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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인터뷰
정용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애널리스트)

美 IRA, EU CRMA 정책 자세히 살펴야…올해 투자 포인트 '정책'

음극재 등 일부 업종 과열에도 2차전지 섹터 성장세 지속

그동안 소외된 분리막이나 동박 업종 주목

SKIET와 더블유씨피 추천, 폐배터리 업종 투자 매력 떨어져
국내 2차전지 소부장 정책부터 새만금산단 이슈 주목해야
정용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
정용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
"과열 논란에도 2차전지 섹터의 성장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봅니다. 투자자들은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유럽연합(EU)의 핵심원자재법(CRMA)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작년에는 리튬 가격이 2차전지주에 영향을 줬지만 올해는 '정책'이 투자 포인트입니다."

신한투자증권에서 자동차와 2차전지를 담당하고 있는 정용진 연구위원은 17일 과열 논란이 불거진 2차전지 섹터에 대해 "성장성에 베팅하는 투자 전략이 여전히 통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동안 수급이 몰렸던 업종보단 상대적으로 덜 오른 업종에서 투자 종목을 찾으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2차전지주는 최근 과열 논란과 함께 주춤하고 있다. 2차전지 테마 지수인 'KRX 2차전지 K-뉴딜지수'는 이달 들어 5% 가까이 하락하는 등 투자심리도 위축 됐다. 일각에선 2차전지 섹터가 단기간 급하게 오른 만큼 거품이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정 연구위원은 2차전지가 한국의 반도체 신화를 이을 미래 대표 산업으로 꼽히는 만큼 향후에도 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봤다. 그는 "연초 음극재 업종에 수급이 쏠림에 따라 일부 과열된 종목이 생겼으나 분리막 등의 업종으로 눈을 돌려 알짜 종목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와 '더블유씨피'를 추천했다. 향후 분리막 업종에서 장기공급계약 소식이 전해질 가능성이 높단 이유에서다.

그는 또 올해 2차전지 투자에서 미국 IRA와 EU의 CRMA 등 정책 부분을 꼭 챙기라고 조언했다. 정 연구위원은 "투자자들이 흔히 미국 IRA를 2차전지 산업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탈 중국 정책으로 알고 있지만 이 정책의 핵심은 전기차 산업 육성"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각국에 발표되는 전기차 관련 정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나아가 수혜 업종은 어디인지를 꼭 챙겨야한다"고 조언했다. 정용진 연구원이 강조하는 2차전지 업종 투자 전략을 한경 마켓PRO가 들어봤다.

▷2차전지 내 어떤 업종이 과열됐다고 보는지 궁금합니다.

"2차전지 섹터 전반에 수급이 굉장히 몰려 있으나, 섹터 전체가 과열됐다고 보진 않습니다. 연초 음극재 업종이 단기간에 급등하는 등 특정 종목에서 과열 논란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선 공감합니다. 이런 업종에선 먼 미래 가치를 무리하게 끌어 쓴 종목을 구별하는 등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죠. 음극재가 시장에서 주목받은 것은 대형 배터리셀 업체와 몇 년간 수조원대의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입니다.

이를 토대로 2차전지 섹터를 살펴보면, 향후 장기공급계약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 업종을 노릴 필요가 있습니다. 음극재 업종이 주목받을 때 시장에서 소외된 업종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 음극재 다음 타자로 분리막이나 동박 업체들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들 업종에서 장기공급계약 소식이 전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상대적으로 덜 오른 2차전지 업종에서 IRA 등의 정책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을 찾아야 합니다.

폐배터리 업종의 경우 작년 리튬 공급망 이슈로 주목받았으나 올해는 광산 채굴 등이 부각을 받으면서 보완재의 역할이 줄었습니다. 더군다나 폐배터리 업체들의 본격적인 사업은 2028년부터 시작입니다. 주로 사업이 장기 계획이라서, 지금 당장은 투자 매력이 크지 않습니다."

▷올해 2차전지 투자 포인트로 '정책'을 꼽았는데,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투자자들은 흔히 미국 IRA와 EU CRMA를 탈 중국 정책으로만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정책들의 핵심은 전기차 산업 육성입니다. 해외 전기차 육성 정책에 따라 우리 국내 기업들이 어떤 수혜가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죠.

우선 IRA와 CRMA만 비교해봐도 결이 다릅니다. 전기차 육성이란 공통의 목적을 가지고 있으나 중국산 제품을 완전히 배제하겠다는 IRA와 달리 CRMA 초안에는 핵심 자원에 대한 역내 생산능력 확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특히 특정 국가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65%를 넘지 않도록 한다는 조항도 있는데, 이를 시장에서 탈 중국 정책이라고 해석하고 있죠. 중국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테니, 전기차 시장의 공급망에서 중국이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겠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죠.

하지만 유럽이 어디선가 받아오는 2차전지 소재들에서 중국이 65% 이상 차지하는 소재는 없습니다. CRMA가 규정한 허들에 안 걸립니다. EU시장에서 국내 2차전지 업체가 무조건 탈 중국 수혜가 있다고 보긴 힘들죠. 결국 한국과 중국이 EU시장에서 경쟁하는 구도로 갈 확률이 높습니다.

IRA의 경우 미국이 하반기에 발표할 우려집단의 범위가 중요합니다. 미국은 아직 해외 우려집단이 누군질 명시하질 않았죠. 미국은 우려집단으로부터 공급한 부품은 2024년부터, 핵심 광물은 2025년부터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합니다. 우려집단에 중국 기업 또는 한·중 합작법인이 포함되면 보조금을 받지 못해 국내 업체에는 큰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우려집단 범위에 따라 국내 수혜 업체가 어딘지 명확해질 수 있습니다.

작년에는 2차전지 섹터가 리튬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했다면, 올해는 정책 관련 이슈가 중요합니다. 하반기 들어서 발표된 각국의 전기차 육성 정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예상대로 정책들이 흘러가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올해 투자자들이 챙겨야 하는 2차전지 관련 이벤트나 이슈가 있을까요?

"국내에서도 2차전지 관련 육성 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2차전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육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버렸습니다. 한국의 수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선 2차전지 소부장 업체들을 육성해야 합니다. 정부가 나서서 2차전지 관련 기술을 키우는 연구개발(R&D)이나 원재료 소싱 능력을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죠.

저는 개인적으로 2차전지 소재 메카로 부상 중인 새만금산업단지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현재 2차전지 소재 기업들의 투자로 새만금산단이 글로벌 2차전지 소재 공급기지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새만금 산업단지 규모가 크다 보니, 관련 이슈가 나올 때마다 관련주들의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지 않을까 추측해봅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