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내일 삼성전자 주주총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올해 주총시즌이 열립니다.

한국경제TV는 이 기간 '주주와 함께 간다' 시리즈로 주요기업의 주총내용에 대해 보도해드릴 예정입니다. 오늘은 그 첫 시간입니다. 증권부 홍헌표 기자 나와있습니다.

이번 주부터 주총시즌의 시작입니다. 먼저 어떤 기업들의 주총이 예정돼 있습니까?

<기자>

내일 삼성전자의 주주총회를 시작으로 이달 말까지 본격적인 주총시즌이 열립니다

15일에는 삼성전자와 삼성전기, 삼성SDI가 열리고, 16일에는 삼성생명과 호텔신라, 삼성카드입니다.

17일에는 기아와 포스코홀딩스, 고려아연, 아모레퍼시픽, BNK금융지주 등입니다.

삼성그룹 대부분은 이번 주에 주총이 마무리됩니다.

<앵커>

아무래도 삼성전자는 소액주주가 500만 명이 넘기 때문이 개인투자자들의 관심도 상당히 클 것 같습니다. 또 최근 주가가 부진해서 주총장에서 많은 이야기가 나올 것 같은데요?

<기자>

올해 삼성전자의 주총 안건으로는 한종희 부회장의 재선임 정도를 제외하면 큰 건은 없습니다.

이재용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안이 올라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삼성전자는 주주가치 제고와 관련해 언급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삼성전자는 5만9,000원에 장을 마쳤습니다. 1년 전에는 주가가 7만2,000원, 2021년에는 8만3,000원이었습니다.

지난해 주총을 돌아봤을 때 올해도 비슷한 수준의 이야기가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해에는 먼저 갤럭시 S22의 GOS 논란에 대한 사과가 있었고,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약 10조 원의 배당금을 지급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AI와 로봇, 메타버스 등 신성장 동력을 끌어올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올해도 배당금이나 자사주 매입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방안들이 나올 수 있습니다.

다만 주가가 계속 6만 원대에 맴돌고 있어서 소액주주들이 이 정도 수준에서 만족할 지는 미지수입니다.

부진한 반도체 업황에 대한 전망, 또 어떤 신사업계획이 나올 지도 지켜봐야겠습니다.

<앵커>

올해 주주총회의 키워드라고 하면 단연 소액주주들의 반란입니다. 특히 행동주의 펀드들의 움직임이 유난히 거센 한 해입니다.

<기자>

행동주의 펀드가 주총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일단 행동주의 펀드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중입니다.

기본적으로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지배구조 개편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제안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먼저 주총이 28일 예정된 KT&G의 경우 다수의 행동주의 펀드가 주주제안에 나섰습니다.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는 KT&G에 자회사인 KGC인삼공사의 분할 및 재상장, 주당 1만 원 배당, 자신들의 추천 사외이사 선임 등을 제안했습니다.

또 다른 사모펀드인 안다자산운용도 배당금 증액과 추천 사외이사 선임 등 제안한 상황입니다.

KT&G는 "이사회 결의를 거쳐 적법한 주주제안 안건은 모두 상정하지만, 적법하지 않은 일부 안건은 주총에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주주제안이 모두 안건으로 올라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KT&G의 경우 미국계 자산운용사가 지분 7.1%를 보유하고 있지만 나머지 주요주주가 국민연금(7.44%)과 중소기업은행(6.9%), 우리사주조합(2.93%), 자사주(12.61%) 등 우호지분이 30%에 달하기 때문에 일단 주주제안을 막아낼 것으로 보입니다.

이 밖에 적극적인 주주행동을 펼치고 있는 트러스톤자산운용은 BYC와 태광산업의 주총에서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감사 선임 등을 제안했습니다.

<앵커>

행동주의 펀드가 자본시장에서 힘을 발휘하면서 최대주주와 행동주의 펀드 사이의 표 대결 양상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에는 JB금융지주 주총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기자>

30일 열릴 예정인 JB금융지주 주총은 행동주의 펀드가 대주주를 이길 수 있느냐를 두고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일단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는 JB금융지주의 결산 배당을 주당 900원으로 증액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JB금융지주는 주당 715원으로 안건을 올린 상태입니다.

또 얼라인은 자신들이 추천한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JB가 추천한 사외이사에 재선임에 대해 반대해야한다는 의견도 냈습니다.

이번 주총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최대주주와 사모펀드의 지분 격차가 크지 않다는 점 때문입니다.

JB금융지주 1대 주주인 삼양사와 2대 주주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의 지분율은 각각 14.61%, 14.04%로 불과 0.57%p 밖에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3대주주가 11.42%를 보유한 OK저축은행이고, 국민연금도 7.79%를 갖고 있습니다.

여기에 외국계 자산운용사들도 약 4% 정도 보유 중입니다.

대주주가 주총 표 대결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한 것이 아니어서 40%가 넘는 소액주주들의 영향력이 커질 전망입니다.

특히 소액주주들은 배당금을 많이 받으면 당연히 이득이 되기 때문에 얼라인의 손을 들어줄 수도 있습니다.

<앵커>

행동주의 펀드가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면서 기업이 주주친화적인 방안을 고민하게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너무 단기적인 이익만 보는 것 아니냐는 문제점도 있을텐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 상장사들은 소액주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본인들의 회사로 생각하는 경영진도 있었고요.

하지만 행동주의 펀드를 중심으로 소액주주들이 적극적으로 요구하게 되면서 이제 기업도 주주를 위한 고민을 하게 됐습니다.

다만 고배당 요구 같은 단기적인 이익에만 매몰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전문가 의견 들어보시겠습니다.

[김대종 /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 행동주의 펀드가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것은 기업에 대한 감시나 관리 등 기업을 조심하게 하는 장점이 있지만 장기적인 성장에서는 배당을 많이 해주면 연구개발이나 투자를 못하게 되고 단순히 주가만 올리게 될 수도 있습니다.]

<앵커>

행동주의 펀드 뿐 아니라 순수하게 소액주주와 싸우는 회사들도 있습니다. 특히 바이오업계에서는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거센 상황이죠?

<기자>

바이오기업은 주가도 고점 대비 곤두박질쳤고,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커지는 이유입니다.

바이오기업 헬릭스미스는 내일(15일) 임시주총을 엽니다.

이번 임시주총에는 소액주주연합회가 추천한 사내이사 3명에 대한 해임안건이 올라와 있습니다.

이 사내이사 3명은 지난해 소액주주연합회의 추천으로 사내이사로 올라갔습니다.

헬릭스미스는 임상지연과 해외펀드 투자로 인한 손실, 잇따른 유상증자 등으로 경영진이 소액주주들의 신뢰를 완전히 잃어버리면서 소액주주들이 행동에 나선건데요,

이번에는 회사가 소액주주 추천인사들을 이사회에서 다시 내보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 헬릭스미스와 소액주주연합회는 고소·고발을 서로 진행하면서 본격적인 법적 싸움에도 들어간 상황입니다.

또 코로나19 진단키트로 주가가 급등했었던 휴마시스도 오는 17일 주총을 엽니다.

휴마시스의 주가는 코로나 펜데믹 당시와 비교하면 반토막이 난 상황입니다.

휴마시스 소액주주들은 차정학 전 대표가 주주친화적인 정책을 펼치지 않는다며 경영진 교체를 요구했고, 올해 초 새로운 경영진이 꾸려졌습니다.

하지만 새 경영진의 사업목적 추가 등 정관 일부 변경안이 부결되면서 이번 정기주총 때 다시 표 대결을 해야합니다.

한편, 휴마시스는 지난 10일에는 1주당 3주의 비율로 무상증자를 결정했습니다.

이에 주가가 일시적으로 뛰었는데요, 소액주주들의 요구에 회사가 일정 부분 응답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또 올해 주총에서는 경영권 다툼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는 기업들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고려아연과 에스엠을 꼽을 수 있는데 고려아연의 주총이 이번 주 열립니다. 창업주 일가 사이의 지분경쟁이 이뤄지고 있죠?

<기자>

고려아연이 3세 경영으로 넘어가면서 창업주 집안 사이의 지분경쟁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세계 1위 아연 제련 업체인 고려아연은 지난 1949년에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함께 세운 영풍그룹의 핵심 계열사입니다.

그룹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캐시카우로서 그동안 소유는 장씨 일가, 경영은 최씨 일가가 맡았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창업주 3세 최윤범 회장이 취임한 이후 고려아연이 그룹에서 계열 분리할 가능성이 생기면서 지분 확보를 놓고 경쟁하고 있습니다.

장씨일가의 지분은 32.23%, 최씨일가의 지분은 28.82%입니다.

지난해 최씨 일가가 한화, LG, 한국타이어 등을 우호세력으로 섭외해 지배력을 확대해 두 집안간 지분율 격차가 3.5%p까지 줄어들었습니다.

이번 주총에서는 이사진 11명 중 6명에 대한 교체 안건이 상정됐는데, 대부분 최 회장의 우호 세력입니다.

다만 아직까지도 장씨일가의 지분이 많아 당장 이번 주총 때 큰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양측의 지분경쟁은 장기전으로 흐를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이번 주 삼성그룹을 시작으로 다음 주에는 현대차그룹과 4대 금융지주의 주총이 예정돼 있습니다. 에스엠 인수를 비롯해 행동주의 펀드와 소액주주들의 목소리도 높아지면서 여느 때보다 이슈가 많은 주총시즌입니다. 다음주에도 주총과 관련한 자세한 이야기 이어가겠습니다. 증권부 홍헌표 기자였습니다.


홍헌표기자 hphong@wowtv.co.kr
확 달라진 주총시즌…한 판 벼르는 소액주주 [심층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