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 월드뉴스를 총정리하는 한국경제신문 조재길 특파원의 글로벌마켓나우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한경 글로벌마켓 유튜브 및 한경닷컴 방송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위기 재전염 우려…은행주 일제히 급락

글로벌 은행주가 동반 타격을 받았습니다. JP모간 등 미국의 11개 대형 은행이 지역은행인 퍼스트 리퍼블릭은행(FRC)을 공동 지원하기로 결정했으나, 금융 불안이 되레 확산했습니다.

스위스 2대 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은행(CS)도 마찬가지입니다. 스위스국립은행 지원액(540억달러)이 부족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습니다.

CS의 투자 등급을 ‘BBB’로 강등한 모닝스타는 “지난 15일 이후 CS에서 빠져나간 기관투자자들의 펀드 자금이 2억달러를 넘어섰다”고 전했습니다.

RBC캐피탈은 “540억달러의 생명줄이 안심할 만한 수준인 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CS 주가는 뉴욕증시에서 7%가량 급락했습니다.

위기의 퍼스트 리퍼블릭은행 주가는 하루동안 33%나 밀렸습니다. 웨드부시의 데이비드 처베리니 애널리스트는 “FRC 매각 얘기가 나오는데 매각되더라도 기존 주주엔 악재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FRC의 작년 말 기준 부채 및 보유증권을 공정 가치로 평가하면 주당 마이너스 73달러가 될 것으로 계산됐다는 겁니다. 그는 “주당 0달러에 가까운 가격에 매각될 가능성이 85%”라며 “감자(자본금 감액)를 추진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웨드부시는 FRC의 투자의견을 종전 매수에서 중립으로, 목표가를 140달러에서 5달러로 각각 낮췄습니다.

이와 별도로 FRC가 증자를 추진한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추가로 투자처를 찾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대형 은행들의 300억달러 지원만으로 부족할 수 있다는 겁니다.

◆“현재로선 다음주 Fed 금리, 5%로”

오는 22일 미국 중앙은행(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시장에선 기준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올릴 것인지 아니면 동결할 것인지를 놓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지금으로선 25bp를 올려 기준금리를 연 5.0%로 조정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합니다.

로이터통신이 이달 10~15일 이코노미스트 8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의 93%(76명)가 25bp 인상을 점쳤습니다. 5명은 동결, 1명(노무라증권)은 25bp 인하할 것으로 봤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의 설문조사 결과도 마찬가지입니다. 3월과 5월, 6월에 각각 25bp씩 올려 최종금리를 연 5.0%로 만들 것이란 컨센서스를 제시했습니다.

설문에 응한 이코노미스트들은 내년 말 Fed의 대차대조표가 6조9000억달러까지 낮아질 것으로 봤습니다. 금리 인상과 별도로 채권 매각을 통한 긴축 정책은 내년 말까지 이어진다는 겁니다. 이코노미스트의 80%는 “1년 내 경기 침체를 맞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애나 웡 블룸버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은행 위기의 실물 전이가 최소화될 것”이라며 “이번 FOMC에서 동결보다 금리를 25bp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다이앤 스웡크 KPMG 수석이코노미스트는 “Fed가 신용 경색을 막기 위해 ‘매파적 동결’을 선택할 수 있다”며 “금리 동결 후 추후 인상 신호만 강하게 줄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Fed를 출입하는 월스트리트저널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는 “다음주 FOMC에서 Fed는 금리를 25bp 올리거나 동결할 것”이라며 “어떤 결정을 내릴 지는 향후 며칠간 발생할 (은행 위기 관련) 이벤트에 달렸다”고 말했습니다. 금융 시장의 안정화 여부가 금리 정책을 결정할 것이란 얘기입니다.

시장에선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페드워치에 따르면, 다음주 Fed가 금리를 25bp 올릴 확률이 60%로, 동결(40%)보다 조금 높습니다.

◆또 동반 급등한 채권·금·암호화폐

금융 불안과 함께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미국 국채와 금 가격이 급등세를 보였습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3.39%로 전날 대비 17bp 하락했고, 2년물 금리는 3.81%로 33bp 떨어졌습니다. 국채 금리가 하락했다는 건 수요 증가로 가격이 그만큼 뛰었다는 의미입니다.

국제 금값은 트로이온스당 1987달러로, 하루동안 3% 넘게 올랐습니다. 2000달러에 육박한 수치입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도 각각 급등세를 띄고 있습니다. 특히 비트코인 가격은 개당 2만700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암호화폐 관련주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COIN) 주가는 10.6%나 올랐습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MSTR) 11.03%, 라이엇 플랫폼(RIOT) 14.89%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코인베이스엔 호재도 있었습니다. 블룸버그는 “실버게이트 캐피탈, 실리콘밸리은행, 시그니처은행 등의 잇따른 파산 후 암호화폐에 대한 미국 내 규제 움직임이 강해지자 코인베이스가 해외로 적극 눈을 돌리고 있다”며 “미국 외 글로벌 거래소를 설립할 움직임을 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더 커진 비관론

월스트리트에선 비관론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트넷 최고투자전략가(CIS)는 “작년 10월의 증시 최저점이 수 개월 내 다시 찾아올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 지원 덕에 주가가 반등하면 이 때를 탈출 기회로 삼을 만하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는 “지난 열흘동안 암호화폐와 은, 국채 2년물, 대형 기술주 등이 급등세를 탔다”며 “이런 흐름이 바뀐 뒤에야 위기가 끝났다는 걸 알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레이엄 세커 모간스탠리 수석유럽전략가는 “지난 70년간 모든 금리 인상기엔 문제가 발생했다”며 “80%의 확률로 침체가 찾아오거나 금융위기가 동반했다”고 말했습니다.

세커 전략가는 “금융위기가 항상 침체를 동반하는 건 아니다”고 전제한 뒤 “다만 상황이 개선됐다는 게 입증될 때까지 증시 압박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