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금융회사의 건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은행주와 은행 상장지수펀드(ETF)를 꾸준히 매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들이 주가 하락을 오히려 기회로 여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SVB 사태가 터진 이달 10일 이후 이날까지 국내 4대 금융지주를 순매수했다. 순매수 규모는 신한지주 1163억원, KB금융 829억원, 우리금융지주 448억원, 하나금융지주 464억원 등이다. 이 기간 주가는 신한지주가 5.08%, KB금융 7.2%, 우리금융지주 4.92%, 하나금융지주는 5.72% 하락했다.

개인투자자들은 지방은행주도 순매수했다. 순매수액은 JB금융지주 107억원, DGB금융지주 81억원이다. 이 기간 주가 하락률은 각각 13.04%, 12.33%였다. 은행 ETF인 ‘KODEX 은행’은 같은 기간 4.88% 하락했지만 개인투자자는 34억원어치 사들였다.

매수세는 국내 은행에만 한정되지 않았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파산위기설에 휩싸인 미국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주식을 10일 이후 7342만달러(약 95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해외 주식 중 순매수액 3위로 알파벳(구글), 테슬라보다 순위가 높았다. 이 기간 주가는 87% 떨어졌다. ‘BMO 마이크로섹터스 US 대형은행 지수 3X 레버리지 ETN’도 같은 기간 2776만달러(약 360억원)어치 매수했다.

‘대형 은행은 망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윤재홍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은 “정상화 기대 및 저점 매수를 노린 자금 유입으로 보인다”고 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