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임상 실패한 한올바이오파마 목표가 '쑥'…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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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가능성 큰 FcRn 항체 후보물질 주목된 계기로 작용
“개발 속도 뒤처졌지만…‘계열 내 최고’ 가능성”
한올바이오파마의 연구원들이 연구소에서 실험을 하고 있다. /사진=한올바이오파마
한올바이오파마의 연구원들이 연구소에서 실험을 하고 있다. /사진=한올바이오파마
한올바이오파마가 최근 공시한 안구건조증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 3상 결과가 실패로 평가됐지만, 오히려 이 회사에 대한 목표주가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 평균)는 치솟았습니다. 특히 HL036의 임상 3상 결과 발표 직후 새롭게 분석을 내놓으며 높은 수준의 목표주가를 제시한 증권사가 많았다는 점이 주목됩니다. 주가에 HL036 실패에 대한 우려가 이미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주가를 봐도 알 수 있습니다. 한올바이오파마가 HL036에 대한 미국 임상 3상 결과 1차 평가지표의 통계적 유의성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공시한 지난달 19일 이 회사 주가는 장중 18.40% 급락했지만, 낙폭을 3.10%까지 줄여 당일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후 비교적 큰 폭의 등락을 보였고, 지난 5일 종가는 2만2750원입니다. HL036의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하기 직전 거래일인 5월18일(2만2550원)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마켓PRO] 임상 실패한 한올바이오파마 목표가 '쑥'…이유는?
증권가의 반응 역시 일반적인 임상 3상 실패 이슈가 나왔을 때와 달랐습니다. 한올바이오파마가 임상 실패를 공시한 다음 거래일인 지난달 22일 DB금융투자가, 이튿날엔 현대차증권이 각각 목표주가를 올렸습니다. 이후 유안타증권, SK증권, 미래에셋증권이 분석을 개시했고, 이들이 제시한 목표주가는 모두 3만원 이상입니다. 임상 결과 공시 직전인 지난달 17일에는 NH투자증권이 투자의견과 목표주가가 담긴 리포트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집계된 한올바이오파마의 목표주가 컨센서스는 5일 기준 3만667원입니다. 2주 전인 지난달 5월22일(2만7333원) 대비 12.20% 상향됐습니다. 이 기간 동안 한올바이오파마보다 목표주가 컨센서스 상향폭이 큰 종목은 펄어비스(14.22%)뿐입니다.

FcRn 항체 시장에서 휴미라 이을 대형품목 나올까

증권사 제약·바이오 담당 애널리스트들이 주목한 파이프라인은 자가면역질환 치료 후보물질 바토클리맙과 이를 개량한 IMVT-1402입니다. 이 약물은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면역글로불린G(IgG)의 농도가 낮아지지 않도록 하는 체내 메커니즘을 억제합니다. IgG가 리소좀(불필요한 물질을 분해하는 세포 소기관)에서 분해되지 않도록 돕는 FcRn(신생아Fc수용체)과 미리 결합해 체내 IgG 농도를 낮추는 겁니다. 비슷한 매커니즘(체내 작용)을 보이는 약물들을 FcRn 항체라고 부릅니다.

아직 초기 단계인 FcRn 항체에 대한 다국적 제약사들의 관심이 뜨겁습니다. 새로운 자가면역질환 치료제가 필요해졌기 때문입니다. 이전까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종양괴사인자(TNF)-알파 억제제 계열 의약품들의 특허가 만료돼 바이오시밀러들의 도전을 받고 있어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한 겁니다.

셀트리온의 램시마(인플릭시맙) 시리즈, 유플라이마(아달리무맙)이 모두 TNF-알파 억제제입니다. 특히 유플라이마의 오리지널인 휴미라는 바이오시밀러들이 출시되기 시작한 작년에도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의약품 자리를 지켰습니다. 하지만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들의 침투가 본격화되는 올해는 글로벌 매출 1위 의약품 자리를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가 차지할 전망입니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시장이 항암제에 버금갈 만큼 큰 이유는 환자가 평생 투약하며 살아야 하는 만성질환일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만성 자가면역질환이 류마티스관절염입니다. 그래서 FcRn 항체 후보물질을 보유한 바이오벤처 모멘타를 인수해 개발을 이어가고 있는 존슨앤존슨(J&J)은 임상시험 대상 적응증(의약품을 처방할 수 있는 의사의 진단)을 중증 근무력증에서 류마티스관절염으로 바꿨습니다. 조만간 임상 2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한승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J&J는 류마티스 관절염처럼 환자군이 많은 적응증 위주로 임상을 진행해 이미 파이프라인 가치를 높게 평가받고 있다”며 “IMVT-1402도 임상 1상 결과가 나오는 올해 말 이후 류마티스 관절염을 적응증으로 한 임상 개시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과 유럽 지역에서 바토클리맙과 IMVT-1402를 개발·상업화할 권리는 미국 제약사인 이뮤노반트에 있습니다. 한올바이오파마로부터 기술을 도입했죠. 최근 IMVT-1402의 임상 1상을 개시한 주체도 이뮤노반트입니다. 중국 내 바토클리맙에 대한 권리는 현지 제약사 하버바이오메드에 있습니다. 하버바이오메드는 올해 안에 중증근무력증을 적응증으로 바토클리맙에 대한 시판 허가를 신청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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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속도에서 뒤쳐진 바토클리맙·IMVT-1402, 돌파구는?

이미 미국에서 시판허가를 받은 FcRn 항체로 아제넥스의 비브가르트(에프가티지모드)와 호라이즌의 테페자(페트로투무맙) 등이 있습니다. J&J의 개발 단계도 IMVT-1402보다 빠릅니다. 같은 계열의 신약이라면 시장 진입이 늦어질수록 불리합니다. 환자를 치료한 데이터가 더 많이 쌓여 있는 의약품을 의사들이 더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돌파구가 없는 건 아닙니다. TNF-알파 억제제 시장에서도 비교적 늦게 출시된 휴미라가 가장 먼저 출시된 엔브렐(에타너셉트)을 제쳤고, 면역항암제 시장에서도 옵디보(니볼루맙)보다 키트루다의 매출이 더 크니까요. 선발주자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약효·편의성이 월등하거나, 가격을 낮게 책정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하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IMVT-1402의 약효·편의성가 월등할 가능성을 점칩니다. 그는 “IMVT-1402는 IgG 감소율이 80%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피하주사(SC) 제형으로 FcRn 항체 계열에서 ‘베스트인클래스(계열 내 최고·Best in Class)’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만성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피하주사 제형이라는 옵션은 경쟁력을 평가할 때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환자가 병원에 방문할 필요 없이 집에서 스스로 투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정맥주사(IV) 제형은 병원을 방문해 몇 시간동안 침대에 누워서 투약해야 합니다.

현재 시판 중인 비브가르트는 정맥주사 제형입니다. 아제넥스가 피하주사 제형 개발에 나섰지만, 투약 보조장치를 활용하는 자가 주사 제형으로 투약 시간이 몇분에 달한다고 하 연구원은 설명합니다. 반면 IMVT-1402는 일반적인 피하주사 제형으로 투약 시간에 수초에 불과합니다.

IMVT-1402는 바토클리맙의 부작용 이슈에서도 자유로울 가능성이 큽니다. 바토클리맙의 개량형으로 도출된 IMVT-1402는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알부민과 LDL 콜레스테롤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IMVT-1402라는 이름은 이뮤노반트가 붙인 개발 코드이며, 한올바이오파마가 붙인 코드는 HL161ANS입니다. 바토클리맙의 코드가 HL161이고요.

앞서 이뮤노반트는 바토클리맙의 임상 2상 결과에서 저밀도(LDL) 콜레스테롤 수치 상승을 확인하고 개발을 중지한 바 있습니다. 이후 고지혈증 치료제 병용을 통해 LDL 콜레스테롤 수치 통제가 가능하다는 판단으로 최근 임상 3상에 돌입했습니다.

FcRn 후보의 가치 재평가 계기가 된 HL036 임상 실패

이 같은 FcRn 항체 시장의 성장성, 한올바이오파마의 후보물질의 경쟁력은 이미 알려진 내용이었습니다. FcRn 항체 후보물질 자체만 놓고 보면 최근 2주 사이에 목표주가를 10% 넘게 끌어 올릴 만한 요인이 아니라는 겁니다. 목표주가 상향과 새로운 투자의견·목표주가 제시가 이뤄진 시점을 고려하면 HL036의 임상 실패가 FcRn 항체 후보물질 가치의 재평가를 촉발한 걸로 보입니다.

주식시장이 HL036의 미국 임상 실패 가능성을 이미 주가에 반영하고 있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중국 내 HL036의 개발·상업화 권리를 도입하고 임상 3상을 진행했던 하버바이오메드가 작년 10월 독립적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IDMC)로부터 임상 중단을 권고받고, 추가적인 피험자 모집 없이 임상 3상을 종료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서입니다. IDMC는 임상 시험을 지속할 필요가 있는지를 판단해주는 기구입니다.

이명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과 미국 임상은 1차 유효성 지표를 평가하는 각막의 위치가 다르다는 차이가 있었지만, (실패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이미 반영되고 있었다”고 분석합니다.

HL036의 임상 실패가 공시되기 직전인 지난달 17일 한올바이오파마에 대한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새롭게 제시한 NH투자증권의 한승연 연구원은 “이미 기업가치 산정에서 안구건조증 파이프라인은 제외해뒀다”며 “안구건조증 임상 실패는 한올바이오파마의 기업가치에 유의미한 영향이 없는 이벤트”라고 평가했습니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