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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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주가에 대한 개인 투자자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업황이 내년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주가도 당분간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10만전자'를 바라보던 2021년 초반과 현재는 상황이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 7만2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25일 이후 3거래일 연속 52주 신고가를 기록하며 7만원대에 안착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는 삼성전자를 집중 매수하고 있다. 전날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447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올 초부턴 전날까지 10조2619억원을 순매수하고 있는데, 2위인 SK하이닉스(1조2769억원)의 10배에 달했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엔비디아가 '깜짝 실적'을 발표한 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AI 반도체용 수요가 증가할 거란 기대감이 투자 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엔비디아가 발표한 1분기(2∼4월) 매출은 71억9000만 달러(약 9조5483억원)로 시장 전망치를 10% 웃돌았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데이터 센터 칩에 대해 급증하는 수요를 맞추기 위해 공급을 크게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이 전해진 후 엔비디아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업체의 주가는 급등했다.

삼성전자의 주가가 강세를 보이자 종토방(종목토론방)도 들썩였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의 소액주주수는 580만명에 달한다. 한 투자자는 "10만전자 가는 건가요? 다들 힘내세요"라는 반응을 보였다. 다른 투자자는 "1년만 참으면 10만원에 팔 수 있다"며 주가가 오를 것을 점치기도 했다.
"1년만 참으면 '10만전자' 온다"…주주들 들썩이는 까닭
전문가들은 과거 '10만전자'를 바라봤던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2021년 1월 15일 장중 삼성전자의 주가는 9만6800원까지 치솟았다.

남대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2021년 초 삼성전자의 주가가 강세를 보인 배경엔 주주환원정책이 있다"며 "당시엔 반도체 수요도 급증했었기 때문에 현재와 비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020년 말 기준 주주에게 2021년 4월 10조7000억원(1주당 1578원)의 일회성 특별 배당을 지급했다.

다만 삼성전자의 주가가 여전히 저평가돼 상승 여력을 갖췄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주가가 업황을 먼저 반영하는 점, 현재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역사적 평균치를 밑도는 것 등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에 주가 조정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삼성전자의 PBR은 1.25배다.

주가의 향방은 고용량 더블데이터레이트(DDR)5가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DDR5는 최신형 D램이다. 주요 수요처로는 데이터센터, 고성능컴퓨팅(HPC)용 서버 등이 있다.. 고영민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서버용 DDR5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2분기 반도체 평균판매단가(ASP)의 낙폭이 둔화한다면 DDR5에 대한 기대감에 힘입어 반도체 업종의 주가가 우상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 업황은 내년께 본격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황이 살아나려면 PC, 스마트폰 등 전방 산업의 수요가 회복돼야 하는데, 그 시점이 내년 상반기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현재 반도체 업황은 바닥 수준이며 올 하반기까지 반등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재고가 소진되고, 경기가 살아나면 업황이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삼성전자 목표주가 평균치는 8만1200원이다. 연초 5만원 중반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올랐다. 하이투자증권은 9만5000원으로 가장 높은 목표주가를 제시했다. 유진투자증권·유안타증권·IBK투자증권은 9만원을 목표주가로 잡았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