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금 빨아들이는 中은행주…주가 부진한 美와는 딴판
중국 은행주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경기 회복, 마진 개선 등에 대한 기대와 함께 저평가됐다는 분석에 투자가 몰리고 있다.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관심도 커지는 분위기다.

9일 외신 등에 따르면 중국 증시 우량주 벤치마크지수 CSI300의 금융지수 시장 가치는 지난 8일 하루 동안 1660억달러(약 220조원) 늘어났다. 이 지수는 8일 5601.65에서 5777.75까지 3% 넘게 올랐다. 변동폭이 작은 CSI300 금융지수의 일일 3% 이상 상승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날 중국 은행주들은 대형부터 중소형 전반에 걸쳐 상승했다. 국영 은행인 시틱은행, 중국은행 주가는 일일 제한 상승폭인 10%까지 올랐다. 두 은행 모두 2015년 이후 7년 만에 최고 주가를 기록했다. 농업은행(7.5%), 공상은행(6.2%), 교통은행(4.8%) 등도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중국 은행주 상승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예금 금리 인하 움직임이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중국 정부는 국영 기업 활성화에 힘을 싣고 있다”며 “국영 은행들의 예금 금리를 낮춰 마진을 개선해 주려는 것도 이와 같은 일환”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부동산 경기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점도 상승 배경으로 꼽힌다. 중국 부동산 경기를 보여주는 ‘70대 도시 신규 주택 가격’은 지난 2~3월 두 달 연속 상승했다. 이에 따라 부동산 관련 부실 채권 등 저평가 요인이 해소되고, 대출은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전종규 삼성증권 수석연구원은 “그동안 중국 은행주들은 부동산 관련 부실 채권, 경기 둔화 등의 이유로 저평가돼 왔다”며 “부동산 업황 바닥 통과, 주택담보대출 비즈니스 턴어라운드 기대 등이 중국 은행주 랠리를 이끌었다”고 말했다.

중국 은행주 상승 랠리는 미국 은행주들의 부진과 맞물려 더 돋보인다. 미국 은행주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를 시작으로 변동성이 커졌다.

뱅크런 속 파산에 이른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을 JP모간이 인수했지만, 미국 지역 은행들에 대한 위기감은 여전하다. 애리조나주 피닉스 지역 은행인 웨스턴얼라이언스뱅코프 주가는 3월 8일 71.56달러에서 13일 26.12달러까지 곤두박질쳤다.

배성재 기자 sh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