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불안 걷히자 살아난 '긴축' 망령, ”빅테크 사라“는 골드만삭스
어제(29일) 미국 증시의 S&P500 지수는 3주 전 실리콘밸리 은행(SVB) 붕괴 이전 수준인 4027.81로 마감했습니다. 그리고 30일(미 동부시간) 먼저 열린 유럽 증시에서는 도이치뱅크가 1.6% 올라 지난주 금요일 폭락 이전 수준을 회복했습니다. 은행 불안의 여파가 증시에서 거의 지워진 것이죠.

오늘도 은행 관련 불안한 소식은 없었고, 좋은 분위기는 이어졌습니다. 경제 지표는 혼조세를 보이면서 시장에 큰 영향은 주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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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25일) 신규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이전 주보다 7000건 증가한 19만8000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여전히 20만 건 이하의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 유지됐습니다. 고용 시장이 강했던 2019년에도 매주 평균 22만 건의 청구가 있었습니다. 연속 청구 건수는 전주보다 4000건 증가한 168만9000건이었습니다. 금융사 에드워드 존스는 "초기 청구 건수를 보면 새로운 해고 증가가 크지 않아 고용이 유지되고 있음을 알 수 있지만, 지속 청구 건수는 조금씩 증가해 6개월 전보다 20% 늘었다. 이는 새 일자리 찾기는 약간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신호"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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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기 국내총생산(GDP) 확정치는 2.6%로 잠정치 2.7%보다 낮아졌습니다. 개인소비지출(PCE)도 1.4% 증가가 1.0% 증가로 하향 수정됐습니다. 미국은 GDP를 속보치, 잠정치, 확정치로 세 번에 걸쳐 발표합니다. 찰스 슈왑은 "GDP 성장률과 소비지출이 낮아졌다는 것은 경제가 생각보다 약간 덜 뜨겁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는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중단을 바라는 쪽에선 긍정적 지표"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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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오전 9시 30분 0.5~0.7% 상승세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야데니 리서치의 에드 야데니 설립자는 CNBC 인터뷰에서 “이번 은행 위기는 Fed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의해 매우 잘 억제될 것이다. 동시에 Fed가 금리를 더 올리지 못하게 할 것으로 생각한다. 기준금리는 계속 인상할 필요가 없는 충분히 제약적 수준에 있다고 본다"라면서 계속해서 연말 S&P500 지수 목표치로 4600을 제시했습니다.

JP모건의 트레이딩 데스크에서는 "어제 주가 움직임은 너무 강해 상승장으로 내러티브가 바뀐 것 같았다. 전술적 반등이라고 하더라도 주식 위험프리미엄이 늘어난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투자자들의 주식 포지셔닝도 추격 매수할 여지가 있는 가벼운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시장이 평온해지자 고질적 걱정거리가 되살아났습니다. 바로 Fed의 긴축에 대한 우려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예금 유출이 가라앉고 우려가 진정되면 시장은 은행 혼란 직전에 발생했던 경기 재가속 위험에 다시 집중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오늘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Fed 워치 시장에서는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베팅이 50.9%로 줄었습니다. 1주일 전 72.6%, 하루 전 59.4%에서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반면 25bp 인상 베팅은 27.4%→40.6%→49.1%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반기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베팅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1주일 전에는 올해 말 기준금리를 3.7%로 예상했었지만, 오늘은 4.3%까지 올라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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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 스피커들이 대거 등장해 금리를 추가 인상하고, 연말까지 내리지 않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베팅에 영향을 줬습니다.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방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너무 높고 최근 지표는 인플레이션을 2%로 낮추기 위해 할 일이 더 많다는 내 견해를 강화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금리를 한 번 더 추가 인상한다는 점도표의 전망은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올해 내내 그런 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날 캐시캐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은행 혼란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판단하는 것은 시기상조이지만 Fed는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에도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서비스 부분은 아직 둔화하지 않았으며 임금 상승률은 여전히 2% 목표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것은 경제를 다시 균형으로 되돌리려면 아직 해야 할 일이 더 많다는 것을 말해준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톰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는 "모든 은행 실패가 리먼브라더스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할 가치가 있다"라며 이번 사태가 광범위한 금융 위기로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인플레이션 여전히 매우 높다. 고용 시장은 여전히 매우 빡빡하다"라면서도 "이번 은행 불안이 소비자 신뢰, 기업 투자, 소비자 지출, 신용 가용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많은 불확실성이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5월 어떤 규모의 금리 인상이 적절한지 의견을 정하지 못했지만, 25bp 인상이 필요한지 아닌지에 관계없이 현재 진행 중인 긴축 경로에 만족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들의 발언이 나온 뒤 증시는 상승 폭을 줄이기도 했습니다. 다우는 오후 1시를 전후해 마이너스로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투자자들은 이번 은행 사태로 Fed가 금리를 추가 인상하지 않거나 하반기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중립적인 바킨 총재를 빼면 '추가 인상, 하반기 유지'를 계속 주장한 탓이죠.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사태의 주범인 자산 1000~2500억 달러 규모의 은행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 장 초반 상승하던 지역은행 등 은행주 주가가 꺾어진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은 4%, 자이언 은행과 키코프의 주가는 2% 이상 하락했습니다. 특히 모건스탠리가 "예치금이 이탈하고 있다"라며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낮춘 찰스 슈왑의 주가는 4.98%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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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는 장 후반 다시 약간의 힘을 찾았습니다. 결국, 오후 4시 다우는 0.43%, S&P500 지수는 0.57% 올랐고 나스닥은 0.73% 상승한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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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채권 시장에서도 오후 4시 50분께 미 국채 2년물 금리가 7.9bp 오른 4.138%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10년물은 2.3bp 내린 3.551%에 거래됐습니다. Fed 위원들의 매파적 발언에 단기 금리는 오르고, 장기 금리는 소폭 내린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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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오늘 새벽 유럽에서는 독일, 스페인에서 3월 소비자물가(CPI)가 발표됐습니다.

스페인의 전년 대비 수치는 3.1%로 2월 6%의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1년 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범했을 때에 비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하락한 영향이 컸습니다. 예상(4.2%)보다 훨씬 낮은 수치였지만 시장 반응은 미지근했습니다. 에너지와 음식물 가격을 제외한 근원 물가는 7.5%에 달했고, 이는 2월 7.6%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던 탓입니다. 서비스 가격 등 근원 물가 압력은 여전하다는 얘기입니다.

독일도 마찬가지입니다. 3월 CPI는 3월 전년 대비 7.4% 상승했습니다. 2월 8.7%보다 크게 둔화했고 2022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그러나 근원 CPI는 5.9% 올라 2월 5.7%보다 더 높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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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G는 "여전히 에너지 원자재를 빼면 광범위한 디스인플레이션 추세의 징후는 없다. 인플레이션이 점점 더 수요 주도적으로 되고 있다는 사실, 디스인플레이션 징후가 여전히 없다는 사실은 유럽중앙은행(ECB)이 긴축 상태를 유지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CB의 추가 긴축 전망이 강화되면서 오늘 유로화와 유럽 채권 금리는 상승했습니다.

월가엔 지역은행과 관련된 우려의 목소리가 아직 살아있습니다. 비앙코리서치의 짐 비앙코 설립자는 "미국은 43년 만에 가장 큰 예금 유출을 겪고 있고 이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유출 원인이 시장 금리 상승에 기인한 것이어서 예금 금리와 시장 금리의 차이가 좁혀질 때까지 유출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죠. 비앙코 설립자는 "지금부터 봐야 할 것은 어떤 은행이 망하는지가 아니다. 아마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주시할 것은 은행에서 계속 예금이 유출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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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오늘 오후 Fed는 대차대조표 잔액(3월 29일 기준)을 공개했습니다. 지난 1주일 동안 잔액은 278억 달러가 감소했습니다. 은행들이 빌려 간 돈이 1주일 전 1639억 달러에서 1526억 달러로 줄었습니다. 은행들의 유동성 수요가 감소한 것이지요. 재할인 창구에서 빌려 간 돈이 220억 달러가 줄어든 대신 은행기간펀딩프로그램(BTFP)에서는 107억 달러가 추가로 나갔습니다. 또 해외 중앙은행이 통화 스와프를 통해 가져간 자금은 50억 달러 감소했습니다. 제프리스는 "이번 주 먼지가 조금 가라앉은 후 나온 오늘 데이터는 최소한 상황이 더 악화하지 않았다는 확신을 준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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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은행에서의 예금 유출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ICI 데이터에 따르면 머니마켓 펀드는 오늘 5조2000억에 달해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이번 주에도 660억 달러가 유입됐습니다. 한 주전 1174억 달러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지만, 예금에서 머니마켓 펀드로의 자금 이동은 이어지고 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내일 오후 4시 15분에는 상업은행의 대차대조표가 공개되는데요. 이걸 보면 중소은행에서 얼마나 예금이 유출됐는지, 대형은행으로 얼마나 옮겨갔는지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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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데니의 지적처럼 Fed가 은행 불안 확산을 막기 위해 유동성 지원에 나선 만큼 은행들이 뱅크런으로 줄줄이 망하는 사태는 나타나지 않으리라고 봅니다. 그러나 이런 위기를 겪은 중소은행은 돈줄을 조일 수밖에 없으므로 경기 둔화, 혹은 경기 침체가 나타날 가능성은 커졌다는 지적이 강합니다. 삭소뱅크는 "은행 부문의 위험은 현재 완화되고 있을 수 있지만 남은 건 중소은행에서 대형은행이나 머니마켓 시장으로 계속해서 예금이 이동하리라는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은행은 대출 기준을 높일 수밖에 없게 되어 경제의 모멘텀이 손상될 것이다. 시장은 이번 사태로 많이 증가한 경기 침체의 위험에 대해 가격을 책정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바클레이즈는 "시장은 가장 긍정적인 부분만 뽑아서 가격에 취사 선택하고 있다. 경기 침체가 인플레이션을 차단하고, 금리는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동시에 기업의 이익은 크게 둔화하지 않는다는 전망을 하고 있다. 우리는 회의적이다. 미국 채권과 주식이 여전히 비싼 수준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오늘도 크게 오른 기술주에 대한 논쟁으로 이어집니다.

찰스 슈왑은 "S&P500 지수는 은행 불안 이후 3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어제 매수는 기술주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 걸쳐 광범위했다. 하지만 거래량이 정상보다 적기 때문에 이번 랠리 뒤에 투자자 확신이 얼마나 있는지 의문이 있다. 특히 기술주의 최근 상승은 일부 펀드매니저가 분기가 끝나기 전에 수익률이 좋은 주식을 매수하는 '윈도 드레싱' 전략 때문일 수 있다. 그럴 경우 2분기가 시작되는 다음주에는 상승세를 유지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BCA리서치는 "국채 금리의 급격한 하락은 기술주에 순풍이었다. 일부는 생성형 AI에 대한 투자 열풍 때문이기도 하다. 또 기술주는 작년 말 과매도로 인해 올해 초에는 밸류에이션이 합리적이었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단기 전망에 역풍이 불고 있다. IT주는 2021년과 2022년의 극단적 밸류에이션보다는 아래에 있지만, 다시 한번 S&P500 지수에 비해 과대평가된 영역에 깊이 들어갔다. 올해 초 과매도 수준에서 중립적 수준까지 올라왔다. 또 시장이 올해 하반기 Fed의 금리 인하 베팅을 줄이기 시작하면 금리 하락으로 인한 순풍이 앞으로 몇 달 동안 역풍으로 바뀔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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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골드만삭스는 계속 상승하고 있는 빅테크 주식 매수를 권하는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데이비스 코스틴 전략가는 "올해 채권 금리 하락이 기술주를 지지했지만 변동폭이 크다. 투자자들이 높은 마진을 보이는 미국 성장주를 사야 하며 마진이 낮은 주식은 피해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골드만은 미국 경제가 경기 침체를 피하면 실질 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고, 마진이 낮은 성장주의 밸류에이션은 이런 높은 금리에 더 민감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미국 경제가 침체기에 접어들면 성장주에 대한 증시의 가격 책정은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역사를 보면 투자자들은 고마진 주식을 포함한 '고품질' 속성에 대해 보상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골드만은 지난 3월 초 경기 침체 우려가 심해진 이후 고마진 성장주가 저마진 성장주 대비 5% 아웃퍼폼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고품질의 빅테크 주식은 안전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다만 골드만은 "이런 트레이드에 있어 핵심 위험은 지금 증시가 경기 침체가 억제될 것이고, Fed는 비둘기파적 기조가 지속할 것으로 가격에 책정하고 있는 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