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최대 수혜 기업?…최종 승자는 이미 정해졌다 [성상훈의 해외주식학개론]
"AI 시대 최대 수혜주는 어디일까"

챗GPT가 불러온 AI 열풍 이후 미국 월가는 '어떤 기업이 AI 시대의 승자가 될 것이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세상 변화와 그 변화가 가져올 수익에 가장 민감한 미국 월가인만큼 AI가 어떤 분야, 어떤 기업을 성장시킬지를 탐색하고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골드만삭스, 크레디트스위스 등 주요 대형 투자회사 및 투자은행들은 AI 시대 최대 수혜를 입을 기업들의 예상 목록을 잇따라 내놓고 있습니다, 이중 공통적으로 가장 많이 '톱픽(TOP PICK)'으로 꼽히는 곳이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입니다. 전문가들의 시각 뿐 아니라 시장의 반응도 비슷합니다. 챗 GPT 열풍 이후 수급이 몰리며 엔비디아의 주가는 16일(미국 현지시간) 기준 올해만 78.42%가 상승했습니다. 빅테크주를 통틀어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AI 전쟁 누가 이겨도 최종 승리자는 '엔비디아'

챗GPT 이후 AI 경쟁은 이미 가시화 되고 있습니다. MS(마이크로소프트)는 자신들이 투자한 오픈AI의 챗GPT를 자사 프로그램인 엑셀과 파워포인트(PPT) 등에 접목하기로 했고, 이에 맞서 구글은 AI를 접목한 이메일 서비스, 의료용 언어모델 등의 제품을 대거 내놓고 있다. 중국의 검색 엔진업체 바이두 역시 AI 기술 '어니봇' 공개하며 미국을 쫓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세 업체는 향후에도 인공지능 전쟁을 최전선에서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들입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또 있습니다. 모두 엔비디아의 GPU(그래픽 처리장치)를 AI 반도체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GPU는 AI 반도체의 핵심 부품으로서, 현재 엔비디아는 GPU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AI 기술 경쟁을 벌일 빅테크 기업들로서는 별다른 선택권이 없는 상황입니다. AI 업체들은 얼마나 많은 엔비디아의 GPU가 들어갔느냐를 '누가 더 뛰어난 기술인가'의 기준으로 삼을 정도입니다. 어떤 AI 모델이 승자가 될 것이냐와 관계없이 엔비디아는 어떤 상황에서도 조용히 웃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글로벌 IT정보업체의 전망에 따르면 AI반도체 시장은 5년내 2배 이상으로 커질 예정입니다. 하지만 엔비디아 GPU에 대한 수요는 시장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시장 선점을 위해 MS, 구글, 바이두 등의 업체들이 실적과 관계없이 막대한 군비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금융데이터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는 106억 달러, 2024년 추정치는 125억달러로 매년 급성장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향후 AI반도체 시장에서 GPU를 대체할 NPU(신경망처리장치)가 등장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지만, GPU에서 한단계 발전된 기술인만큼 이 시장에서도 엔비디아가 선두를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반면 AI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선두자리를 위협할 경쟁자도 아직까지는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AMD나 인텔이 엔비디아를 따라잡기 위해 여러 반도체 기업들을 인수하는 등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엔비디아만큼의 경쟁력은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오히려 엔비디아는 격차를 벌릴 투자를 더욱 늘리고 있습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R&D 연구개발비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초 약 4억 달러(약 5200억원)였던 연구개발비는 올해 초 10억달러(약 1조 3000억원)까지 2.5배 늘어났습니다. 매출대비 연구개발비 비율도 15%에서 1년사이 23% 수준까지 올라왔습니다. 독점력을 유지하기 위해 꾸준히 경제적 진입장벽을 만들고 있는 셈입니다.

글로벌 증권사들이 큰폭의 주가 상승에도 목표주가를 잇따라 상향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AI 시대' 최대 수혜 기업?…최종 승자는 이미 정해졌다 [성상훈의 해외주식학개론]

벨류에이션 부담에 단기적 접근은 조심

다만 리스크 요인도 있습니다. 일단 단기적으로 주가가 너무 많이 올라 벨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부담이 있습니다. 단기 조정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의미입니다. 엔비디아의 12개월 선행 PER(주가수익비율)은 50배 이상으로 PER에 후한 월가의 입장에서도 다소 부담스러운 수준입니다. 향후 실적이 늘어나며 PER 등 벨류에이션이 다시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지만, 단기적 트레이딩으로 접근하는 것은 분명 리스크가 있어 보입니다.

향후 상당부분 매출을 담당할 중국 시장으로의 수출이 제한을 받을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미국과 중국 양국은 AI 분야를 차기 전쟁터로 삼고 있는데, 수출을 제한할 정책적 규제가 언제든지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미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2차전지 시장에서 IRA(인플레이션 방지법)와 같은 수많은 규제가 나오고 있는 것처럼, AI 시장에서도 마찬가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만약 AI반도체 수출을 제한하는 규제가 나온다면 엔비디아로서는 실적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AI 시대' 최대 수혜 기업?…최종 승자는 이미 정해졌다 [성상훈의 해외주식학개론]
몇가지 우려가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실적과 주가가 결국 우상향할 것이라는게 글로벌 증권사들의 공통적인 의견입니다. 흔히 기업의 향후 주가를 살필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건 '높은 실적 성장세가 예상 되느냐'와 '경쟁자의 진입을 막을 경제적 해자(진입장벽)가 있느냐' 두가지 입니다. 글로벌 증권사들이 확신에 가까운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는건 엔비디아가 이 두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하고 있어서 일 겁니다.

주가가 올해 높은 수준으로 올랐지만 지난 1년으로 범위를 넓히면 상승률은 3.13% 수준입니다. 1년전 주가를 회복한 정도라는 의미입니다. 실적 전망이 크게 올랐는데도, 아직 이전 고점인 2021년 말 329.85달러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 펀드매니저는 "상황은 점점 더 좋아지고 있는데 주가는 왔다갔다 하고 있다"면서 "중장기적으로 결국 우상향할 것이란걸 확신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기업"이라고 말했습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