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NBC 드라마 '블랙리스트' 시즌 10에 등장한 지문 등록기기. 용의자의 지문을 채취할 때 활용된 이 기기는 시가총액 1900억원대 기술 강소기업 '슈프리마아이디'가 피땀 흘려 개발한 제품이다. 회사 측이 드라마에 따로 협찬한 건 아니다. 하지만 직원들은 디자인을 보고 단번에 자사 제품임을 알아봤다. 뿐만 아니다. 우리가 공항에서 매번 마주하는 여권 판독기, 주민등록증 발급 때 우리의 지문을 스캔하는 지문 등록·인식기기 모두 슈프리마아이디 제품이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슈프리마아이디는 전날 6만44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달 6일까지만 해도 1만원 중반대를 맴돌던 주가는 단숨에 6만원대로 치솟았다. 장중엔 7만원대를 웃돌며 52주 신고가를(4월 20일·7만4500원) 새로 썼다. 단기간 주가 급증에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조회공시를 요구했다.별다른 호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데다 최대주주 변경 공시를 앞두고 불과 약 일주일 사이 벌어졌던 터라 이번 주가 급등을 두고 말들이 많았다. 증권가에선 미공개 정보가 샌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회사 측은 의혹에 부인했지만, 의심은 여전히 걷히지 않고 있다.슈프리마에이치큐는 지난 11일 글로벌윈-위드윈신기술투자조합1호 외 3인과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슈프리마아이디 주식 155만7550주를 글로벌윈-위드윈신기술투자조합1호 외 3인에 주당 3만5600원에 양도하는 내용이다. 거래 후 글로벌윈-위드윈신기술투자조합1호가 지분율 19.03%로 최대주주에 오른다. 슈프리마아이디는 2017년 4월 슈프리마에이치큐 아이디솔루션사업부가 물적분할돼 설립된 회사다. 상장은 설립 약 2년 뒤인 2019년 8월에 했다. 상장한 지 약 6개월 지났을 무렵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해외 매출로 먹고사는 슈프리마아이디에 전 세계를 강타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직격탄이 됐다. 작년 기준 회사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85%에 달했다. 회사 측은 "주로 공공 부문에 제품을 공급하는 데 공공기관이 전부 폐쇄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자연히 수주도 줄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본격화한 2020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한 배경이다. 매출도 2019년 약 121억원에서 2020년 84억원으로 30.6% 감소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하면서 코스피 1900선이 붕괴됐던 데다 실적이 뒷걸음질 친 점을 고려하면 주가는 팬데믹 기간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후에도 주가 흐름이 지지부진한 건 회사가 풀어야 할 숙제다. 매출 증가세에 비해 이익 개선세가 더딘 점이 문제란 게 일각의 지적이다. 매출은 연결 기준 2020년 84억원, 2021년 145억원, 2022년 151억원으로 우상향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2020년 적자에서 2021년 흑자로 돌아섰지만, 지난해 2021년 대비 6.7%가량 하락했다.현재 주가는 공모가(2만7000원) 대비로는 138.5% 웃돌고 있다. 하지만 사업적 측면의 모멘텀으로 오른 게 아닌 만큼 주가는 다시 하락할 여지가 있다. 수급을 보면 이달 들어 전날까지 기관과 기타법인은 각각 6억7000만원, 92억원 순매도했다.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91억원, 6억3000만원어치를 사들였다. 물론 호재는 남아 있다.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에서 지문등록 기기 수요가 커지면서 수주가 늘어날 수 있어서다. 슈프리마아이디 관계자는 "아프리카는 부정투표 때문에 투표하려면 유권자라는 걸 등록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저희 제품이 이미 공급돼 쓰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는 11월 출입국시스템(EES) 제도를 본격 도입하는 유럽 쪽 수요도 노릴 것이란 전망이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11월 유럽이 EES를 본격화하면 여권 판독기, 지문 등록기 등의 제품이 필요하다"며 "이미 프랑스 전자여권, 전자주민증 사업에 슈프리마아이디 제품이 독점적으로 들어가 있다. 수주 경쟁이 치열하겠지만, 유럽에서 어느 정도 입지를 다져 놓은 만큼 저희 제품이 들어갈 가능성이 적진 않다"고 말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챗GPT처럼 딥러닝 기반 AI활용에 가벼운 네트워크까지 장착한 고난도”얼굴인식 바이오스테이션3 앞세워 사우디 네옴시티 설계작업도 참여“챗GPT라는 거대 AI(인공지능)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이런 AI 기술의 효과를 가장 빨리 보여줄 수 있는 영역이 얼굴이나 지문을 인식하는 바이오메트릭스(생체인증)입니다.”바이오 인식 보안기기 전문 제조기업 슈프리마그룹 이재원 회장은 15일 경기도 성남 본사에서 최근 열풍인 챗GPT로 말문을 열었다. 챗GPT에 쓰인 AI와 슈프리마의 얼굴인식 솔루션인 ‘바이오스테이션3’에 쓰이는 AI 모두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학습한 결과라는 공통점이 있어서다.이 회장은 “얼굴인식 기술만 해도 최근 2~3년 새 큰 변화가 있었다”며 “과거에는 전통적인 수학 모델에 의한 방법으로, 고도의 수학 실력이 필요했지만 이젠 딥러닝(심층학습) 기반의 AI기술을 활용해 수많은 데이터베이스를 AI에 학습시킨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슈프리마는 인식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마스크를 끼고 있는 얼굴과 히잡을 쓴 모습, 밝기에 따른 얼굴 차이 심지어 역광을 받을 때까지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구별할 수 있게 설계했다.차이점도 있다. 바이오스테이션은 챗GPT와는 달리 ‘에지 디바이스(데이터를 발생하는 기기)’다. 챗 GPT는 큰 클라우드 서버에서 돌아가지만 챗GPT는 같은 학습량이더라도 작은 기기 안에서 돌아가야 한다. 이 회장은 “상당히 가벼운 AI 네트워크를 장착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데 그것을 극복했고, 기술개발 끝에 얼굴인식 기능을 구현했다”고 웃어 보였다. 갤럭시S23 등 전세계 3억대 이상 스마트폰에 슈프리마 지문인식기술 탑재 2000년 설립된 슈프리마는 바이오인식 보안 분야 세계 1위를 다투는 글로벌 강소기업이다. 지문, 얼굴, 모바일카드 등 다양한 인증 수단으로 기업의 근태 관리를 지원하고 있다. 17일 출시 예정인 삼성전자 갤럭시S23 을 포함해 전세계 3억대 이상의 스마트폰에 이 회사 지문 인식 시스템이 들어갔다. 또, 사우디아라비아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하는 ‘네옴시티’ 주택단지 출입 통제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바이오스테이션3을 네옴시티에 적용하고자 설계 작업을 진행중이다.슈프리마그룹은 슈프리마, 슈프리마아이디, 슈프리마에이치큐 3개 회사로 나뉘어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슈프리마가 주요 사업체라면 아이디는 공공 부문에, 에이치큐는 지주회사 겸 ODM(제조업자 개발생산)사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슈프리마 그룹의 2021년 매출액은 약 984억원, 영업이익은 약 230억원에 달한다. 전년 대비 각각 170억원, 70억원 늘어났다. 연초 2만1000원까지 내려갔던 슈프리마 주가는 최근 우상향해 2만4000원대로 올라왔다.이익이 큰 만큼 주주들 사이에서는 배당금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배당은 회사가 혁신이나 성장을 접고 지금 있는 상황에서 효율성 제고나 이익 극대화 했을 때 생각을 할 것”이라며 “대신 주주환원정책으로 자사주매입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슈프리마는 물리보안과 스마트폰, 두가지 시장을 타깃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슈프리마아이디는 전세계 공공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이 회장은 “출입국 관리나 인구조사사업 등에 있어서 생체 인증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아프리카나 중동, 남미 등에서는 민주화 물결로 선거제도가 발전하면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스템을 통해 본인 인증을 해야 하는 수단이 필요해졌는데 그쪽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이 회장은 슈프리마를 출입보안과 본인인증 분야 확고한 세계 1위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그는 “분야는 다르지만, 애플이나 삼성처럼 그 시장에서 도미넌트 플레이어(주도적인 행위자)가 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
슈프리마아이디는 신분증과 여권 판독기인 '리얼패스엔(RealPass-N)'이 조달청의 적합성 인증심사를 거쳐 혁신제품으로 지정됐다고 10일 밝혔다.'RealPass-N'은 플라스틱 및 모바일 신분증, 전자여권, QR 및 바코드를 자동 인식하는 다기능 문서 리더기다. 여러 신분증 유형을 판독할 뿐만 아니라 위·변조 여부도 확인할 수 있다. 우수한 방수·방진 제품력에 사용자 친화적인 디자인까지 갖춰 공항, 호텔이나 행정복지센터 같은 지방자치단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루 활용 가능하다.혁신제품은 조달청과 각 분야 전문가가 심의회를 구성해 공공성, 혁신성 등에 대한 평가를 진행한 후 지정한다. 지정된 혁신제품은 조달청 혁신장터에 등록 가능하며, 수요 공공기관이 자체적으로 혁신장터에서 해당제품 구매 및 수의계약을 맺을 수도 있다. 이상훈 슈프리마아이디 전략기획총괄 상무는 "RealPass-N은 이번 혁신제품 중 유일한 신분증 판독기"라며 "고성능 문자 인식 기술 및 위·변조 판독 기술을 갖추고 있는 만큼 국내 공공기관 비대면 신원·신분 확인 분야에 정확하고 확실한 본인 인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