위험이 있는 유조선의 경우 아직 한국 조선업계가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마켓PRO] 실적·수주 함께 뜨는 HD현대중공업…2011년 영광 재현할까

환경 규제가 엔진기계사업부를 신성장동력으로 만들어 줄까

컨테이너선 발주도 다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환경 규제 때문입니다.

다올투자증권은 당초 120만TEU(1TEU는 6m짜리 컨테이너 1개) 규모였던 올해 컨테이너선 발주량 전망치를 150만TEU 이상으로 수정했습니다. 지난달까지만 59만TEU가 발주됐기 때문입니다.

이 증권사의 최광식 연구원은 “기대 이상의 (컨테이너선 발주) 강세는 선사들의 선대 교체 발주 때문”이라며 “올해 (컨테이너선 발주 시장의) 특징은 메탄올 추진선에 대한 투자 확대”라고 설명했습니다.

선박 배기가스에 포함된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배출에 대한 환경 규제가 강화되자 액화천연가스(LNG)로의 선박 추진연료 전환이 추진되다가, 최근에는 이산화탄소(CO2) 규제도 시행되고 있습니다. 이에 화석연료가 아닌 메탄올과 암모니아가 새로운 추진 연료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몇 년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삼성중공업, 새로운 주인을 찾은 대우조선해양(향후 한화오션)을 제쳐두고 HD현대중공업을 콕 집은 이유입니다. HD현대중공업은 글로벌 1위 선박엔진제조사이기도 하거든요.

글로벌 1위답게 선박추진 연료 전환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HD현대중공업은 메탄올추진엔진에서 전 세계 최대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고, 암모니아와 수소 추진 엔진 개발에서도 가장 앞서 있는 상태”라고 평가합니다.

그는 “HD현대그룹은 세계 최고의 엔진제작업체인 동시에 조선사로, 원천기술 보유 업체들이 새로운 엔진을 개발할 때 최우선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는 파트너”라며 “미래 선박을 최초로 건조할 회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