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업고 고평가라고?…하이브, '엔터공룡'으로 성장하다 [신현아의 IPO그후]
하이브, 시총 7조 기업 되기까지
매해 사상 최대 실적
IP 다각화·플랫폼 확장 덕
'뉴진스' 신성장동력도 확보
매해 사상 최대 실적
IP 다각화·플랫폼 확장 덕
'뉴진스' 신성장동력도 확보

상장 과정에서 고평가 논란에 휩싸였던 (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에 평가다. 최대 기업가치 6조원대로 평가된 빅히트를 시장은 못 마땅해하는 눈치였다. 방탄소년단(BTS)이 아무리 잘 나간다고 하지만, CJ, 이마트 등 유명 기업 시총 순위를 넘어설 정도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상장 4년 차. 하이브는 전통 엔터 강자인 에스엠을 품을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국내 엔터사 중에선 시총, 매출 규모 모두 1위다. 걸그룹 뉴진스가 BTS를 이을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해 글로벌 콘텐츠·엔터테인먼트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고평가됐다니…매해 사상 최대 매출

하이브는 2020년 10월 15일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했다. 상장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부풀려졌다는 지적이 일었다. 당시 빅히트의 시가총액은 공모가(13만5000원) 기준 5조원에 달했다. 비교기업에 엔터사가 아닌 정보기술(IT)·플랫폼 대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포함된 것에 시장은 의문을 가졌다. 빅히트를 둘러싼 고평가 논란은 영국 경제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에서도 다뤄질 정도였다.
이랬던 하이브가 지금의 위치에 오르게 된 건 물론 글로벌 톱스타 반열에 오른 BTS 역할이 컸지만, 이것만이 전부는 또 아니다. 하이브는 2020년 90%에 달했던 BTS 매출 의존도를 2022년 기준 60~65%로 낮췄다. 이경준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지난달 진행한 2022년도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BTS를 제외한 (나머지) 전체 아티스트의 비중이 40% 중반 정도를 기록했다"며 "(방탄소년단을 뺀) 순서는 세븐틴이 여전히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했고,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엔하이픈 등 신인 그룹들 순서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에스엠이 이번 'SM 3.0 전략'을 통해 내세운 '멀티 프로듀싱'으로의 변화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1인 프로듀서 체제의 한계에서 벗어나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하겠단 의도가 담겼다. 각각의 프로듀싱 체제에서 음반이 제작되면 효율성이 올라간다는 장점도 있다. 이는 결국 실적으로 연결된다.
하이브는 상장 후 지난 3년(2020~2022년)간 매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1조7780억원, 영업이익은 2376억원으로 전년 대비 매출은 41.57%, 영업이익은 25% 증가했다. 2020~2021년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영향에 공연 매출이 거의 없다시피 한 와중에 낸 성과다. 레이블 인수로 끌어모은 아티스트의 앨범 판매량과 콘텐츠·굿즈상품(MD)에서 발생한 매출이 공연 부문의 공백을 메워준 덕이다.
플랫폼, 성장성 좋다

기업가치 산정 과정에서 비교기업으로 네이버와 카카오를 포함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큰 그림'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사명을 빅히트에서 하이브로 바꾼 것도 단순한 엔터사가 아닌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며 내린 결정이었다. 하이브는 자회사인 위버스컴퍼니를 통해 케이팝 팬덤 1위 플랫폼 '위버스'를 운영 중이다.
위버스는 연예인과 팬이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다. 이곳에선 연예인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라이브' 방송이 진행되는 한편, 공연도 실시간으로 중계된다. 아티스트 관련 위버스 독점 콘텐츠도 제공된다. 위버스에 입점된 연예인으론 뉴진스·르세라핌·BTS·세븐틴·지코·투모로우바이투게더·엔하이픈 하이브 산하 아티스트를 비롯해 YG엔터테인먼트 아티스트(블랙핑크·빅뱅·위너·아이콘 등), 에이핑크, 선미, FT아일랜드 등 국내 유명 기획사 아이돌 및 배우가 있다.
증권가도 위버스의 성장성에 대해 높게 평가하고 있다. 작년 4분기 위버스 MAU는 850만명으로 전분기 대비 2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말 36개였던 아티스트 채널 수는 2022년 말 78개까지 늘어났다. 물론 에스엠 인수에 따른 양질의 IP 입점으로 위버스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더 가파르게 상승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하이브는 수익성 강화를 위해 올해 2분기 팬이 직접 굿즈를 디자인하고 구매할 수 있는 '바이 팬스' 서비스를 선보인다. 3분기에는 구독형 멤버십 서비스를 출시해 추가 수익 창출과 트래픽의 안정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팬들이 단순히 아티스트의 콘텐츠를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것을 넘어 좀 더 능동적으로 개입할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것이기에 또 한 번의 성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신규 IP, 또 다른 모멘텀

현재 주가는 17만~18만원 선에서 머무르고 있다. 전날 종가 기준 주가는 공모가 대비 33% 웃돌고 있다. 상장한 지 3년 정도 된 점을 고려하면 눈에 띄게 높은 수익률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간의 고평가 논란에선 자유로울 정도는 됐다. 하이브의 실적 발표 이후 보고서를 내놓은 8개 증권사 가운데 6개사가 목표가를 상향 조정했다. 이들 증권사가 제시한 목표주가는 20만~25만원이다.
하이브는 최대 리스크인 BTS 병역 문제도 넘겼다. 이미 리스크는 주가에 반영됐다.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우리는 그간 BTS의 부재를 하이브의 기타 IP의 성장으로 메꾸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면서도 "최근의 IP 질·양적 성장으로 미뤄 봤을 때 부재가 생각보다 크지 않으며, 기타 존재들의 성장이 부재 상쇄 그 이상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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