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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 집중탐구

주도주 바뀌는 과정서 반대로 움직인 개미들
“반도체·2차전지 수급 순환 반복 가능성”
비켜간 中리오프닝 수혜…하반기엔 철강시황 회복될까
포스코홀딩스가 짓고 있는 아르헨티나 염수리튬 시범공장 전경.  /사진=한경DB
포스코홀딩스가 짓고 있는 아르헨티나 염수리튬 시범공장 전경. /사진=한경DB
국내 철강섹터 대장주이자 2차전지 소재 관련 테마에도 포함된 POSCO홀딩스 주가가 5월의 강세장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2차전지 테마가 차지했던 증시 주도주 자리가 반도체로 넘어간 영향입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POSCO홀딩스를 비롯한 2차전지 관련 종목의 주식을 대거 사들이고 있습니다. 다시 2차전지 테마가 주도주로 부상할 가능성에 베팅한 것입니다.

반도체로 주도주 바뀌는 과정서 POSCO에 베팅한 개미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0일 POSCO홀딩스는 36만3000원에 마감했습니다. 직전 고점인 지난달 17일의 42만3500원 대비 14.29% 하락한 수준입니다. 이 기간동안 개인은 POSCO홀딩스 주식 1조3271억원어치를 순매수했습니다. 전체 증시에서 개인이 가장 많이 산 종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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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CO홀딩스에 이어 에코프로, 포스코퓨처엠, LG화학,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엔켐까지 개인의 순매수 규모 상위를 2차전지 테마가 싹쓸이했습니다.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 감산을 공식화한 이후 반도체주가 증시 주도주 자리를 차지해가는 동안에도 개인의 2차전지에 대한 베팅이 이어진 겁니다. 그러는 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순매도 규모는 4조원을 웃돕니다.

잘못된 베팅일까요. 지금까지의 주가 흐름만 보면 그렇습니다. 지난 30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7만원선과 11만원선을 돌파하며 신고가를 갈아치웠습니다. 미국의 반도체업체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연산에 필요한 반도체 수요 증가를 점치며 시장 기대를 크게 웃도는 가이던스(자체 실적 전망치)를 내놓은 훈풍이 이어진 영향입니다.

하지만 반도체주가 계속 상승세를 이어갈 것인지에 대한 의견은 엇갈립니다. 증권가에선 소수 의견이지만 반도체주의 조정 가능성을 점치고 있습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주에 대한) 중장기 매수 관점은 유효하지만, 단기적으로 주가 급등은 부담”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AI용 반도체에 들어가는) 고용량 DDR5의 출하 비중이 아직 1%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라며 “저조한 판매량 속에서 단기 주가의 되돌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2차전지 테마가 다시 증시 주도주로 부상할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복수의 펀드매니저는 올해 연말까지의 주식시장에 대해 반도체를 포함한 IT섹터와 2차전지 테마가 번갈아가며 주도주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IRA 맞춤 역량’ 광물 소싱 경쟁력, 수익성 향상 기대도

2차전지 관련 종목으로서 POSCO홀딩스의 최대 강점은 광물 확보 경쟁력입니다. 본업인 철강사업을 통해 노하우를 쌓았죠. 한국의 셀 제조업체들이 만드는 2차전지의 양극재를 구성하는 광물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니켈만 해도 포스코의 주력제품 중 하나인 스테인리스스틸(STS)의 원료이기도 합니다.

광물 확보 능력이 중요해진 배경은 미국과 중국의 패권다툼입니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 여력이 가장 큰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하려고 합니다.

안회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IRA에서 핵심광물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 및 광물협정을 맺은 국가까지 적격 원산지 범위가 넓혀졌지만, 여전히 (광물 공급선이) 중국의 자취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완성차업체와 셀(2차전지 완제품) 기업들의 광물자원 조달이 늘어나기 전까지, 그들의 소재 파트너 선택 기준은 ‘중국 외에서 안정적인 광물 밸류체인을 가졌는가’가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포스코그룹의 2차전지용 광물 사업은 전방위적입니다. 우선 POSCO홀딩스는 아르헨티나 염호와 호주 광산에서 채굴한 리튬을 가공할 공장을 광양에 짓고 있습니다. 폐배터리에서 재활용할 수 있는 광물을 뽑아내는 HY클린메탈(화유코발트와의 합작사)의 공장도, 연산 2만t 규모의 니켈 정제공장도 모두 광양에 건설 중입니다. 광양에는 포스코퓨처엠이 운영하는 세계 최대 규모(연산 9만t)의 양극재 공장도 있습니다.

안회수 연구원은 “작년 리튬기업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무려 56%로, 업스트림(탐사·채굴)에서 소재에 들어가는 최종 원재료까지 스프레드(수익성 지표) 격차가 어마어마하다는 의미”라며 “적어도 미드스트림(중간소재)부터만이라도 원료를 내재화하면 마진의 확장이 가능하다”고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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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켜간 중국 리오프닝 수혜…“하반기엔 철강 시황 회복”

2차전지 소재 사업이 미래 성장 기대감을 자극한다면, 본업인 철강 사업은 당장 실적을 좌우합니다. 글로벌 철강 시황은 중국 내 가격을 보고 판단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철강재를 많이 만들고, 또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가 중국이기 때문입니다.

3월 중순 이후부터 최근까지는 철강 시황이 부진합니다. 중국 리오프닝 수혜를 기대하며 현지 철강사들이 생산량을 늘렸지만, 리오프닝에 따른 철강 수요 증가는 기대에 못 미친 영향입니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스프레드 수준에서 중국 철강사들의 마진이 분명 부진함에도 불구하고, 아직 가동률 조절이 적극적으로 나타나진 않고 있다”며 “(중국 정부의) 실질적인 감산 명령이 이뤄지지 않은 데다, 철강사들로서는 지금 당장 자발적 생산 감축으로 대응하면 하반기 시황 회복이 나타날 시기에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게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래도 하반기엔 철강 시황이 회복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 부동산 시장의 회복 조짐이 주목됩니다. 이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중국 부동산 시장의 선행지표 성격을 갖고 있는 주택가격이 올해 들어 회복되고 있다”며 “상반기 양호한 흐름을 보인 부동산 선행지표들이 하반기 실제 수요 개선을 이끌어 철강 시황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철강 시황이 회복되는 국면에서 POSCO홀딩스의 실적 개선은 더 두드러지게 나타날 전망입니다. 작년 여름 장마로 포항제철소 인근의 냉천 범람으로 철강 공장이 수해를 입은 패널티를 안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공장 가동은 지난 1월20일 전부 정상화됐습니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