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인플레 끝'→달아오른 증시, 어닝시즌 두렵지 않다?
13일(미 동부시간) 아침 뉴욕 증시 개장을 앞두고 희소식이 줄줄이 이어졌습니다.

① 중국 수출 급증

중국의 3월 수출은 전년 동월보다 14.8%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시장 예상(-5%)뿐 아니라 1∼2월(-6.8%)보다 크게 개선된 것입니다. 3월 수입은 1.4% 감소했지만 지난 1∼2월 수입은 10.2% 감소한 것에 비하면 나아졌습니다. 시장에는 그동안 중국 경제가 재개 이후 반등세가 미지근하다는 관측을 약화시켰습니다. 블룸버그는 "중국 수출의 놀라운 급증세는 세계 수요에 대한 우려, 세계 2위 경제의 회복 강도에 대한 걱정을 일부 덜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인플레 끝'→달아오른 증시, 어닝시즌 두렵지 않다?
중국 경제가 걱정보다 나을 수 있다는 건 전날 발표된 LVMH의 실적에서도 어느 정도 확인됐습니다. LVMH는 중국의 반등과 유럽 및 일본의 강한 수요에 힘입어 판매가 급증했다고 보고했습니다. 주가는 사상 최고치까지 올라갔습니다.

② 마이너스로 떨어진 3월 PPI

3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달보다 0.5% 하락한 것으로 발표됐습니다. 팬데믹 초기였던 2020년 4월(-1.2%) 이후 최대 하락률로 예상(0%)이나 2월(0%)보다 낮았습니다. 전년 대비로는 2.7% 올라 예상(3.0%)이나 2월(4.9%)보다 둔화했습니다. 2021년 1월(1.6%) 이후 최저입니다. 작년 3월 11.7%까지 치솟았던 헤드라인 PPI가 2%대까지 떨어진 것이죠. 에너지가 전월 대비 6.4% 떨어져 가장 큰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상품 물가는 전월 대비 1.0% 내렸고, 서비스 물가도 전월보다 0.3% 떨어졌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인플레 끝'→달아오른 증시, 어닝시즌 두렵지 않다?
식품과 에너지, 무역 서비스를 제외한 근원 PPI는 전월 대비 0.1%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역시 예상(0.2%)이나 2월(0.2%)보다 둔화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3.6% 올랐습니다.

전날 3월 소비자물가(CPI)가 5.0%(헤드라인, 전년 대비)까지 하락한 데 이어 PPI는 디플레이션 상황임을 보여준 것입니다. 소파이의 리즈 영 전략가는 "에너지가 가장 큰 하락 요인이긴 하지만 서비스 물가도 2020년 3월 이후 가장 약했다. 수요 냉각이 보고서 전반에 나타나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3월 CPI와 PPI를 결합해 추정하면 3월 개인소비지출(PCE)물가는 전월 대비 헤드라인이 0.1%, 근원 수치는 0.28%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Fed의 목표인 2% 물가가 이뤄지려면 근원 PCE 물가는 매달 0.17% 올라야 합니다. 여전히 높긴 하지만 근접한 것이죠. 이렇게 떨어지는 추세가 이어진다면 금세 달성될 수도 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인플레 끝'→달아오른 증시, 어닝시즌 두렵지 않다?
FHN 파이낸셜의 크리스 로 이코노미스트는 "전날 CPI 보고서가 새로운 인플레이션 압력을 보여주지 않은 상황에서 PPI는 5월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을 약간 더 높인다"라고 분석했습니다.

③ 안정적으로 늘어나는 실업급여 청구

지난주(~8일) 신규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이전 주보다 1만1000건 증가한 23만9000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월가 예상 23만5000건도 웃돌았습니다. 일주일 이상 연속으로 실업급여를 청구한 건수는 이전 주보다 1만3000건 감소한 181만 건으로 집계됐습니다. 하지만 4주 연속으로 180만 건을 넘었습니다. RSM은 "실업급여 청구가 늘어나고는 있지만 아직은 팬데믹 이전 평균 수준으로 온화하다. 견고한 노동시장은 경기 침체에 대한 최후의 방어선 중 하나"라고 밝혔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인플레 끝'→달아오른 증시, 어닝시즌 두렵지 않다?
연착륙 희망을 높여주는 데이터가 이어지자 투자자들은 전날 미 중앙은행(Fed)의 우울한 내부 전망(올해 말 얕은 경기 침체)에 따른 걱정을 떨쳐내기 시작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은 내려가고 Fed는 완화로 돌아서며 침체를 피하는 '골디락스'(소프트랜딩) 시나리오가 다시 힘을 얻은 것이죠. 리서치 어필리에이츠의 쿠 니구옌 전략가는 "기본적으로 데이터가 보여주는 것은 두 가지다. 인플레이션에 놀라운 상승세가 없다는 것, 그리고 동시에 노동시장이 안정되어 보인다는 것이다. 물가는 둔화하지만 경제는 붕괴하지 않는 골디락스 상황과 거의 비슷할 것이란 일종의 낙관적 전망을 얻는다"라고 말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인플레 끝'→달아오른 증시, 어닝시즌 두렵지 않다?
인플레이션 데이터 둔화로 인해 Fed가 곧 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이란 관측은 커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거 마지막으로 금리를 인상한 뒤 주가는 어떻게 움직였을까요?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에 따르면 1929년부터 과거 14번의 긴축주기에서 Fed가 마지막으로 인상한 이후 향후 6개월간 주가는 평균 -0.85%, 중간값 5.54% 하락했습니다. 통상 인상 중단이 주가에 좋은 게 아니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1987년 앨런 그린스펀이 Fed 의장이 된 이후부터는 얘기가 달라집니다. 1989년부터 다섯 번의 긴축 중단이 있었는데 그때는 6개월 뒤 주가가 오른 경우가 네 번이나 됐습니다. 네드 데이비스는 결국 경제가 침체에 빠졌느냐, 아니냐가 주식 성과를 결정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침체에 빠진 경우는 마지막 금리 인상 이후 하락했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상승했다는 것이죠. 결국, 침체가 발생할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인플레 끝'→달아오른 증시, 어닝시즌 두렵지 않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0.6%의 소폭 상승세로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오전 10시를 넘어서면서 질주를 시작했습니다. 상승세는 종일 지속했습니다. 결국, 다우는 1.14%, S&P500 지수는 1.33% 올랐고 나스닥은 1.99%나 폭등했습니다. 인플레이션 둔화로 금리가 안정될 것이란 기대 속에 애플이 3.41% 치솟고 마이크로소프트(2.24%) 알파벳(2.67%) 아마존(4.67%) 메타(2.97%) 등 기술주가 오름세를 주도했습니다. 아마존의 경우 생성형 인공지능(AI)에 기반한 '베드록' 클라우드 서비스를 출시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상승세를 지원했습니다. JP모건은 "경제 펀더멘털은 악화하고 있지만 주가지수는 계속 오른다. 숏스퀴즈가 점점 더 현실화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인플레 끝'→달아오른 증시, 어닝시즌 두렵지 않다?
뉴욕 채권 시장의 금리는 장 초반에는 하락했지만, 연착륙 기대가 높아지자 다시 상승했습니다. 오후 5시께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1.3bp 오른 3.983%, 10년물은 4.5bp 상승한 3.446%에 거래됐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인플레 끝'→달아오른 증시, 어닝시즌 두렵지 않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인플레 끝'→달아오른 증시, 어닝시즌 두렵지 않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Fed 워치 시장에서의 5월 25bp 인상 베팅은 전날 70%에서 오늘 63%로 감소했습니다. 소폭입니다. 이에 대해 바이탈 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펄리 설립자는 "5월 기준금리 인상 여부보다 더 중요한 건 시장이 가격에 책정한 연말 100bp 인하 가정이 지켜지느냐 하는 것"이라며 "어제오늘 인플레이션 데이터는 그런 가정을 강화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인플레 끝'→달아오른 증시, 어닝시즌 두렵지 않다?
골드만삭스는 오늘 ”경기 침체 가능성은 여전히 35%”라고 다시 한번 주장했습니다. 월가 컨센서스(65%)보다 훨씬 낮은 추정을 유지한 것입니다. 얀 헤치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실리콘밸리 은행(SVB) 실패 이후 추가로 도산한 은행이 없고, 은행에 대한 Fed의 유동성 지원도 정점을 지났으며 예금 유출 추세도 가라앉았다. 은행 위기 위험은 급격히 감소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3월 인플레이션 데이터는 물가 압력이 점진적으로 둔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가운데, 계속해서 (건강한) 일자리를 창출하는 고용시장을 보면 Fed는 경제를 침체에 밀어 넣을 필요가 없을 수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인플레 끝'→달아오른 증시, 어닝시즌 두렵지 않다?
전날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자사의 신용카드 사용액을 분석해 3월 가구당 카드 지출은 0.1% 늘어나는 데 그쳐 2021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증가세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경기 침체 우려를 부추겼지요.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인플레 끝'→달아오른 증시, 어닝시즌 두렵지 않다?
하지만 오늘 JP모건은 “소비자의 현금 더미는 여전히 중요하다. Fed의 보고서(Z.1)를 보면 저축예금 잔액은 2019년 수준보다 800억 달러가량 많지만, 당좌예금은 4조 달러 이상 더 많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카드 지출 데이터는 3월 약세를 보였지만 이는 다양한 역풍(지역은행 위기, 대출 기준 강화, 세금 환급액 감소) 등을 고려할 때 이미 예상되던 것이다. 우리는 봄이 오면 데이터가 이런 (강한 소비) 상황을 잘 보여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인플레 끝'→달아오른 증시, 어닝시즌 두렵지 않다?
마침 내일 아침 3월 소매판매가 발표됩니다. 소매판매는 1월에 전달보다 3.2%나 폭증했다가 2월에는 0.4% 감소했었습니다. 월가는 3월 수치도 2월과 비슷한 0.4%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④ 부채한도 걱정 해결?

펀치볼뉴스, 블룸버그 등 미 언론은 오늘 아침 소식통을 인용해 공화당 소속인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다음주 국가 부도 사태를 막기 위해 부채한도 적용을 1년 유예하는 계획을 발표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매카시는 다음주 월요일 뉴욕 증시에서 연설합니다.

일부 예산지출을 감축하는 대가로 부채한도 적용을 2024년 5월까지 유예해주겠다는 것이죠. 이는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예산 감축을 핵심 이슈로 삼겠다는 의도에 따른 것이라고 미 언론은 보도했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어쨌든 내년 초까지는 부채한도 문제에 대한 걱정은 덜게 됩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인플레 끝'→달아오른 증시, 어닝시즌 두렵지 않다?
내일 아침부터 1분기 어닝시즌이 공식적으로 개막됩니다. JP모건, 씨티, 웰스파고와 함께 지역은행의 대표주자인 PNC 파이낸셜도 성적표를 공개합니다.

은행 혼란을 겪은 만큼 실적에 대한 걱정이 컸는데, 오늘 은행 주는 전반적으로 상승했습니다. 그리고 변동성 지수(VIX)는 7% 가까이 떨어져 17.8을 기록했습니다. 약세장이 시작된 2022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이는 1분기 어닝시즌에 대한 두려움이 덜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겁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인플레 끝'→달아오른 증시, 어닝시즌 두렵지 않다?
두려움이 감소한 이유 중 하나는 3월 PPI입니다. 찰스 슈왑은 "PPI는 어닝시즌을 앞두고 유용한 지표가 될 수 있다. 도매가격이 급등하면 기업 마진에 부담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도매가격이 뚝 떨어진 것이죠. 이론적으로 CPI와 PPI 간의 스프레드를 기업 마진으로 볼 수 있는데, PPI 급락세로 인해 이게 크게 확대된 상태(CPI 5.0%-PPI 2.7%=2.3%)입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인플레 끝'→달아오른 증시, 어닝시즌 두렵지 않다?
오늘 아침 발표된 델타항공의 1분기 실적도 일부 긍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1분기 실적은 좋지 않았습니다. 3억6300만 달러, 주당 57센트의 손실을 봤습니다. 매출도 118억4000만 달러로 월가 추정(119억9000만 달러)을 밑돌았습니다. 지난 2월 미국을 강타한 폭풍으로 항공편이 무더기 취소된 점, 치솟은 유가로 비용이 급증한 탓입니다. 그러나 델타항공은 올여름 여행 수요가 몰릴 것이라며 2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15~17% 증가하고 주당순이익(EPS)은 2.00~2.25달러로 전망했습니다. 월가 예상(매출 14.6% 성장, EPS 1.66달러)을 넘는 것입니다. 경영진은 "팬데믹 기간 항공 여행에 쓰이지 않은 3000억 달러의 억눌린 수요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주가는 장 초반 상승했지만, 1.1% 하락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엉망인 1분기 실적을 고려하면 많이 떨어진 건 아니지요.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인플레 끝'→달아오른 증시, 어닝시즌 두렵지 않다?
실적 시즌의 문은 은행들이 엽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실리콘밸리 은행의 붕괴가 은행 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대형 은행의 경우에는 그렇다"라고 보도했습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내일 실적을 발표할 4개 은행(JP모건, 씨티, 웰스파고, PNC 파이낸셜)이 주당 평균 9.37달러의 이익을 보고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은행 위기가 본격화되기 전인 2월 28일보다 3.3% 하락한 수치입니다. 모건스탠리의 애널리스트들은 미국 대형 은행 13곳의 EPS 추정치를 2023년 4%, 2024년 15% 각각 하향 조정했습니다. 하지만 중소 은행에 대해선 각각 17%와 27% 낮췄습니다.

모닝스타는 1분기 은행 실적 발표에서 다섯 가지를 지켜볼 것을 조언합니다.

⑴ 예금 수준 및 이자율(Deposit levels and rates)
=대형 은행의 예금은 3월 29일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98억 달러 감소했고, 중소 은행은 3755억 달러 감소했다.

⑵ 배당 전망(Dividend outlook)
=이익이 감소하면 은행은 배당 지급액을 줄이거나 최악의 경우 지급을 중단할 수 있다. 자사주 매입도 중단될 수 있다.

⑶ 순이자 마진(Net interest margins)
=안정적 예금 기반을 유지하기 위해 더욱 높은 이자를 줘야 하며 이는 의미 있는 마진 축소를 초래할 수 있다.

⑷ 대출 손실 추세(Credit loss trends)
=블룸버그는 주요 은행 중 일부는 이번 분기에 대출 손실에 대한 충당금을 최대 1억 달러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⑸ 대출 성장(Bank-loan growth)
=은행 혼란이 발생하기 전부터 은행들은 대출 기준을 강화해 왔다. 혼란 이후 상황은 더 나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미국의 경제 성장에 부담을 줄 것이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인플레 끝'→달아오른 증시, 어닝시즌 두렵지 않다?
다만 오늘 오후 Fed가 발표한 대차대조표(4월 12일 기준)를 보면 은행 위기는 가라앉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은행들이 빌려 간 돈이 4주 연속 줄어든 것입니다. 지난주 잔액은 1487억 달러였는데 이번 주에는 1395억 달러로 감소했습니다. ▲재할인 창구 697억 달러→676억 달러 ▲은행기간펀딩프로그램(BTFP)은 790억 달러→719억 달러로 줄었습니다. BTFP 활용이 줄어든 것은 처음입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