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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트렌드

박스권 갇힌 삼성전자·SK하이닉스 사들인 외국인·기관
침체 우려에 반도체가격 하락했지만…“3분기부터 회복”
“챗GPT 훈풍이 메모리반도체 피해간 건 ‘시장 왜곡’”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인위적 감산은 없다’던 삼성전자가 생산 감축을 선언하자 주식시장이 환호했지만, 상승세는 길지 않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삼성전자의 감산 선언 당일부터 3거래일동안만 오른 뒤 한달째 박스권에 갇혀 있다.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치고 반등하는 모습이 당장 확인되지 않는 데다, 경기 침체 우려까지 부상한 탓이다.

하지만 외국인과 기관은 주가가 횡보하는 동안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매집했다. 특히 외국인은 삼성전자가 감산을 선언한 지난달 7일부터 이달 10일 중 4거래일을 제외하고 매일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수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메모리반도체 업황 반등이 확인된 뒤에는 반도체 기업 주식을 매수하기에 늦을 수 있다며, “지금이 기회”라고 입을 모은다.

주가 박스권이지만…외국인·기관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매집

지난 10일 삼성전자는 6만4600원에, SK하이닉스는 8만6900원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두 종목 모두 삼성전자가 감산을 선언한 지난달 7일 종가 아래로 내려갔다.

주가가 횡보하는 동안 외국인의 삼성전자 매수세가 대단했다. 지난달 7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의 외국인 순매수 금액 3조7372억원 중 3조570억원이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이는 데 들어갔다. 한달 남짓 기간 동안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순매도한 날은 지난달 14일과 25일, 이달 9일과 10일 등 4거래일 뿐이다.
[마켓PRO] 삼성전자 감산 약발 벌써 '시들'?…증권가 "지금이 기회"
기관은 삼성전자 대신 SK하이닉스를 골라 잡았다. 순매수 규모는 3635억원으로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의 베팅보다는 금액이 작았다. 하지만 삼성전자를 5719억원어치 순매도하고 SK하이닉스를 사들였다는 점에서, 메모리반도체 업황 반등 가능성에 더 주목했다고 볼 수 있다. 전체 사업에서 메모리반도체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SK하이닉스가 더 크기 때문이다.

국내 대형 자산운용사에서 정보기술(IT) 섹터 분석을 담당하는 한 펀드매니저는 “올해 말까지 주식시장의 주도섹터로 2차전지와 반도체가 번갈아 부각될 것”라며 반도체 섹터에 대한 강한 확신을 드러냈다.

개인은 지난달 7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각각 2조4403억원어치와 369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반도체 빅2를 매집하는 가운데서도 두 종목의 주가가 오르지 않은 건 개인이 싼 가격에 팔아줬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 우려에 4월에도 반도체 가격 급락

메모리반도체 업황 반등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주가가 상승 탄력을 이어지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IT기업들이 1분기 실적과 함께 발표한 2분기 가이던스(자체 전망)가 시원스럽지 않은 점이 반도체 업황 반등 기대감에 찬물을 뿌렸다.

중앙처리장치(CPU)를 만드는 미국 반도체업체 인텔은 PC 반도체 재고는 2분기말에 적정 수준에 도달하겠지만, 서버 반도체 시황은 하반기부터 완만한 회복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AMD 역시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 개선세가 하반기부터 나타날 것이라며, 2분기 매출액 가이던스를 시장 전망치 54억8000만달러에 못 미치는 53억달러로 제시했다.

모바일기기용 어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제조업체 퀄컴은 현재 중국 스마트폰 수요 회복의 증거를 확인하지 못했다며, 기존 예상보다 재고 소진에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IT기기에 들어가는 시스템반도체 판매는 메모리반도체와 연동된다. 두 가지 반도체가 모두 들어가야 IT기기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마켓PRO] 삼성전자 감산 약발 벌써 '시들'?…증권가 "지금이 기회"
실제 IT기기 완제품(세트) 업체의 재고가 많다는 게 4월 반도체 가격에서 드러났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가 집계한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4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월 대비 19.89% 하락한 1.45달러였다.

고영민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수요 절대치의 완전한 회복은 거시경제의 바닥에서 시작되지만, 아직 (경기가) 바닥에 도달하지는 않았다”며 “(반도체의) 공급 축소 상황만 파악할수 있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잇는 데이터의 강한 회복을 보기 어려운 게 당연한 구간”이라고 분석했다.

“더 떨어질 데도 없다”…삼성전자 감산 효과는 2분기말부터

하지만 불확실성이 있기에 반도체주 투자에 나설 적기라는 데 고 연구원을 비롯한 증권사 반도체 섹터 담당 애널리스트들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불확실성이 걷혔을 때는 이미 주가도 많이 오른 상태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경기 둔화, 미국의 중국 기업들에 대한 수출 규제,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위험 관리, 노트북 수요의 팬데믹 효과 후유증 등으로 인해 내년에도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탄력적으로 회복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면서도 “고점 대비 67% 하락한 D램 고정거래가격은 이미 수요 침체를 충분히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설령 경기가 침체된다고 해도 메모리반도체 가격은 더 떨어질 게 없다는 말이다.

고 연구원도 “4월 기준 미국 공급관리협회의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는 47.1로, 과거 제조업지수의 역사적 하단 평군 수준에 근접했다”며 “향후 경기침체가 현실화된다 해도 서비스업 지수는 하락세를 보이겠지만, 제조업지수는 현재 레벨에서 횡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수요가 횡보하는 상황에서 공급이 줄어들면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 메모리반도체 1위 기업인 삼성전자의 감산이 실제 업황에 영향을 주기 시작하는 때는 2분기말이다. 원재료인 웨이퍼를 투입하고 메모리반도체가 생산되기까지 3개월이 걸려서다.

이를 근거로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3분기부터 반도체 수요기업들이 내년을 대비한 재고 축적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재고 소진을 넘어, 수요 회복이 기대되는 내년에 메모리반도체 공급이 부족해지는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서다.

‘챗GPT’ 훈풍에서 메모리반도체 소외된 건 “시장 왜곡”

전방 시장의 트렌드 변화는 메모리반도체 업황 반등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쳇GPT가 촉발한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엔비디아 주가가 급등하는 가운데, 메모리반도체 종목에는 온기가 전달되지 않은 걸 두고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왜곡됐다”고 평가했다.

생성형 AI 투자에 따른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가 나오지 않았는데도 기대감에 엔비디아 주가가 올랐으면, 메모리반도체 종목에도 기대감이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AI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GPU와 마찬가지로 메모리반도체도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D램의 기존 세대인 DDR4 64GB 서버용 제품 가격은 100~120달러 수준이지만, 최신 AI 서버에 들어가는 DDR5 128GB 제품 가격은 1200달러가량이라고 황 연구원은 전했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모두에서 DDR5 제품을 비롯한 고용량 제품의 수요는 탄탄하다는 게 확인됐다. 이에 대해 고영민 연구원은 “아직 경기나 수요 절대값의 회복이 확인되기 전인데도 유지되는 수요”라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