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기업 엔비디아가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실적을 내면서 국내 반도체주에 훈풍이 불었다. 삼성전자는 장중 7만원까지 올랐고, SK하이닉스도 10개월 만에 10만원 선을 회복했다.

엔비디아 훈풍에 '7만전자' 터치
25일 SK하이닉스 주가는 5.94% 오른 10만3500원에 마감했다. 이 회사 주가가 종가 기준 10만원을 넘긴 건 지난해 7월 27일 후 약 10개월 만이다. 삼성전자도 이날 0.44% 상승한 6만8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7만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의 최대 수혜기업으로 꼽히는 엔비디아가 전날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발표한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AI 학습을 위한 데이터센터용 차세대 반도체를 생산 중”이라며 “급증하는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공급을 많이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반도체가 슈퍼사이클에 진입할 때는 데이터센터, 암호화폐 등 새로운 수요가 발생했는데 이번엔 AI 산업이 반도체 시장을 키울 것이라는 기대가 증권가에서 커지고 있다.

AI용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면 함께 장착하는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인 고대역메모리(HBM) 판매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압도적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글로벌 HBM 시장 합산 점유율은 지난해 말 기준 90%에 이른다.

올 들어 국내 주식시장에서 반도체주를 싹쓸이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는 이날도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각각 2665억원, 766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