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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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최근 급등하던 미국 반도체주가 차익실현 물량에 일제히 급락했다. 반면 그동안 약세를 보였던 인텔은 반등했다. 이 영향으로 1일 국내 주식시장도 하락 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증시 하락 마감


3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34.51포인트(0.41%) 하락한 32908.27로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5.69포인트(0.61%) 떨어진 4179.83으로, 나스닥지수는 82.14포인트(0.63%) 밀린 12935.29로 장을 마쳤다.

투자자들은 하원의 부채한도 합의안 표결과 미국 중앙은행(Fed) 당국자 발언을 주시했다. 전날 부채한도 합의안이 하원 운영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의회의 첫 관문을 넘어섰다.

하지만 아직 오는 5일 연방정부의 현금 소진 예정일을 앞두고 하원과 상원의 표결을 거쳐야 한다. 연준 당국자들의 6월 금리 인상 중단 발언이 잇따르면서 6월 금리 동결 가능성이 60% 이상으로 높아졌다.

필립 제퍼슨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 겸 연준 부의장 지명자는 이날 한 콘퍼런스에서 "다음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건너뛰는 것은 위원회가 추가로 정책을 강화할지를 결정하기 전에 더 많은 지표를 볼 수 있게 해준다"라고 언급해 금리 인상 중단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그러나 "다가오는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일정하게 유지하기로 하는 결정이 이번 사이클에서 최고 금리(peak rate)에 도달했다는 의미로 해석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언급해 이후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세계 주요 경제국인 중국의 경제 지표가 부진한 점은 세계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를 부추겼다.
앞서 아시아 시장에서 발표된 중국의 5월 공식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2개월째 50을 밑돌며 제조업 경기가 수축 국면에 있음을 나타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가 경기 침체 우려를 반영하며 최근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되며 하락한 점은 한국증시에 부담"이라며 "중국 경기가 위축되고 미국도 고용이 견고하나 세부적으로 보면 제조업 부문이 둔화되고 있음을 보여준 점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증시는 0.5% 내외 하락 출발 후 매물 소화 과정이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홀로 약세이던 인텔, 4.83% 반등


잘나가던 미국 반도체주가 일제히 급락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인텔을 제외하고 주요 반도체 업체의 주가가 모두 하락했다.

그동안 생성형 인공지능(AI) 특수로 연일 급등했던 엔비디아가 5.68%, 미국 최대의 메모리반도체 업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4.87%, AMD가 5.64% 각각 급락했다. 이에 따라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전거래일보다 2.71% 하락한 3453.18 포인트를 기록했다.

엔비디아의 증시 모멘텀을 보여주는 상대강도지수(RSI)는 전날 85를 기록해 과매수 영역으로 여기지는 70을 넘어선 상태라 거품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약세를 면치 못했던 인텔은 4.83% 상승했다. 이는 인텔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데이비드 진스너가 낙관적인 발언을 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는 “반도체 업황의 최악은 끝났다”며 “회사가 곧 턴어라운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한 콘퍼런스에 참석, “데이터 센터 사업부가 코너를 돌기 시작했다”며 “재고가 3분기 이후에 완화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2분기 매출이 가이던스의 상한선에 도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美의원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강력 시행돼야"…삼성전자도 지적


미국 의회 일각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첨단반도체 등에 대한 대중 수출통제 조치와 관련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중국에서 공장을 운영 중인 한국 기업들에 대한 1년간 유예 조치를 지적하며 강력한 시행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최근 중국이 미국 반도체기업 마이크론에 대한 제재 이후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마이크론의 빈자리를 채우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과 맞물려 미 정치권 및 업계에서 한국 기업들에 대한 견제가 본격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날 마르코 루비오(공화당·플로리다) 상원의원의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루비오 의원은 전날(30일)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에게 수출통제 규정을 강화하고 최종 확정할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루비오 의원은 "기업들은 수출통제 조치를 약화시키고 우회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면서 엔비디아와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의 사례를 언급했다.

루비오 의원은 또 "한국의 반도체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와 같은 다른 기업들은 중국내 생산시설에서 정상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로비를 벌였고, 수출 통제에서 1년간 면제를 얻어냈다"고 지적했다.

앞서 마이크 갤러거 미 하원 '미중전략경쟁특위' 위원장은 지난 23일 성명을 내고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에 더욱 강경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미 상무부는 중국에서 활동하는 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 대한 미국의 수출 허가가 마이크론의 빈자리를 채우는 데 사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최근 몇 년간 이러한 중국의 경제적 강압을 직접 경험한 동맹국인 한국 역시 빈자리를 채우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트코인 올들어 첫 월간 하락


올해 들어 상승세를 지속하던 비트코인이 5월에는 월간 기준으로 하락했다. 비트코인이 월간 기준 하락한 것은 올 들어 처음이다.

올 들어 비트코인은 미국 금융위기의 피난처가 될 것이란 기대로 상승세를 이어왔다. 비트코인은 올해 초부터 상승세를 이어가 4월 중순까지 80% 이상 급등하며 3만1000달러 선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5월 들어 랠리가 주춤해졌다. 6월 1일 오전 7시 현재 글로벌 코인시황 중계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서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2.05% 하락한 2만7129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월간 기준으로 비트코인은 8% 정도 하락했다.

암호화폐(가상화폐)가 주춤하는 사이 투자자들의 시선은 인공지능(AI)에 쏠렸다. 지난달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7% 상승했다. 특히 AI 관련 주가 급등했다. AI앱 제공업체인 C3.ai는 올 들어 258%, 생성형 AI에 최적화된 반도체를 공급하는 엔비디아는 약 160% 급등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4월 말 3000포인트를 밑돌았지만 이날 현재 3400포인트를 넘어섰 다. 전문가들은 "챗GPT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며 비트코인은 후 순위로 밀렸다“고 입을 모은다.

○제조업 위축에 유가 2% 급락


국제유가는 중국의 수요부진과 미국 달러 강세로 떨어졌다. 이날 미국 서부 텍사스원유(WTI) 선물은 1.37달러(2%) 하락한 배럴당 68.09달러에 마감했다.

북해 브렌트유는 1.11달러 떨어져 배럴당 72.60달러를 기록했다. 두 유종은 전날에도 4% 넘게 떨어졌다.

이날 유가는 중국의 경제지표 부진과 달러 강세로 하락했다. 5월 제조업 활동이 예상보다 빠르게 위축됐다. 공식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월의 49.2에서 5월 48.8로 하락해 예상치 49.4에 뒤쳐지면서 유가 하락을 부추겼다.

달러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는 올랐다. 미국 부채한도 증액법안이 의회에서 승인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했다. 하원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상원으로 넘어가게 되며, 상원에서는 6월 5일 시한이 임박함에 따라 주말까지 논쟁이 계속될 수 있다.

미즈호의 밥 야거 에너지 선물 이사는 "예상보다 부진한 중국 데이터, 부채 한도 상황, 2년간의 지출 정체, 다음 달 금리 인상 가능성이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