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전 세계에서 레버리지 투자에 가장 관대한 곳으로 꼽힌다. 레버리지 배율 두 배를 초과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를 사실상 금지한 한국과 달리 5배 레버리지나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품까지 시장에 상장돼 있다. 투기를 조장한다는 유럽 내 여론도 적지 않지만, 수요가 있는 만큼 투자자를 위한 선택의 폭을 넓혀줘야 한다는 게 유럽 당국의 입장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테슬라, 엔비디아,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등 단일 종목 수익률의 세 배를 추종하는 상장지수증권(ETP) 등이 영국 증권거래소(LSE)에 상장돼 있다. ‘레버리지셰어즈 3X 테슬라(3TSL)’ ‘그래니티셰어즈 3X 애플(3LWP)’ ‘레버리지셰어즈 3X 아마존(3AMZ)’ 등이다.

주가가 하락할 때 세 배의 수익을 보는 ‘3배 인버스’ 상품 역시 동시에 상장돼 있다. 이들을 조합한 FAANG 3배 레버리지, 3배 인버스 등도 있다. 미국 시장에도 없는 주요 빅테크 기업 대상 3배 레버리지와 인버스 상품이 유럽에 있는 것이다.

중화권 기업을 대상으로 한 3배 레버리지, 3배 인버스 상품도 많다. 바이두, 알리바바, 니오, TSMC의 주가를 세 배로 추종하는 상품이 상장돼 있다. 국내 기업 중에는 쿠팡 관련 상품이 있다.

각국 전체 증시를 레버리지화한 ETP도 있다. 국내 서학개미들이 투자하는 미국의 TQQQ와 비슷한 나스닥 3배 레버리지는 물론 나스닥 5배, S&P500 5배 레버리지·인버스 상품도 상장돼 있다. 코리아 MSCI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상품 역시 선보였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고배율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레버리지를 좇는 전 세계 ‘불개미’들이 유럽으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계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한국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늘고 있다”며 “리스크가 높은 만큼 제한적으로 활용하는 경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