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주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한·중 관계 악화, 미국 금리 인상 등 부정적인 거시 변수에 반등 기대감이 사라졌다. 시장에선 실적 부진, 신작 부재, 제작 경쟁력 약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증권사들도 게임주의 목표주가를 줄줄이 내려 잡고 있다.
실적 악화에 中 관계 '냉기'…웃지 못하는 게임株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게임 K-뉴딜지수’는 785.39(4일 기준)로 석 달째 제자리걸음이다.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가 9.35% 오른 것과 비교된다. 게임 지수를 구성하는 크래프톤, 엔씨소프트,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등 한국 대표 10대 게임주의 주가가 부진한 탓이다.

지난 1분기 실적이 게임주 주가의 발목을 잡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9일 공개되는 크래프톤의 1분기 영업이익 평균 추정치는 2127억원에 불과하다. 작년 동기보다 31.8%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엔씨소프트는 작년 동기 대비 80.6% 급감한 472억원에 그쳤을 것으로 예상된다.

넷마블은 1분기 영업손실 178억원으로 5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3일 카카오게임즈는 1분기 영업이익이 113억원으로 73% 줄었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게임시장인 중국 시장이 좀처럼 열리지 않고 있다. 중국은 2017년 사드 배치 이후 한국 게임사에 판호(서비스 허가권)를 내주지 않다가 지난해부터 조금씩 문을 열기 시작했다. 게임주는 지난달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수혜주로 부각되며 반짝 올랐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외신 인터뷰 발언을 두고 한·중 외교부가 정면충돌하는 등 한·중 관계가 급속히 얼어붙자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다시 판호 발급을 중단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게임주의 희비를 가른 것은 중국의 판호 발급 여부”라며 “카카오게임즈와 엔씨소프트는 판호 발급이 없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지속적인 금리 인상도 게임주에 부담을 주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3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뒤 “기준금리 동결에 관한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며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었다. 성장주로 분류되는 게임주는 통상 금리 인하기에 활기를 띠는 경향이 있다.

증권사들은 게임주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이달에만 교보증권(5만3000원→4만8000원), 미래에셋증권(6만원→5만8000원), 유진투자증권(5만3000원→4만8000원), 한화투자증권(5만4000원→5만원) 등 12곳이 목표주가를 내려 잡았다. 엔씨소프트도 최근 한 달간 상상인(63만원→52만원), 유진투자증권(56만원→44만원), 현대차증권(55만원→46만원) 등 증권사 10곳이 목표주가를 하향했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게임사 실적은 올해 상반기까지 하락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게임체인저급 신작이 나오지 않으면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문형민 기자 mhm9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