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으로 연일 치솟았던 SM엔터테인먼트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하이브카카오에 SM엔터 경영권을 넘기는 방향으로 합의하면서 추가적인 주가 상승 기대가 사라지면서다. 반면 ‘승자의 저주’를 피하게 된 하이브와 카카오 주가는 동반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카카오의 공개매수가 끝나기 전까지 SM엔터 주가가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쩐의 전쟁’ 끝나자 SM엔터 주가 뚝

경영권 분쟁 마침표…SM엔터 뚝, 카카오·하이브는 쑥
13일 SM엔터는 23.48% 하락한 11만31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최근 1년간 가장 큰 낙폭이다. 전날 하이브가 SM엔터 인수 절차를 포기해 향후 하이브와 카카오가 ‘공개매수 전쟁’을 벌일 가능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카카오의 공개매수 물량이 SM엔터 지분의 최대 35%로, 소액주주 보유 지분의 절반 수준에 머문다는 점도 이날 낙폭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SM엔터의 소액주주 비중은 작년 9월 말 기준 70.53%에 달했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소액주주들이 공개매수 청약을 해도 최대 절반만 공개매수 가격에 팔 수 있는 셈”이라며 “공개매수 종료 후 SM엔터 주가 향방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날 매도세가 몰리다 보니 주가가 예상보다 크게 빠졌다”고 했다.

반면 카카오와 하이브는 이날 각각 4.65%, 3.21% 상승했다. 양사 합의로 SM엔터 경영권 인수를 둘러싼 출혈경쟁 우려가 해소되면서다. 당초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지난 7일 주당 15만원에 SM엔터 공개매수를 시작하면서 하이브 역시 2차 공개매수로 맞불을 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박성국 교보증권 연구원은 “하이브가 SM엔터 인수를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 등의 방안을 고려했다면 주주가치가 크게 희석될 우려가 있었지만 이것이 해소되며 주가가 상승한 것”이라고 했다.

○하이브 공개매수가 주가 변수

SM엔터 인수전은 끝났지만 전문가들은 공개매수가 끝나는 오는 26일까지 SM엔터 주가가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특히 SM엔터 지분 상당분을 보유한 하이브(15.78%)와 이수만 전 SM엔터 총괄프로듀서(3.65%)가 카카오의 공개매수에 응할지가 주요 변수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이들마저 공개매수에 응하면 소액주주가 팔 수 있는 물량은 더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자산이나 매출이 3000억원이 넘는 회사가 자산 또는 매출 300억원 이상인 상장사 주식을 15% 이상 취득하면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신고를 해야 한다. 이 때문에 경영권 인수를 포기한 하이브가 계속 15% 넘는 SM엔터 지분을 보유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하이브가 얼마나 공개매수에 응할지를 놓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소 엇갈리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하이브가 15% 미만으로 떨어질 만큼만 공개매수에 응하고 주요 주주로 남아 SM엔터의 의사 결정에 일정 부분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반면 다른 애널리스트는 “SM엔터와의 플랫폼 사업 협업이 아직 구체적이지 않은 만큼 하이브가 보유 지분을 상당부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