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용일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불공정거래 조사 역량강화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함용일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불공정거래 조사 역량강화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금융감독원이 주가조작을 비롯한 불공정행위 조사 조직을 대폭 개편한다. 2013년부터 운영한 기존 조직 체계를 10년만에 뜯어고치기로 했다. 최근 증시에서 ‘라덕연 일당 사건’ 등 대규모 주가조작 의혹 사건이 일어났지만 금감원이 이를 선제적으로 파악·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반영한 조치다.

"주가 조작 사태 사전 감지 못해...전열 재정비"

30일 금감원은 조사부문 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날 금감원에서 기자 대상 브리핑에 나선 함용일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최근 8개종목 주가 조작 사태를 사전에 감지하거나 예방하지 못한 것을 반성의 계기로 삼을 것”이라며 “조사부문 전열을 재정비해 주가조작 세력을 뿌리뽑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조사 3개부서 총 인력을 35% 증원할 계획이다. 조사전담 인력은 기존 45명에서 69명으로 24명 늘린다. 지원인력까지 포함하면 조사국 전체 인원이 70명에서 95명으로 증원된다는 설명이다. 함 부원장은 “조사 업무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조사 업무를 경험해본 이들 위주로 배치할 것”이라고 했다.

조사 부문 내에는 특별조사팀, 정보수집전담반, 디지털조사대응반 등을 신설한다.

특별조사팀은 대규모 투자자 피해 등이 우려되는 주가 조작 사건을 비롯해 각종 중대 불공정거래사건을 담당한다. 최근 CFD 관련 사건처럼 신속한 집중 조사와 우선조치가 필요한 사건을 도맡는다.

정보수집전담반은 오프라인 투자설명회, 온라인 카톡방·유튜브 등을 통해 불공정거래정보를 수집하는 게 목표다. 기존엔 주로 외부 제보를 기반으로 대응했다면 이젠 정보를 능동적으로 수집한다는 설명이다.

사건은 '유형별 담당'에서 순환 배정 구도로

조사국 조직은 부서간 경쟁을 강화하는 구도로 전환한다. 2013년부터 기획조사·자본시장조사·특별조사국 등 사건의 유형이나 인지 출처에 따라 분류했던 조직을 조사 1·2·3국 체제로 바꿀 예정이다.
'주가조작' 결국 칼 빼든 금감원…조사부문 10년 만에 대개편
이에 따라 앞으로는 조사부문 내 각 국이 주요 사건을 돌아가며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엔 자본시장조사국이 한국거래소가 통보한 사건을 조사하고, 기획조사국이 외부 제보 사건 등을 조사했다.

전체 조사국의 사건 심의 업무는 조사1국 조사총괄팀으로 일원화한다. 사건 심의는 금감원 내 각 부서가 조사를 벌이고 관련 조치를 할 때 처리안이 적정한지를 따져보는 절차다. 기존엔 각 국 기획팀에서 자체적으로 심의했다.

내달부터 집중신고기간 운영

금감원은 연내 특별단속반과 집중신고기간을 운영해 불공정거래 관련 투자설명회와 유사투자자문업자 등을 집중 단속하기로 했다. 다음달 1일부터 12월말까지 불공정거래 특별단속반을 구성해 운영한다. 투자설명회 현장 단속, 유사투자자문업자에 대한 일제·암행 점검을 벌여 불공정거래 혐의가 잡히면 즉시 조사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주식 리딩방 등 관련 제보·신고 활성화를 위해 집중신고기간도 운영한다. 다음달 7일부터 오는 12월31일까지다.

리딩방은 카카오톡, 텔레그램 등을 통해 주로 운영된다. 원칙적으로 이용자간 사적 대화의 영역이라 제보가 없는 한 금융당국이 조사나 제재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 금감원은 작년 리딩방 불공정거래에 대해 구체적인 제보를 한 이들 두 명에게 총 1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금융위원회, 거래소와는 조사정보공유시스템을 가동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조사 업무와 조직체계 등 필요한 모든 것을 재정비하겠다"며 "유관기관과 협력해 투자자 보호와 자본시장 투명성 제고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