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젠은 지난해 연결 영업이익이 1959억4800만원으로 전년 대비 70.6% 감소했다고 17일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8534억원으로 37.7% 줄었고, 순이익은 1799억7000만원으로 66.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씨젠은 이탈리아 토스카나 주정부의 진단시약 공급계약을 수주했다고 18일 밝혔다. 계약 규모는 4500만유로(약 627억원)에 달한다. 씨젠의 이탈리아 현지법인이 토스카나 주정부가 5년마다 실시하는 진단시약 공급계약 입찰에서 공급업체로 선정된 것이다. 토스카나 주정부의 분자진단 시약 공급계약 규모는 2016년 100억원 수준에서 올해 6배 이상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 대유행 과정에서 병원 등 의료현장이 분자진단의 활용성을 체감하면서 진단시약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는 내년 1월부터 토스카나주 13개 공공병원에 코로나19 진단시약과 인유두종바이러스(HPV), 성매개감염증(STI), 약제내성검사(Entero DR), 결핵(MTB) 등의 진단시약을 공급할 예정이다. 씨젠은 이번 계약에서 비(非)코로나19 진단시약이 다수 포함된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공급 규모 중 코로나19 진단시약 비중은 57%, 비코로나 진단시약 비중은 43%다. 독보적인 기술력과 추출에서 결과 도출까지 전체 분석 과정을 자동화한 점 등을 인정받았다고 전했다. 프랑코 마케로니 씨젠 이탈리아법인장은 “이번 계약 체결이 향후 다른 지역의 입찰 수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비코로나 제품의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김예나 기자 yena@hankyung.com
국내 진단업계 쌍두마차인 에스디바이오센서와 씨젠의 실적 희비가 엇갈렸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깜짝 실적을 내며 매출 3조 클럽 가입까지 노리고 있지만, 씨젠은 매출이 반토막 난데다 적자전환됐다.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새로운 먹거리 발굴 전략 등에서 차이가 났다는 분석이다.11일 씨젠은 지난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1508억원, 영업손실 322억원을 냈다고 잠정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0.6% 빠졌고 영업이익은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적자전환됐다. 씨젠 관계자는 “세계 각국의 코로나19 방역 정책 완화에 따라 검사가 줄어 진단시약에 대한 수요도 감소했기 때문”이라며 “미사용 재고에 대해 681억원의 충당금을 설정했고, 재고 이슈는 공급망 이슈 등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말했다. 씨젠은 대표적인 ‘코로나19 특수’를 누린 기업이었다. 지난해 매출 1조3708억원 중 66%에 달하는 9088억원을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시약과 장비로 벌어들였다.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전인 2019년 한 해 매출은 1220억원, 영업이익은 224억원이었다. 지난 3분기 실적이 코로나19 이전의 수준으로 조정돼 가는 과정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PCR 진단 영역에만 머물지 않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적극 발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씨젠은 지난해 박성우 부사장 등 M&A 전문가를 영입해 검토를 이어가고 있으나 지금까지 이렇다 할 M&A 소식이 들리진 않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새로운 제품군이나 사업 영역 확장에 대해선 “아직까지 확정된 게 없다”며 말을 아꼈다.다만 해외 시장 공략에는 속도를 내고 있다. 올 상반기 미국 현지법인장과 의과학부문장, 연구개발(R&D) 담당자를 영입했으며 내년부터 주요 제품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순차적으로 받을 계획이다.김성열 씨젠 글로벌마케팅센터 전무는 "씨젠의 진단시약을 모두 적용할 수 있는 완전자동화 검사시스템 ‘AIOS’를 전세계에 설치하고, ‘PCR 생활검사’ 캠페인을 확대해 PCR에 대한 수요 기반을 넓혀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상 속에서 PCR 검사를 통해 코로나19와 독감 및 일반 감기를 구별하고 지역사회로의 확산을 억제하며 미래 또다른 팬데믹에도 대비하겠다는 설명이다.또다른 진단업계 대표주자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지난 2분기 매출 7950억원, 영업이익 3481억원을 거뒀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지난 1분기 대비 절반 정도 수준이었다. 이 때문에 ‘피크아웃(고점 통과)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하지만 지난 4일 에스디바이오센서는 깜짝 실적을 내놓았다. 3분기에 매출 5512억원, 영업이익 2936억원을 기록했다. 시장 전망치(컨센서스)를 각각 60%, 132% 웃도는 수치였다.에스디바이오센서도 씨젠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특수를 톡톡히 누린 기업이었다. 2019년 730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지난해 2조9300억원으로 40배 가량 불어났다.에스디바이오센서는 이 현금을 M&A에 투자했다. 지난 7월 미국 진단기기 업체 머리디언바이오사이언스 인수를 발표하며 미국 시장 공략의 첫 발을 뗐다. 증권업계에선 최종 인수완료 시점을 내년 상반기로 보고 있다.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 분자진단 영역에도 진출했다. ‘스탠다드 M10’ 미국 출시에도 속도를 내는 중이다. 에스디바이오센서 관계자는 “진단기기 유통회사 추가 M&A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