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 사진=연합뉴스
방탄소년단(BTS). 사진=연합뉴스
"한 때 반짝인 아이돌 회사 시가총액이 5조원? 거품 꼈다."(기사 댓글 중에서)

상장 과정에서 고평가 논란에 휩싸였던 하이브(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에 평가다. 최대 기업가치 6조원대로 평가된 빅히트를 시장은 못 마땅해하는 눈치였다. 방탄소년단(BTS)이 아무리 잘 나간다고 하지만, CJ, 이마트 등 유명 기업 시총 순위를 넘어설 정도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상장 4년 차. 하이브는 전통 엔터 강자인 에스엠을 품을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국내 엔터사 중에선 시총, 매출 규모 모두 1위다. 걸그룹 뉴진스가 BTS를 이을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해 글로벌 콘텐츠·엔터테인먼트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고평가됐다니…매해 사상 최대 매출

방시혁 하이브 의장. 사진=연합뉴스
방시혁 하이브 의장. 사진=연합뉴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하이브는 전날 종가 17만94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최근 에스엠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주가가 한 때 20만원대를 웃돌기도 했다. 하지만 인수전 이슈 소멸 후 주가는 소강상태에 접어든 모양새다.

하이브는 2020년 10월 15일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했다. 상장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부풀려졌다는 지적이 일었다. 당시 빅히트의 시가총액은 공모가(13만5000원) 기준 5조원에 달했다. 비교기업에 엔터사가 아닌 정보기술(IT)·플랫폼 대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포함된 것에 시장은 의문을 가졌다. 빅히트를 둘러싼 고평가 논란은 영국 경제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에서도 다뤄질 정도였다.

이랬던 하이브가 지금의 위치에 오르게 된 건 물론 글로벌 톱스타 반열에 오른 BTS 역할이 컸지만, 이것만이 전부는 또 아니다. 하이브는 2020년 90%에 달했던 BTS 매출 의존도를 2022년 기준 60~65%로 낮췄다. 이경준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지난달 진행한 2022년도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BTS를 제외한 (나머지) 전체 아티스트의 비중이 40% 중반 정도를 기록했다"며 "(방탄소년단을 뺀) 순서는 세븐틴이 여전히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했고,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엔하이픈 등 신인 그룹들 순서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사진=뉴스1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사진=뉴스1
이는 2019년부터 공격적인 레이블 인수를 통해 BTS 외 다양한 아티스트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하면서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다졌기에 가능했다. 그룹 '세븐틴' 소속사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래퍼 '지코'가 속한 케이오지엔터테인먼트 등이 이때 인수한 엔터사 중 하나다. 이른바 '멀티 레이블'의 효과가 컸던 것이다.

에스엠이 이번 'SM 3.0 전략'을 통해 내세운 '멀티 프로듀싱'으로의 변화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1인 프로듀서 체제의 한계에서 벗어나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하겠단 의도가 담겼다. 각각의 프로듀싱 체제에서 음반이 제작되면 효율성이 올라간다는 장점도 있다. 이는 결국 실적으로 연결된다.

하이브는 상장 후 지난 3년(2020~2022년)간 매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1조7780억원, 영업이익은 2376억원으로 전년 대비 매출은 41.57%, 영업이익은 25% 증가했다. 2020~2021년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영향에 공연 매출이 거의 없다시피 한 와중에 낸 성과다. 레이블 인수로 끌어모은 아티스트의 앨범 판매량과 콘텐츠·굿즈상품(MD)에서 발생한 매출이 공연 부문의 공백을 메워준 덕이다.

플랫폼, 성장성 좋다

하이브의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
하이브의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
하이브는 플랫폼 기업으로의 자리매김도 노리고 있다. 플랫폼은 음원·음반·공연 매출 외 이를 활용한 MD, 영상 콘텐츠 등 2차 IP 판매 채널로서 기능할 수 있어서다. 무엇보다 이게 돈이 된다. 제작비가 많이 투입되는 음원·음반·공연과 같은 1차 IP에 비해 수익성이 높아서다. 엔터사로서 플랫폼은 놓칠 수 없는 먹거리인 셈이다. 하이브의 작년 4분기 실적 가운데 아티스트 직접 참여형 매출(음원·음반·공연 등)은 2894억1100만원, 간접참여형 매출(MD·콘텐츠 등)은 2459억1700만원이었다. 비중은 각각 54%, 46%로 유사했다.

기업가치 산정 과정에서 비교기업으로 네이버와 카카오를 포함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큰 그림'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사명을 빅히트에서 하이브로 바꾼 것도 단순한 엔터사가 아닌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며 내린 결정이었다. 하이브는 자회사인 위버스컴퍼니를 통해 케이팝 팬덤 1위 플랫폼 '위버스'를 운영 중이다.

위버스는 연예인과 팬이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다. 이곳에선 연예인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라이브' 방송이 진행되는 한편, 공연도 실시간으로 중계된다. 아티스트 관련 위버스 독점 콘텐츠도 제공된다. 위버스에 입점된 연예인으론 뉴진스·르세라핌·BTS·세븐틴·지코·투모로우바이투게더·엔하이픈 하이브 산하 아티스트를 비롯해 YG엔터테인먼트 아티스트(블랙핑크·빅뱅·위너·아이콘 등), 에이핑크, 선미, FT아일랜드 등 국내 유명 기획사 아이돌 및 배우가 있다.

증권가도 위버스의 성장성에 대해 높게 평가하고 있다. 작년 4분기 위버스 MAU는 850만명으로 전분기 대비 2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말 36개였던 아티스트 채널 수는 2022년 말 78개까지 늘어났다. 물론 에스엠 인수에 따른 양질의 IP 입점으로 위버스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더 가파르게 상승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하이브는 수익성 강화를 위해 올해 2분기 팬이 직접 굿즈를 디자인하고 구매할 수 있는 '바이 팬스' 서비스를 선보인다. 3분기에는 구독형 멤버십 서비스를 출시해 추가 수익 창출과 트래픽의 안정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팬들이 단순히 아티스트의 콘텐츠를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것을 넘어 좀 더 능동적으로 개입할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것이기에 또 한 번의 성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신규 IP, 또 다른 모멘텀

걸그룹 뉴진스. 사진=연합뉴스
걸그룹 뉴진스. 사진=연합뉴스
뉴진스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뉴진스는 데뷔 6개월 만에 두 개의 밀리언셀러 음반을 보유한 메가 아티스트가 됐다. 이 연구원은 "매우 이례적인 점은 미국 진출 없이도 빌보드 핫100 순위가 3~4주 가까이 지속 상승했다는 점"이라며 "이는 컴백주가 고점인 다른 아티스트들과 완전히 대비되는 점으로 향후 미국에서의 엄청난 성과가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상반기엔 케이오지엔터테인먼트, 하반기엔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에서 보이그룹이 데뷔하는 데다 4분기 미국에서도 걸그룹이 데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속적인 본업의 모멘텀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주가는 17만~18만원 선에서 머무르고 있다. 전날 종가 기준 주가는 공모가 대비 33% 웃돌고 있다. 상장한 지 3년 정도 된 점을 고려하면 눈에 띄게 높은 수익률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간의 고평가 논란에선 자유로울 정도는 됐다. 하이브의 실적 발표 이후 보고서를 내놓은 8개 증권사 가운데 6개사가 목표가를 상향 조정했다. 이들 증권사가 제시한 목표주가는 20만~25만원이다.

하이브는 최대 리스크인 BTS 병역 문제도 넘겼다. 이미 리스크는 주가에 반영됐다.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우리는 그간 BTS의 부재를 하이브의 기타 IP의 성장으로 메꾸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면서도 "최근의 IP 질·양적 성장으로 미뤄 봤을 때 부재가 생각보다 크지 않으며, 기타 존재들의 성장이 부재 상쇄 그 이상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