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증권사들의 전망치를 12% 넘게 웃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작년 말부터 계속 하향 조정됐던 올해 연간 실적 전망치도 한 달 전부터는 증가세로 전환하고 있다. 실적 전망 개선 추세는 증시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1분기 실적 ‘의외로 양호’

코스피 영업익, 증권사 전망치 12% 웃돌았다
5일 신한투자증권이 지난 3일까지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 증권사 세 곳 이상의 실적 전망치가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이같이 파악됐다. 분석 대상 기업은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의 61%를 차지한다고 신한투자증권은 설명했다.

이들 분석 대상 기업의 1분기 매출 합계는 380조8000억원으로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 379조8000억원과 비슷했다. 1분기 영업이익 합계는 25조1000억원으로 컨센서스(22조3000억원)를 12.6%, 순이익 합계는 19조5000억원으로 컨센서스(15조4000억원)를 26.6% 웃돌았다.

업종별로는 기계업종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39.4% 초과해 가장 높았다. 상사·자본재(27.9%) 2차전지(IT가전 포함·26.6%) 자동차(18.4%) 건설·건축(14.0%) 화학(10.5%) 등도 1분기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크게 앞질렀다.

종목별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컨센서스를 130.5% 초과하는 2285억원의 1분기 영업이익을 올렸다. LIG넥스원(84.0%) SK가스(75.6%) 호텔신라(69.6%) 삼성중공업(67.2%) 솔루엠(67.0%) 등도 컨센서스 대비 월등한 1분기 영업이익을 거뒀다.

○낮아지는 밸류에이션 부담

최근 국내 증시는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이 커졌다. 코스피지수는 3월 이후 급등했지만 올해 실적 전망은 계속 악화했기 때문이다. 이 여파로 코스피200 기준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지난달 중순 13.7배까지 올랐다. 외환위기 후 코스피200의 PER이 13배를 넘긴 건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2007년 7월)과 코로나19 직후(2020년 8월)뿐이었다.

하지만 1분기 실적이 기대치보다 높게 발표되면서 증시 밸류에이션 부담도 낮아지고 있다. 연간 실적이 상향 조정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11.0% 감소했지만 1개월 전부터 지난 4일까지는 2.1% 증가했다. 이에 따라 코스피200지수의 12개월 선행 PER도 12.6배까지 낮아졌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실적이 기대보다 양호한 상황에서 수출과 글로벌 경기선행지수가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면 증시가 추가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직 밸류에이션이 낮은 업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12개월 선행 PER이 낮은 업종은 은행(3.8배) 증권(4.6배) 보험(5.9배) 운송(6.1배) 건설(6.9배) 등이 꼽히고 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