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무서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미국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가 국내에서 거래되는 상장지수펀드(ETF)들의 성적표도 좌우하고 있다. 엔비디아를 담은 일부 해외형 반도체 테마 ETF 수익률은 연초대비 70% 뛰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ACE글로벌반도체TOP4Plus SOLACTIVE’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69.46%로 전체 반도체 ETF(레버리지 상품 제외) 중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 2위는 57.51%를 기록한 ‘KODEX 미국반도체MV’로 조사됐다. 이들 ETF는 엔비디아 비중이 각각 24.33%와 16.36%로 다른 반도체 ETF보다 높았다. ETF 내 엔비디아 비중이 가장 높은 상품은 31.73%인 ‘ACE 엔비디아채권혼합블룸버그’다. 연초 대비 40% 넘는 수익률을 거뒀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이 산업 전방위로 확산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엔비디아 주가가 급등하자 관련 ETF 수익률도 함께 뛴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그래픽처리장치(GPU)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엔비디아는 생성형 AI 챗GPT 특수에 힘입어 올 들어 177% 폭등했다.

AI 산업 내 GPU의 입지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GPU는 복잡한 연산을 초고속·저전력으로 수행할 수 있다. 챗GPT같은 생성형 AI를 위해서는 거대언어모델(LLM)이 필요해 GPU가 필수적이다. 구글, 아마존, 테슬라까지 엔비디아 칩을 대거 사드릴 수밖에 없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GPU 확보 경쟁이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미국에서 벌어졌던 ‘휴지 사재기’와 비슷하다고 보도했다.

같은 반도체 ETF 내에서도 엔비디아 보유 여부에 따라 수익률이 엇갈리고 있다. 엔비디아를 들고 있는 해외형 반도체 테마 ETF 5개의 연초 대비 수익률은 평균 54.62%에 달한다. 반면 중국 반도체 업종을 담은 ‘TIGER 한중반도체’(21.35%)와 ‘KODEX 한중반도체’(21.25%), ‘TIGER 차이나반도체FACTSET’(7.6%)의 평균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국내형 반도체 테마 ETF 4종의 평균 수익률도 35.07%로 엔비디아를 가진 해외 반도체 ETF 평균 수익률을 밑돌았다.

배성재 기자 sh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