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스트리트의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회장이 성범죄를 저지른 제프리 엡스틴의 금융 거래에 연루된 혐의와 관련해 ‘증언녹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외신들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증언녹취(deposition)는 법적 분쟁의 초기에 법원이 관여하지 않고 소송 당사자간 증언을 비공개로 녹취해 사실 관계를 파악하는 제도다. 한국엔 아직 도입되지 않았다.

다이먼 회장의 엡스틴 관련 증언 시기는 오는 5월초로 예상되고 있다.

펀드 매니저로 큰 돈을 번 엡스틴은 2002~2005년 미성년자 20여 명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가 2019년 7월 체포됐다. 뉴욕 교도소에 투옥된 직후 극단적 선택을 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차남 앤드루 왕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등 유력 인사들과 친분이 있었다. 이 때문에 자살이 아닌 타살됐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비밀이 드러나는 걸 원치 않는 유력 인사들이 엡스틴 사망의 진짜 배후라는 것이다.

다이먼 회장이 엡스틴과 엮인 건 수십억 달러를 갖고 있는 엡스틴을 1998~2013년까지 15년간 주요 고객으로 두면서다. 작년 미국령 버진아일랜드(엡스틴의 주소지)와 성범죄 피해자들은 JP모간이 엡스틴의 성범죄를 알면서도 금융 거래를 유지, 사실상 재정 지원을 해줬다며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성범죄 피해자들에게 송금할 때도 JP모간을 이용, 사실상의 인신매매를 용이하게 해줬다는 것이다.

JP모간은 “바클레이즈로 옮긴 전 자산관리 부문 책임자 제임스 스테일리가 억만장자 고객(엡스틴)을 잃지 않기 위해 은행을 속였을 뿐 다이먼 회장은 전혀 몰랐다”고 부인하고 있다.

다이먼 회장은 비공개 증언녹취 때 이런 내용을 재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JP모간에서 엡스틴과의 거래와 관련, 수 차례 내부 경고를 했던 것으로 확인돼 소송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