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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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가 23일(현지시간) 1% 넘게 상승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에너지부 장관이 '가격 변동성'을 이용하는 투기꾼에 경고를 보냈다는 소식에 추가 감산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7월물 가격은 전날보다 86센트(1.19%) 오른 배럴당 72.9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IT는 지난주 주간 기준 2.1% 올랐는데 이번 주에도 이틀 연속 상승세다. 종가 기준으론 5월 9일 이후 최고치이다. WTI 가격은 장 중 한때 2% 이상 올라 73달러를 훌쩍 넘어서기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 장관의 발언은 유가를 끌어올렸다.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도하에서 열린 '카타르 경제 포럼'에 참석해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책임 있는 시장 규제자로 남을 것"이라면서 "가격 변동성을 이용해 이익을 챙기려는 투기꾼들은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OPEC과 러시아 등 기타 산유국으로 구성된 협의체인 OPEC+는 지난달 하루 116만 배럴 규모의 자발적 추가 감산 방침을 깜빡 발표했다. 내달 4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릴 예정인 OPEC+ 정례 장관급 회의에서 감산 소식이 전해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오일프라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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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C 마켓츠의 마이클 휴슨 애널리스트는 "사우디 에너지 장관이 유가의 계속된 하락에 베팅하는 투기꾼들에게 경고를 날린 것"이라며 "이미 지난 4월의 깜짝 감산으로 시장이 고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6월 초 OPEC+ 산유국 회의에서 또 다른 깜짝 감산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OPEC+가 아직 감산에 나설 것이라는 징후는 없다"면서도 "4월에도 그러한 징후가 없었기 때문에 경계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산유국들은 유가를 배럴당 80달러 이상을 유지하려고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본격적으로 여름을 앞두고 휘발유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인식도 영향을 미쳤다. 프라이스 퓨처스 그룹의 필 플린 선임 애널리스트는 "여름 드라이빙 시즌을 앞두고 휘발유 재고가 타이트할 것이라는 인식도 유가 상승에 일조했다"며 "(재고 부족은) 거시 경제적 두려움에 초점을 맞춰온 원유 시장의 역학 관계를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연방정부 부채한도 상향 협상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은 유가에 악재가 될 수 있다. 미국의 부채한도 합의가 이뤄지면 경제전망에 대한 낙관론이 부상하겠지만, 막판 대치를 이어간다면 시장 위험 회피 심리가 강화될 수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공화) 하원의장은 전날 세 번째 회동에서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미국 연방정부가 사상 초유의 채무 불이행(디폴트)에 빠질 것으로 예상되는 시한(6월 1일)이 9일 앞으로 다가왔다. 매카시 의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생산적'이라는 것을 '진전'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며) 연방 지출을 줄이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