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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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코스피의 상승세가 잠시 꺾인 가운데 기관 투자자는 지수 상승에 베팅하고 있다. 반면 개인은 지수 하락을 점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기업의 실적이 바닥을 찍고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지수도 점차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1개월간(5월 1일~6월 1일) 기관투자자들은 'KODEX 레버리지'를 1735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네이버(2153억원)에 이어 해당 기간 기관 순매수 2위에 올랐다. KODEX 레버리지는 코스피200지수를 두 배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다. 같은 기간 'KODEX 200'도 1269억원 사들였다. 이 상품은 코스피200지수를 그대로 추적한다.

반대로 개인은 인버스형 ETF인 'KODEX 200선물인버스2X'를 2조605억원어치 사들였다. 이 기간 개인투자자 순매수 상위 4위였다. 이 ETF는 코스피200 선물지수가 하락할 때 수익이 난다. 지수 수익률을 역으로 2배 추종해 '곱버스'라고도 불린다.

코스피 지수는 2600선 앞에서 주춤하고 있다. 지수는 지난달 31일 장중 2596.31을 기록하며 연고점을 갱신한 후 내리막길을 걸어 전날엔 2569.17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 상승을 주도했던 대형 반도체주에서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며 투자심리에 부담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지수가 점진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업들의 실적이 하반기부터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코스피 지수의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 추정치는 3월 말에 비해 8%가량 올랐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지수가 반등했지만,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3배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며 "반도체와 대형 유틸리티 종목을 제외한 PER 9.6배는 최근 8년간 평균치인 11배보다 낮기 때문에 가격 부담이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강민석 교보증권 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보면 선행 이익이 반등한 후에 주가 상승세가 지속됐다"며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실적 회복이 본격화하면 코스피가 2700을 넘어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반도체 업종의 2년 선행 PER은 15.1배로 높은 수준이기에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이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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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지수가 박스권에 갇힐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글로벌 경기가 둔화하며 증시에 부담이 될 것이란 판단이다. 강재현 SK증권 연구원은 "통화 긴축의 영향으로 미국 경기는 연말로 갈수록 약세를 보일 것"이라며 " 중국 정부는 성장보단 안정에 중심을 두고 있다보니 경기 회복 속도는 부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기 회복세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내년 이익 전망치가 하향될 가능성이 있다"며 "지수가 박스권을 뚫고 상승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 문제, 불확실한 통화 정책 등은 지수의 향방을 가를 변수로 꼽힌다.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하원 의장이 함께 마련한 부채한도 합의안이 미 하원의 전체 회의 표결을 통과했고, 상원의 표결을 앞두고 있다. 상원에서는 민주당이 다수당인 만큼 무난한 표결이 예상되지만, 일부 의원이 수정안을 제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변수는 남아있다.

다가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 금리가 동결될 것이란 관측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미국 중앙은행(Fed) 당국자들이 금리 동결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한 행사에서 적어도 6월에는 금리 인상을 건너뛰어야 한다고 재차 언급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ed가 이달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78.4%를 기록했다.

현지시간으로 2일 발표될 미국 노동부의 고용 보고서가 Fed의 행보에 대한 힌트가 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들은 다음날 나오는 5월 비농업 고용이 19만명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전달의 25만3000명보다 줄어든 것이다. 5월 실업률은 3.5%로 전달의 3.4%보다 약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 추세가 약세로 돌아서면 인플레이션 우려가 줄어 금리를 동결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