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LG 트윈타워. 사진=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LG 트윈타워.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부진한 흐름을 지속하던 LG전자가 전장 사업 기대감 속 올해에만 40% 넘게 급등했다. 시가총액은 5개월 만에 6조원 불었다. 아직 전장사업부 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만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충분하다는 게 증권가 평가다.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올해 코로나 특수로 가전 수요가 폭증했던 2020년을 뛰어넘는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 2일 12만3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는 올해(1월 2일~6월 2일)에만 42.31% 올라 코스피 상승률(16.32%)을 웃돌았다. 최근 엔비디아 효과로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는 삼성전자 수익률(30.56%)도 뛰어넘었다. 시가총액은 연초(1월 2일 기준) 14조원 수준에서 20조1400억원으로 약 6조원 늘어 작년 4월 22일 이후 약 1년 2개월 만에 시총 20조원대를 회복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부지런히 담았다. 지난 5월 LG전자는 코스피·코스닥 통틀어 외국인 순매수 상위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순매수 규모는 2086억원이다. 1월 2일~6월 2일 기준으론 외국인 순매수 상위 5위를 기록했다. 외국인은 이 기간 LG전자 주식 6003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기관은 97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전장이 밀어 올린 주가…힘 쏟은 B2B 사업도 주효

전장 사업을 필두로 기업간거래(B2B) 기업으로 체질 개선에 성공한 게 긍정적으로 작용했단 분석이다. LG전자는 2018년 B2B 사업을 담당하는 비즈니스솔루션(BS)사업부를 부활시키고 B2B 사업 역량 강화에 나섰다. B2C(기업과소비자간거래) 중심이었던 생활가전(H&A)사업부와 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부도 B2B 중심으로 전환했고, B2B가 주력인 전장 사업도 지난해 9년 만에 흑자전환시켰다. 올 1분기 실적도 역대 최고치인 매출 2조3865억원, 영업이익 540억원으로 안정세에 접어들었단 평가다.

특히 신성장동력인 전장 사업에 거는 기대가 크다. 전기차·스마트카 시장 확대로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전장사업부 가치가 현재 대비 2배인 10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처음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한 전장사업부는 LG전자의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며 "올해 매출 10조3000억원, 영업이익 3050억원, 2030년 매출 23조원, 영업이익 1조4000억원의 사업부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LG마그나의 e파워트레인. 사진=LG전자
LG마그나의 e파워트레인. 사진=LG전자
올해 하반기 자회사 LG마그나의 멕시코 전기차 부품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성장세는 탄력이 붙을 것이란 분석이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 전기차 시장은 중국과 유럽보다 침투율이 낮았는데,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 이후에 성장 가능성 및 가시성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LG마그나는 GM 등 미국 자동차 3사를 모두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어 미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에 동행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멕시코 공장은 추가 고객사 확보로 인한 증설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올 1분기 말 기준 전장사업부 수주 잔고는 80조원 수준이다. 업계에선 올해 1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장 부품은 최근 신규 수주 성과가 목표 이상인 것으로 파악된다"며 "전장사업부 수주 잔고는 2020년 55조원, 2021년 60조원, 2022년 80조원, 2023년 100조원(추정)으로 확대 추세인데 통상 수주 후 2년의 연구 개발을 거쳐 매출로 인식되기 시작하는 점을 감안하면 2022년 이후의 수주 잔고 급증은 2024년 이후의 매출 성장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상고하저' 패턴 완만해질 듯…올해 역대 최대 실적 전망

B2B 부문 확대로 그간 매년 보여왔던 '상고하저(상반기 좋고 하반기 부진)' 실적 패턴이 완만해질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2020년 16%에 그쳤던 B2B 매출 비중은 지난해 25% 수준으로 확대된 것으로 추산됐다. 올해엔 30%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힘입어 올해 실적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고의영 연구원은 "LG이노텍을 제외한 2023년 실적은 매출 65조8000억원, 영업이익 3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 2%, 영업이익 54% 각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가전 등 내구재 수요가 폭증했던 2020년의 영업이익(3조3000억원)을 웃도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1분기 LG전자는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거두며 2009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처음으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6402억원)을 추월했다. 이같은 실적 강세에도 주가가 여전히 낮은 밸류에이션에 거래 중이란 의견도 있다. 양승수 연구원은 "상고하저 실적에도 하반기 전장사업부의 실적 기여도가 높아진다는 점에서 주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