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마켓PRO 텔레그램을 구독하시면 프리미엄 투자 콘텐츠를 보다 편리하게 볼 수 있습니다.

류은혁의 공시 읽어주는 기자

STX, 해운 부문 인적분할에 주가 18% 껑충
신설 STX그린오션(가칭) 매출 비중 살펴보니…5%대
인적분할 주가에 호재지만…이런 경우 조심해야
[마켓PRO] STX 인적분할, 묘수일까…주가 껑충 뛴 이유 살펴보니
👀주목할 만한 공시

STX는 기존 종합무역 존속법인 STX와 해운·물류 전문 신설 회사 STX그린오션(가칭)으로 분리하는 내용의 인적 분할 계획서를 의결했다. 이번 인적 분할을 통해 회사 보통주식을 존속회사인 STX와 신설 STX그린오션을 약 8대 2 비율로 나눌 예정이며, 존속과 신설 법인의 분할 재상장을 위한 예비심사 신청서를 접수했다고 공시했다.

인적분할에 재상장 추진까지…주가에 호재일까

바닥을 기던 STX 주가가 해운 사업 부문 인적분할 소식과 함께 껑충 뛰었다. 해운 부문 인적분할이 STX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심리가 주저앉아 있던 주가를 밀어 올린 것이다.

STX 주가는 이번 주 들어 18.3% 급등했다. 지난 21일 해운 부문 인적분할 소식이 전해지자 STX는 장 한때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현재 주당 5360원에 거래 중이다. 올 들어 가장 최저점을 기록했던 지난 16일(4285원) 대비 25% 오른 수준이다.

우선 STX가 시장의 주목을 받는 것은 대주주 지배력 강화를 목적으로 둔 인적분할이 아니기 때문. 앞서 인적분할을 추진한 OCI, 현대백화점 등은 대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인적분할시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분할 존속회사에 배정한다면 자사주가 총수 일가의 지배력 확대 수단이 될 수 있다. 통상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자사주를 보유한 기업이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새로 생기는 자회사에서 의결권 있는 신주를 배정받아 지배주주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자사주 매직' 현상이 생긴다.

STX 최대주주인 에이에프씨머큐리의 STX 지분율은 작년 말 기준 55.41%이며, STX의 자기주식 물량도 수년째 1% 미만이다. 이번 STX 인적분할은 시장에 우려하는 대주주 지배력 강화 목적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여기에 해운·물류 전문 신설 회사 STX그린오션의 재상장 추진이 유동성 확보 수단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는 점은 투심에 긍정적이다. 향후 분할 신설회사인 STX그린오션 주가가 올라가면 장내 매도 또는 블록딜(시간외매매) 등을 통해 분할회사 지분을 현금화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워진다. 만약 STX가 투자자금을 조달하거나 재무구조를 개선하려고 할 때 유용한 유동성 확보 수단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기업의 인적분할 목적이 대주주 지배력 강화가 아니라면 대다수 기업에는 단기 호재로 작용한다. 신규나 부실 사업 부문과 우량 사업 부문을 분리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이기 때문. 아직 성과가 미미한 사업 부문이 기업 전체의 실적을 갉아먹기는 것을 방지하고 각 사업 부문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다.

추격 매수 조심…존속과 신설기업 가치 비교도

STX는 이번 인적분할을 통해 무역 상사 사업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제고하고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해운 사업 부문의 성장을 가속화한다고 방침이다.

하지만 인적분할이라는 시장의 관심에 몰려든 한탕주의식 투자는 주의해야 한다. 물론 기업 분할 계획을 발표한 종목을 매수해 분할 후 주가 상승에 맞춰 매도하는 것은 유용한 투자전략일 수 있다. 문제는 이미 주가가 급등한 뒤에 추격 매수에 나서는 경우다. 기업 분할이라는 재료를 소진한 이상 내리막길만 남은 주식을 뒤늦게 추격 매수한 경우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다.

또 존속회사와 신설법인의 기업 가치를 비교해가며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다. 인적분할 이후 통상적으로 실질적인 현금이 나올 만한 주력 사업이 거의 없는 회사보단 현금을 창출하는 기업의 주가가 더 오르기 마련이다.

STX는 이번 인적분할 공시에서 기준 실적을 작년 9월 말 개별 매출액을 기준으로 산정했다. 작년 9월 말 개별 기준 STX의 누적 매출액은 6594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46.9% 늘어난 수치다.

이를 토대로 인적분할 후 존속회사인 STX의 매출액은 6098억원으로 산출했다. 자본 총계는 474억원이며, 부채총계는 3421억원이다.

반면 분할설립회사 STX그린오션의 매출액은 379억원으로, 자본총계와 부채총계가 각각 144억원, 166억원으로 집계했다. STX의 작년 9월 말 전체 매출액을 기준으로 STX그린오션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5.75% 수준이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