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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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에서 식당을 개업하는 이야기를 담은 tvN 예능 '서진이네'에선 볶음면, 국물라면 등이 다양하게 등장했다. 외국인 손님들이 라면들을 한껏 즐기는 모습이 잇따라 화면을 탔다. 더군다나 인턴직이었던 그룹 방탄소년단(BTS) 뷔가 야식으로 라면을 먹는가 하면, 방송 말미에는 각종 라면을 끓이기도 했다. 이 장면들은 유튜브를 통해 퍼지면서 이를 시청한 외국인들의 침샘을 자극했다.

K라면이 일을 냈다. 한국인은 물론 미국인들이 입맛도 사로잡았다. 한류 열풍을 타고 더욱 인기몰이 중이다. 실적도, 관련주도 덩달아 상승세다.

18일 오전 11시 6분 현재 농심은 전일 대비 1500원(0.36%) 내린 42만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올해(1월 2일~5월17일) 들어선 18.21% 올라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0.61%)을 웃돌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월드컵 특수에 치맥(치킨+맥주) 관련주가 상승 곡선을 그렸다면, 이젠 라면으로 관심이 옮겨가는 분위기다. 한류 영향에 수출이 호조를 그리면서 시장의 기대감은 더 부풀고 있다. 음식료주 주가 반등의 핵심이 '수출'이 되면서 상승곡선은 더 가파른 상태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인구가 감소하는 내수 시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내수 의존도가 높은 한국 음식료 기업들의 돌파구는 해외 매출 확대 혹은 사업 확장이며, 해외 혹은 신사업으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기업들의 리레이팅(re-rating, 재평가)으로 기업 간 기업가치 격차가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봤을 때 식음료 업체들의 주가를 견인한 건 수출이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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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 라면 수출액은 2억800만달러(약 2767억원)로 역대 1분기 사상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증권사들은 국내 대표 라면3사(농심·오뚜기·삼양식품) 중에서도 특히 농심의 주가를 일제히 높여 잡았다. 제품 가격 인상, 견조한 판매량, 원가 안정화 등에 수익성이 강하게 회복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무엇보다 미국 라면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판매 성장 여력이 높고, 인플레이션으로 라면의 상대적 가성비가 부각되고 있으며, 아시안 외 히스패닉·백인 등으로 소비층이 지속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라면이 한 끼 식사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프리미엄 시장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고가 제품 비중이 높은 농심의 시장 점유율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는 추세"라고 부연했다.

오지우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올 2~4분기에도 한국과 미국 중심의 성장과 이익 개선이 계속될 전망"이라며 "주요 원재료 투입가 하락, 올 하반기~내년 상반기 미국 3공장 검토 등 기대할 요소가 많다"고 평가했다. 한유정 연구원은 "미국 내 코스트코, 샘스클럽 등 메인스트림 채널로의 입점 확대, 신라면 브랜드 외 돈고츠사발, 생생면 등으로의 품목 수 확대로 올해 북미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6.9% 증가한 7312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20% 비중 초과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tvN에서 방영된 '서진이네' 에서는 다양한 분식메뉴를 선보였다. 라면은 인기메뉴였다. / 사진=해당화면 캡쳐
tvN에서 방영된 '서진이네' 에서는 다양한 분식메뉴를 선보였다. 라면은 인기메뉴였다. / 사진=해당화면 캡쳐
농심 미국법인의 올 1분기 매출은 16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04.7% 증가한 180억원을 기록했다. 농심은 미국 시장 내 자사 라면의 인기를 올 1분기 호실적의 원인으로 꼽았다. 마침 미국 제2공장 가동으로 제품 공급도 원활해졌다. 농심의 1분기 전체 매출은 860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16.9%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85.8% 늘어난 638억원으로 집계됐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거치며 라면이 한 끼 식사이자 비상식량으로 인식되기 시작된 점도 수출 호조의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증권가는 진라면의 오뚜기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하희지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올해 가격 인상 효과 및 라면 중심 견조한 성장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2분기 이후부터 원가율도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판단돼 하반기 실적 개선에 따른 주가 우상향 흐름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오뚜기의 올 1분기 매출은 8567억8400만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5.4% 늘었다. 라면류 매출 증가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영업이익도 653억7100만원으로 10.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는 올 들어서 5.04% 하락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