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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트렌드

펀드매니저 “더 오른다”…애널리스트 “더 빠지면 매수 기회”
실적 시즌 계기로 2차전지 쏠림 해소 전망엔 공감대
감산계획 구체화될 삼성전자 컨퍼런스콜에 주목
사진=뉴스1
사진=뉴스1
지난달 중순께부터 가파르게 상승하던 증시에 제동이 걸렸다. 상승장을 이끌었던 2차전지 섹터가 하락장도 주도하고 있다. ‘5월엔 주식을 팔고 떠나라’는 증시 격언에 전문가들은 대체로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다. 다만 2차전지 섹터로의 쏠림현상이 완화된다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24일 코스피는 2523.50으로 마감됐다. 지난 20일부터 3거래일동안 2% 하락했다. 같은 기간 2차전지 섹터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코덱스 2차전지산업이 7.72% 급락하며 증시 하락을 주도했다.

“하락 추세로 전환 아니다” 공감대…펀드매니저 전망이 더 강해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과열을 식히는 수준의 조정이지 추세 전환은 아니라고 진단한다. 주식을 사라고 권유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보다 실제로 매매하는 펀드매니저가 오히려 시장을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조병준 신한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연초 대비로 따지면 고점까지 15~16%가량 올랐다가 현재는 오름폭이 13%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라며 올해 연말까지로 보면 더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중국의 봉쇄 등 세 가지의 예상치 못한 사건이 작년 주식시장을 하락하게 했지만 지금은 세 가지 리스크가 모두 해소돼가는 구간”이라며 “밸류에이션도 매력적”이라고 상승 전망의 이유를 설명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1일 종가 기준 코스피의 합산 주가순자산비율(PBR·무형자산차감)은 0.95배다. 지금 당장 코스피에 편입된 기업들을 장부가대로 청산해도 시가총액보다 큰 돈이 나온다는 뜻이다.

다만 당기순이익과 시가총액을 비교한 주가순자산비율(PER)은 13배 이상으로 역사적 최고 수준이다. 조병준 센터장은 “기업 이익 규모가 작은, 경기가 바닥인 상황에서 PER로 주가 수준을 평가하면 전망이 빗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자산운용사의 주식운용팀장 A씨는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의 주식시장에서는 실적이 나빠져 주가수익비율(PER)이 높아졌을 때 매수했다가, 실적이 주가보다 빠르게 좋아져 PER이 낮게 나타날 때 파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부연했다.

실적시즌이 2차전지 쏠림 해소 계기 될까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주가지수의 강세 전망에 펀드매니저들보다는 보수적이다. 작년말에서 올해 초까지 내놓은 ‘상저하고’ 전망이 빗나가 간 바 있어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대신 증시가 추가로 조정받아 2400 수준까지 떨어졌을 때 매수에 나서라며, 2차전지 섹터로의 쏠림 해소 가능성에 더 집중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 중앙은행(Fed)이 다음달 마지막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한 뒤 동결할 가능성은 이미 주식시장이 선반영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지수 상승보다 업종 변화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기방어주에 관심을 가지라는 조언이 이어졌다. 다만 경기방어주의 성격을 “경기사이클의 하락 국면에서도 영업이익률을 높게 유지할 수 있는 업종이나 기업”으로 다시 정의했다. 이 연구원은 연초 이후 글로벌 증시에서 돋보이는 주가수익률을 기록한 에르메스(수익률 38%), 몽클레르(35%), LVMH(32%) 등 명품의류 종목을 거론하며 “영업이익률이 20%를 웃도는 기업들이라는 공통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 하강기에도 영업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는 국내 업종으로는 헬스케어, 게임, 엔터테인먼트를 꼽았다.

실적시즌을 계기로 2차전지 쏠림 현상이 완화될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리는 모습도 나타났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다수의 2차전지 관련주들이 올해 연간과 1분기 실적 전망의 하향 조정에도 불구하고 주가 급등세를 이어왔다는 점에서 과격한 되돌림 과정이 전개될 가능성도 감안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혁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실적시즌 동안 주식시장 흐름에 대해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이슈 모멘텀을 바탕으로 결집했던 수급이 실적 개선 종목들로 이동할 수 있다”며 “코스닥에서는 2차전지 소재 업종에 쏠렸던 수급이 장기간 소외됐던 게임·바이오 업종으로 분산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히 2차전지 섹터 안에서도 소재 종목보다 관심을 덜 받았던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을 추천종목으로 꼽은 점이 눈에 띈다.

“미중 분쟁, 반도체 업황에 나쁠 것 없어”

금융투자전문가들이 이번 실적시즌에도 공통적으로 관심을 두는 기업은 오는 27일 컨퍼런스콜이 예정된 삼성전자다. 지난 3일 반도체 분야 적자로 기대치를 한참 밑돈 1분기 잠정실적을 내놓고도 메모리반도체 생산 감축을 공식화하면서 주가가 상승한 바 있어, 컨퍼런스콜에서 확인될 구체적인 감산 계획에 관심이 몰리는 것이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실적 컨퍼런스콜 이후 반도체 업종에 대한 확신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지수가 조정받으면 반도체 업종의 비중 확대 기회”라고 분석했다.

조병준 본부장은 “메모리반도체를 사용하는 수요기업에 쌓인 재고가 2분기에 고점을 치고 줄어들 것”이라며 “삼성전자 주가는 재고가 정점을 찍고 하락하는 변곡점에서 본격적으로 상승한 과거 사례가 많이 있다”고 설명했다.

추가적인 미중 분쟁도 메모리반도체 업황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이 자국 반도체기업 마이크론에 대한 중국의 제재 조치가 내려지면 한국 반도체기업이 공백을 채우지 않도록 해달라고 우리 정부에 요청한 데 대해 조 본부장은 “마이크론에 대한 판매금지 가능성이 거론된 게 삼성전자 주가 상승에 큰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마찬가지로 중국의 마이크론 규제로 인해 한국 반도체기업 주가가 빠질 이유는 별로 없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오히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반도체장비 반입을 막은 게 반도체 업황에는 호재가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체 메모리반도체 생산능력의 30% 정도가 중국에 있다”며 “여기에 첨단장비를 공급하지 못하면 최근 수요 증가가 기대되는 선단공정 쪽에서의 공급차질이 수급에 영향을 주면서 가격 상승 사이클이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