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출을 위한 재무설계는 일반적인 수준의 재무설계와 달리 난해하다. 우리가 은퇴 전 살아왔던 경험으로는 자각하기 어려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수익률순서 위험과 장수위험이 그것이다. 수익률순서 위험은 인출 초반에 손실을 보거나 수익률이 저조할수록 은퇴자산의 고갈 가능성이 커지는 걸 의미한다. 장수위험은 예상보다 오래 살면 본인의 수명이 끝나기 전에 자산수명이 다해 더 이상 인출할 수 없게 되는 위험이다. 인출이 본격화되면 이렇듯 새로운 제약조건(constraint)을 더 감안해야 하므로, 디테일한 인출전략에 기초한 자산운용이 요구된다. 나만의 인출전략을 수립할 때 참고할 내용을 살펴본다.

○지출을 먼저 알아야

'나만의 연금 인출전략' 어떻게 세우는 것이 바람직할까
인출전략을 고민하기 전에 노후의 지출을 규정해 봐야 한다. 전쟁을 치르기 전 적의 특성을 파악하는 과정이라 하겠다. 크게 필수 및 임의지출과 비상 및 자유지출이 두 축을 이룬다.

필수적인 생활비라고 할 수 있는 필수지출은 정기적인 현금흐름 구조인 연금을 통해 대응하도록 한다. 예비자금을 비축해야 하는 임의지출은 안전자산을 위주로 매칭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주식형 자산보다 채권형 자산으로 운용하는 게 맞다는 뜻이다.

의료비와 같은 비상지출은 보험자산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위험의 상당 부분을 스스로 감당하기보다 보험사에 위탁하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자유지출은 여윳돈으로 하는 것으로, 단기적 손실은 감내할 수 있는 성격이니 위험자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장기운용을 통해 자금을 만드는 게 좋다.

필수지출에 대응하는 연금자산은 국민연금, 주택연금과 같이 자산이 고정되지만 종신 지급되는 것과 퇴직연금 및 개인연금, 펀드, 예금처럼 직접 운용해 적립한 금액 내에서 연금화하는 자산으로 성격을 나눌 수 있다. 이 중 본인 스스로 자금을 운용해 인출에 활용하는 수단을 통칭해 ‘셀프연금’이라고 한다.

○인출전략의 종류는

셀프연금의 방식은 △정액형 △물가연동형 △정기형 △수익수취형 △정률형 등 다섯 가지가 있다.

정액형은 은퇴자산을 투자하면서 일정 금액을 매달 인출하는 방식이다. 정액형 인출은 설계가 쉽지만 수익의 크기와 순서에 따라 인출기간의 변동성이 커진다. 다시 말해 수익률순서 위험에 노출되는 인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물가연동형은 초기 인출률을 정하고 그다음부터 물가상승에 맞춰 인출금액을 변경한다. 이는 구매력 유지가 가능한 방식이나 그만큼 은퇴자금의 조기 고갈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단점이 있다.

정기형은 인출기간을 미리 정해두고 그 기간 안에 나눠 인출하는 방식이다. 계획한 인출기간엔 자산 고갈위험이 없지만 그 이후 인출에는 대비가 불가능하다. 또한 인출기간을 길게 잡으면 정기적인 소득의 크기가 작아진다.

수익수취형은 운용수익만 인출하는 방식이다. 수익이 없는 인출 첫해를 건너뛰고 인출 2년차 이후부터 운용수익이 있을 때만 인출한다. 이는 원금 유지에 유리하지만 수익의 유무에 따라 인출금이 들쭉날쭉하다는 약점을 갖고 있다. 원금 상속을 고려하거나, 주소득원이 있는 상태에서 보조적 수단으로 사용하기에 용이하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정률형은 적정 인출률을 정한 뒤 인출 시기마다 남은 은퇴자산에서 정해진 비율만큼 인출해 나가는 방식이다. 정률형 인출에서는 은퇴자산 고갈은 없지만 운용수익률에 따라 인출금 변화가 커서 생활 안정이 힘들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셀프연금 인출전략 중 본인의 여건과 맞는 방식을 채용하되, 위험관리를 감안한 목표 수익률을 잘 설정할 필요가 있다. 자산운용 측면에서는 현금흐름 제공에 초점을 둔 자산군 중심으로 구축하되, 자금 일부에 한해 초과수익 추구를 위한 위험자산 투자도 필요하다는 점을 기억하자.

박영호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