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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 집중탐구

작년 5월 영업 정상화됐지만…4분기에 회복세 꺾여
증발한 수요 회복 여부 및 속도 놓고 의견 갈려
회사는 배당성향 끌어 올리며 주주환원 강화
사진= 강원랜드
사진= 강원랜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조치가 해제되면 꽃길만 펼쳐질 줄 알았지만, 리오프닝 효과의 유효기간은 반년에도 못 미쳤습니다. 되려 영업지표는 코로나19 확산 사태 전인 2019년보다 악화됐죠. 주가도 팬데믹으로 주식시장이 패닉에 빠진 2020년 3월말 수준과 비교해 17%가량 높을 뿐입니다. 국내 유일의 내국인 카지노 강원랜드 이야기입니다.

지난 17일 강원랜드는 직전 거래일 대비 4.30% 오른 1만8920원에 마감됐습니다. 반짝 반등이 반갑긴 하지만, 올해 1월 말부터 한달 반 넘게 내리막을 탄 끝에 나온 반등이었습니다. 1월 말과 비교한 지난 17일 종가는 여전히 19.49% 하락한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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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쏠림에 반년만에 사라진 리오프닝 효과

주가 하락의 배경은 표면적으론 작년 4분기의 ‘어닝 쇼크’였습니다. 영업이익이 184억원으로, 실적발표 직전의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 평균)인 595억원의 3분의1 수준이었거든요.

물론 영업이익 기준 어닝 쇼크 한 번으로 이렇게까지 주가가 하락한 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향후 성장을 위한 투자나 일회성 비용으로 일시적으로 영업이익이 부진할 수 있으니까요. 실제 강원랜드는 리오프닝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마케팅 비용을 늘리고 신규 인력을 채용했습니다. 기존 인력들의 임금도 인상해줬죠. 이선화 KB증권 연구원은 “영업비용 측면에서 리오프닝 이후 신규 인력 채용으로 인건비가 작년 3150억원에서 올해 3450억원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문제는 회사와 주식시장의 기대보다 회복세가 짧았다는 점입니다. 강원랜드의 작년 4분기 매출액은 3347억원으로, 직전분기의 3976억원와 비교해 오히려 감소했습니다.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매출액이 줄어들며 이익의 역레버리지도 크게 발생했다”며 영업이익 쇼크의 배경을 분석했습니다.

직전분기 대비 매출액이 감소했다는 것 자체가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졌습니다. 강원랜드는 대표적인 리오프닝 수혜주로 꼽혔잖아요. 작년 4월 이뤄진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영업이 정상화된지 반년이 지나지 않아 회복세가 사라지다 못해 후퇴하는 모습이 나타난 겁니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강원랜드의 영업에 제한이 있던 작년 1분기의 방문객 수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 1분기 대비 50% 수준을 기록한 뒤, 5월에 대부분의 영업제한이 해제돼 같은해 2분기에는 2019년 대비 75%, 3분기에는 85%선까지 회복했다”면서 “이에 올해 1분기에는 방문객 수가 완전 정상화될 것을 가정해 작년 4분기 실적을 추정했지만, 실제 작년 4분기 방문객 수는 2019년 4분기의 85%선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라진 카지노 방문 수요 15%에 대해서는 여러 분석이 나옵니다. 작년 4분기 실적이 발표된 직후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길어진 탓에 오프라인 내국인 카지노 수요가 온라인·사설 카지노로 이동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최근에는 해외여행 수요가 카지노 방문 수요를 잠식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여행이 용이해진 작년 4분기부터 내국인 레저 수요가 해외여행으로 쏠리는 추세”라고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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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발한 오프라인 카지노 수요 돌아올까?

관건은 아직 돌아오지 않은 오프라인 내국인 카지노 수요 15%의 향방일 겁니다. 작년 4분기 실적 발표 직후에 나온 분석처럼 오프라인 내국인 카지노 수요의 일부가 강원랜드 방문보다 간편한 온라인·사설 카지노로 이동했다면, 강원랜드는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 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습니다.

해외여행이 국내 내국인 카지노 수요를 잠식했다면 그나마 상황이 좀 낫습니다. 레저 수요의 해외여행 쏠림이 영원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이미 팬데믹 기간 동안에는 10만원 남짓 가격으로도 나오던 일본 왕복 항공권 가격이 최근에는 50만원을 훌쩍 넘는 등 해외여행 쏠림에 대한 반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해외여행으로의 레저 수요 쏠림 현상이 해소되기까지 얼마나 걸릴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립니다.

지인해 연구원은 “올해 1월부터 3월 현재까지의 매스 드롭액(카지노 매출액)은 2019년 같은 기간을 대폭 웃도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온전한 정상화”라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한 개 분기의 숫자로는 강원랜드 트래픽 축소에 대한 의구심이 온전하게 나아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이화정 연구원은 “올해 연간으로 (작년 4분기 레저 수요의 해외여행 쏠림과) 유사한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며 강원랜드의 올해 연간 실적 추정치를 기존 대비 대폭 하향했습니다.

풍부한 순현금 바탕으로 주주환원 나서

오프라인 내국인 카지노 수요 회복 속도에 대한 이견에도 강원랜드를 들고 나온 건 주가 저평가가 워낙 심하다는 데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지난 17일 종가는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주식 시장이 패닉에 빠진 2020년 3월23일의 저점 1만6250원과 비교해 16.43% 높을 뿐입니다.

지인해 연구원은 “2조6000억원에 달하는 순현금이 현재 시가총액 약 4조원의 67%를 차지할 정도”라며 “최근 한달 사이 모든 밸류에이션에서 저점을 가리키고 있는 주가 하락은 분명 매우 과도하다”고 말합니다.

풍부한 순현금을 바탕으로 강원랜드는 주주환원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작년도 실적에 대해 주당 350원의 배당을 결정한 겁니다. 과거와 비교해 배당액 자체는 줄었지만, 배당성향으로 50% 수준에서 62%로 치솟았습니다. 이를 두고 지인해 연구원은 “주주환원 및 주가 관리를 위해 회사가 분명 노력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강원랜드는 레저업종의 인바운드 모멘텀에서는 열위지만, 하방이 제한적인 ‘방어주’ 역할을 기대하는 건 유효해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