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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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올해 공매도를 전면 재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증시가 안정화될 경우 수개월 내에 재개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원장은 29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인플레이션과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코스피지수가 2000선까지 붕괴됐는데, 이 같은 상황에선 공매도를 전면 재개하기 어려웠다”며 “몇 달 안에 금융시장 혼란이 완화될 경우 공매도 규제를 정상화할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안에 규제를 풀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 등을 이유로 공매도 정상화에 대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도 지난 19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공매도 규제 완화가 한국 증시의 MSCI 선진지수 편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증시에 투자할 때 위험 회피(헤지)를 하기 위해 공매도를 완전히 재개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다만 공매도 재개 여부를 결정하는 소관 부처인 금융위원회는 “이 원장과 손 이사장의 발언은 원론적인 내용”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구체적으로 공매도 재개 여부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금융정책을 결정하는 금융위원회가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이 공매도 전면 재개 여부에 대해 “시장 상황에 맞게 적절히 조치하겠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래소와 금감원 수장들이 각각 전면에 나서 공매도 정상화 필요성을 언급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금융위는 2020년 3월 16일 전 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금지했다. 2021년 5월 3일부터는 코스피200·코스닥150 종목에 한해 공매도를 부분 재개했다. 여전히 2000개가 넘는 종목이 공매도 금지 대상이다. 금융위는 지난해 상반기에 공매도를 전면 재개할 계획이었지만, 국내 증시가 급락하면서 공매도 제도를 개선하고 투자자 신뢰를 회복한 뒤 전면 재개하는 것으로 정책 방향을 틀었다.

이후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확대 △90일 이상 대차 시 정보보고 의무화 △개인투자자 담보비율 인하 등 제도 개선안을 내놨지만 여전히 전면 재개 여부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