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주춤한 사이 일본 증시가 가파르게 오르자 ‘일학개미’가 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의 호실적과 엔화 약세 등이 증시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증시가 계속 오를지에 대해서는 증권가 전망이 엇갈린다.

호실적·엔저에 일학개미 '쑥'


2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1개월(4월 18일~5월 19일) 동안 국내 투자자들의 일본 주식 순매수 규모는 약 466만 달러였다. 직전 1개월(3월 17일~4월 17일) 순매수액인 377만달러에 비해 23.6% 증가했다. 국내 투자자들의 일본 주식 보관금액도 이달 18일 기준 30억5506만달러로 지난해 12월 말 26억1108만달러에 비해 17% 이상 늘어났다.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 2월 한 달간 일본 증시에서 1779만달러어치를 순매도했다. 3월 중순부터 일본 닛케이지수가 상승세를 보이자 매수 우위로 돌아섰다. 닛케이지수는 3월 15일 2만7229.48에서 이날 3만1806.82까지 14.16% 뛰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7.45%)의 두 배 수준이다.

일본 증시가 상승하면서 일본 펀드 수익률도 고공 행진 중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시의 일본 펀드 31종의 3개월 평균 수익률은 11.11%로 주요 지역 중 가장 높았다. 국내 주식형 펀드(5.48%)와 북미 펀드(9.56%)는 물론 신흥국 펀드인 브라질 펀드(6.17%)와 러시아 펀드(8.55%)의 평균 수익률을 모두 웃돌았다.

전문가들은 일본 증시의 상승 요인으로 일본 기업의 양호한 실적, 엔화 약세 등을 꼽았다. 엔화 가치가 하락했을 때 일본 주식을 사놨다가 향후 엔화가 강세로 전환하면 주식 매도시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닛케이지수 구성 종목 가운데 52%가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을 발표했다”며 “엔화 약세 기조 장기화와 경기민감주 실적 개선이 서프라이즈(깜짝 실적)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환율 효과를 기대하는 투자 수요가 일본으로 가고 있다"며 "엔화 환율이 예전에 비해 낮아진 상태에서 주식을 사두면 나중에 환율이 상승할 때 차익이 발생할 것을 기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가 상승 전망은 엇갈려


증권가에서는 일본 증시에 대한 의견이 다소 엇갈리고 있다. 일본 증시가 급등한 만큼 추가 상승 여부는 신중히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과 하반기에도 현재 대비 최고 10%가량 추가 상승할 것이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닛케이지수의 등락비율(ADR)은 지난 17일 기준 143.3% 달해 과매수 구간으로 분류되는 120%를 넘겼다. ADR은 20거래일 내 상승 종목 수를 같은 기간 내 하락 종목 수로 나눈 비율이다.

김채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닛케이지수가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닛케이지수가 3만 선 위에서 안착 가능할 지는 향후 1~2주간의 동향이 관건”이라고 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일본 증시가 5월 들어 단기과열이라 할 만큼 상승폭이 컸다”며 “경제 성장의 연속성과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증시 강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현재 대비 상승세는 둔화되겠지만 올 하반기에도 일본 증시 강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보원 연구원은 “일본 금융정책 정상화 속도가 더딘 점, 미국과 중국 제조업 회복 등의 시나리오를 반영하면 닛케이지수 하반기 예상 변동 폭은 2만7500~3만3000선이 될 것”이라며 “상승 동력을 여전히 보유한 만큼 추가 상승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