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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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은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17일까지 유사투자자문업체 세 곳이 카카오톡, 텔레그램 등으로 운영하는 회원 전용 주식 운용방에 가입했다.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조작 사태가 발생하기 약 1주일 전부터 한 달여간 투자자문 행위를 지켜봤다.

속칭 ‘리딩방’으로 불리는 이들 유사투자자문업체가 추천하면 종목 추천 직후 어김없이 거래량이 늘면서 주가가 치솟았다. 카톡이나 텔레그램으로 매수·매도 타이밍을 알려준 후 조직적으로 주식을 사거나 파는 방식으로 주가를 부양하거나 차익을 실현했다. 전문가들은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부정거래행위 등으로 추정되는 불법 행위”(송성현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라고 지적했다. 여러 리딩방이 동일한 주식을 매수·매도 추천하는 거래도 확인됐다. 여러 업체가 서로 짜고 거래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오후 2시 1만주 사세요"…카톡 찍어주고 작전 개시

◆리딩방 세 곳이 추천한 코스닥 상장사

코스닥 상장사 크리스탈신소재는 세 곳의 리딩방이 모두 추천한 종목이다. 리딩방 K가 프리미엄회원 카톡방에 이 회사를 처음 추천한 건 지난 2일. 카톡방에 “오후 2시 1500원에 1만 주 사세요”라는 메시지가 떴다. 엿새 뒤인 8일 리딩방 K는 일반회원 카톡방에도 크리스탈신소재를 추천했다. 같은 날 또 다른 리딩방 R이 이 회사를 추천주 명단에 올렸다.

이후 1500~2000원 선에 머물던 크리스탈신소재는 10일부터 12일까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 회사 주가는 15일 공시가 나온 뒤 급락했다. 한국거래소의 시황 변동 조회공시 요구에 크리스탈신소재는 “별도 공시할 중요한 정보가 없다”고 밝혔다.

크리스탈신소재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1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낸 강소 기업이다. 하지만 주가가 단기 급등할 사유는 없었다. 주가가 오를 무렵 시장에선 크리스탈신소재가 “전도율이 가장 뛰어난 그래핀 분말 연구개발에 성공했다”는 루머가 돌았다. 그래핀은 강철보다 강하면서 구리보다 높은 전도성을 지닌 첨단 신소재로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다.

◆정회원은 타깃 종목 먼저 매입

리딩방은 회원 등급별로 매도·매수 정보를 달리 제공한다. 더 큰 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리딩방 K는 16일 정회원 1년 입회비를 720만원에서 365만원으로 50%가량 할인한다고 광고했다. 그러면서 정회원 가입 시 “(일반회원이 볼 수 있는) 유튜브 영상 게시 1~2주 전 매수·매도 금액을 알려주겠다”고 선전했다. 리딩방 K는 16일에도 크리스탈신소재를 ‘추천주’ 명단에 올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유사투자자문업자들을 일제 점검해 즉각 조치할 것”이라고 경고한 날이다.

◆폰지 사기 방식으로 투자자 유치

코스닥 상장사인 KBG는 유사투자자문업체인 R과 K가 지난달부터 이날까지 지속적으로 추천 종목 명단에 올렸다. 이 주식은 SG 사태 당시 동반 하한가로 추락한 8개 종목과 비슷한 점이 많다. 평소 주식 거래량이 많지 않았고 오너 승계 이슈가 있으며, 주가가 장기간 꾸준히 올랐다.

리딩방 R은 지난달 10일부터 회원들과 일부 개인투자자에게 KBG를 추천했다. 이로부터 1주일 뒤인 19일 KBG 주가는 상한가로 치솟았다. 유사투자자문업체 F가 운영하는 텔레그램방은 회원들이 투자 차익을 실현하는 수법을 잘 보여준다. 이날 리딩방 F가 운영하는 텔레그램방에 ‘보유 종목 매도하겠습니다. 종목 삼화전자’라는 메시지가 뜨자 “수익 감사합니다”라는 답글이 줄줄이 올라왔다. 주식 매도 메시지다.

삼화전자 주가는 지난달 20일 2890원에서 6거래일 연속 폭등하면서 이달 4일 1만4000원까지 올랐다. 이 회사는 희토류 대체품으로 평가받는 페라이트코어 사업이 주력이다.

시장에선 테슬라가 희토류를 배제한 전기차를 설계한다는 소식에 주가가 단기 급등한 것으로 추정했다. 삼화전자는 “테슬라와 사업 연관관계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배성재 기자 sh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