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환경의 변화는 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변화에 대한 이해가 투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각국은 안보와 에너지 자립을 위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친서방과 반서방이 경쟁적으로 안보분야 투자를 늘리는 ‘신냉전 체제’로의 변화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관련 민간 기업의 구조적 성장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전망한다. 이들 기업을 담은 상장지수펀드(ETF)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다.
○너도나도 늘리는 ‘무기 수입’
Getty Images Bank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안보 및 에너지 자립 관련 테마 지수들이 연초부터 모두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상장된 방산 ETF인 ‘ARIRANG K방산Fn’과 우주항공 ETF인 ‘ARIRANG 우주항공&UAM iSelect’는 올해 각각 10.45%, 11.3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ARIRANG K방산Fn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LIG넥스원·현대로템 등에, ARIRANG 우주항공&UAM iSelect는 대한항공·LIG넥스원 등에 투자한다.
각국의 군비경쟁이 올해에도 이어지면서 수혜는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 미국·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러시아가 대립하고 있는 동유럽은 물론 미국과 중국이 대치하는 중앙아시아, 남아시아, 동남아, 중동 등 세계 거의 모든 지역에서 무기 수입을 늘리고 있다.
특히 한국 기업들의 수혜가 상대적으로 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첨단기술에만 집중 투자해온 다른 국가와 달리 북한과의 대치 상황 때문에 즉시 사용 가능한 ‘미들급 무기’ 생산에 특화돼 있기 때문이다. 한 방산업체 관계자는 “전쟁에서 바로 쓸 수 있는 전차, 장갑차, 자주포 등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국가는 그리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사이버 보안 역시 물리적 안보만큼 중요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다만 국내 사이버 보안 업체들에 투자하는 ETF는 없다. 대신 Rapid 7·포티넷·팔로알토네트웍스 등 글로벌 사이버 보안 업체에 투자하는 ‘TIGER 글로벌 사이버보안 INDXX’가 국내에 상장돼 있다. 올해 수익률은 14.04%였다.
○“에너지 자립 정책에 의한 민간 수혜 계속될 것”
에너지 분야 역시 신냉전 체제의 최대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러시아의 유럽 가스 공급 중단 사태를 계기로 에너지 자립을 이뤄야 한다는 각국의 기조가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에서 수입해야 하는 석유·가스·석탄 등 전통에너지 대신 각 국가가 스스로 동력원을 찾을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많은 투자가 몰리고 있다.
‘KODEX K-신재생에너지액티브’ ‘TIGER Fn신재생에너지’ 등 신재생산업 ETF와 ‘KODEX 2차전지산업’ ‘TIGER 2차전지테마’ 등 2차전지 ETF 등의 강세가 중장기적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국내 기업들이 주요 국가들의 발전소·전기차 생산 밸류체인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KODEX 2차전지산업의 경우 올해만 25.6% 급등했고, KODEX K-신재생에너지액티브도 18.79% 상승했다.
태양광과 원자력 분야 ETF 역시 에너지 자립 움직임에 의한 수혜가 예상된다. 현재 태양광 테마의 경우 중국 태양광산업에 투자하는 ‘SOL 차이나태양광CSI’가 국내 상장돼 있다. 원자력 테마의 경우 글로벌 원전 관련 기업들에 투자하는 ‘KBSTAR 글로벌원자력iSelect’가 상장돼 있다. SOL 차이나태양광CSI와 KBSTAR 글로벌원자력iSelect는 올해 각각 6.63%, 13.15% 올랐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같은 에너지 자립을 위한 각국의 정부 정책이 계속 이어질 예정”이라며 “수혜는 태양광, 2차전지, 원자력 등에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주목되는 연금 관련 이슈 둘을 꼽자면 하나는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의 본격적인 도입(기업의 도입 시한은 2023년 7월)이고, 다른 하나는 연금개혁 논의다. 이 중 연금개혁은 국민연금 재정의 지속 가능성 문제에서 출발해 공·사적 연금 전반에 장기적 영향을 미칠 중요한 이슈다.지난 1월 발표된 국민연금 재정추계 시산 결과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 적립금의 소진 시점은 2055년으로 예상된다. 5년 전인 2018년의 추계보다 2년 더 앞당겨졌다. 저출생과 함께 인구 고령화가 가속화하며 적립보다 인출 속도가 점점 빨라져 국민연금 재정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사적연금 활성화 필요공적연금 재정의 장기적 안정화를 위한 연금개혁은 기금 적립률을 높이거나, 연금을 늦게 받게 하거나 감액하는 방법이 동원된다. 이를 보통 모수 조정이라 부른다. 일본 등 선진국들은 노년부양비율(20~64세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20%를 넘어선 1990년대부터 모수 조정 중심의 공적연금 개혁을 시작했다.보험료율 인상을 통해 연금재정을 개선한 선진국들은 현재 낮게는 12.4%(미국)에서 높게는 18.5%(스웨덴)에 이르는 공적연금 보험료율을 적용 중이다.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장래에 지급되는 시점별로 낮게는 65세, 높게는 68세까지 상향 조정했다. 최근 연금개혁을 재추진 중인 프랑스처럼 공적연금 납입기간 연장을 통해 연금 지급 시기를 늦춰 온 사례도 있다.연금 감액의 경우는 독일처럼 목표 소득대체율을 낮추고 급여산식 기준을 보수적으로 변경하거나 일본과 같이 인구 구조 변화를 반영하는 자동조절장치(거시경제 슬라이드)로 급여 상승을 억제하는 방식 등이 활용됐다.이런 연금개혁의 결과는 공적연금 수급자인 국민 입장에서 반길 일은 아니다. 많은 국가에서 연금개혁 이후 공적연금 소득대체율이 하락하거나 억제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소득대체율이 낮아지지 않은 미국 프랑스 등은 각각 기금소진이나 연금재정적자가 우려돼 대책을 논의 중이다.연금개혁으로 인한 공적연금 노후보장 기능의 약화는 자연스레 사적연금 강화 대책에 힘을 쏟게 했다. 퇴직연금 또는 개인연금 제도를 통해 자동가입이나 의무가입을 유도하고, 정부가 기여금 일부를 지원하는 방식이 사적연금 활성화를 위해 강구됐다. 영국 NEST 제도, 독일 리스터연금, 스웨덴 수익연금 등이 대표적이다.○개인의 연금운용 능력 중요해져연금개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존 노후소득보장 기능이 가급적 위축되지 않도록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지면 좋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하게 현행 국민연금 제도상 모수를 조정할 경우 연금 수급자는 근로소득 적립 부담이 커지거나 국민연금의 노후소득 활용 시점이 늦어질 수 있음을 감안한 생애 재무설계를 구상할 필요가 있다.퇴직연금 및 개인연금 등 사적연금의 소득 인출 기능을 강화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인플레이션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운용수익률 달성이 요구되므로 적절한 자산 배분과 리밸런싱(자산 배분 재조정)과 관련한 운용능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다행히 자동 자산배분형 상품과 글로벌 분산투자가 가능한 상품이 구축돼 연금의 장기 운용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사적연금의 노후소득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다양한 인센티브 부여 정책이 수립된다면 개인이 스스로 노후소득 체계를 구축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박영호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이사
코스피지수가 2500선 벽을 넘지 못한 채 주춤거리고 있다. 그동안 국내 증시를 떠받쳤던 외국인 순매수가 줄어들면서다. 뚜렷한 증시 방향성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인공지능(AI), 반도체법, 애플페이 등 ‘테마주 장세’가 이어지는 분위기다.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단기과열종목 지정예고’ 공시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쳐 67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12건) 대비 5배 이상 늘었다. 상승장이 한창이던 전달(51건)과 비교해도 31.4% 증가했다.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던 1월보다 오히려 2월 단기 급등세가 더 두드러졌다는 분석이다.코스피지수는 2월 한 달 동안 0.5% 내리면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외국인 매수세가 약해진 영향이다. 외국인은 지난 2월 1일부터 7일까지 5거래일 동안 국내 증시(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에서 1조4547억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2월 마지막 5거래일(2월 22~28일)에는 1조4192억원을 순매도했다.호재가 부각된 일부 개별 종목은 돌아가면서 단기 급등세를 탔다. 지난달 3일 금융위원회가 ‘애플페이’ 국내 도입을 공식화하자 관련주로 분류되는 한국정보통신, 하인크코리아, 이루온 등이 줄줄이 상승세를 탔다. 하인크코리아는 2월 한 달 동안 69.3%, 한국정보통신은 18.9% 상승했다.챗GPT 수혜를 본 인공지능(AI) 테마주는 상승세가 더 두드러졌다. 셀바스헬스케어는 지난달 주가가 259.9% 폭등해 전체 상장 종목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자회사인 셀바스AI가 AI 사업을 한다는 이유였다. 지난달 23~27일에는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오픈엣지테크놀로지(46.3%), 코난테크놀로지(39.2%) 등도 지난달 주가가 크게 올랐다.‘K칩스법’으로 통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퍼지면서 중소 반도체주도 급등했다. ‘K칩스법’은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관련 시설투자액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높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반도체 디자인 업체인 에이디테크놀로지(67.3%)를 비롯해 에이디칩스(50.4%), 가온칩스(48.4%) 등이 상승세를 탔다.전문가들은 테마주가 단기 급등 이후 주가가 크게 빠질 가능성이 커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안랩의 경우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당권 경쟁 후보로 나서면서 1월 40% 이상 급등했지만 2월에는 18.9% 하락했다. SK증권과 한화투자증권도 ‘토큰증권’ 수혜가 예상되며 지난달 초 주가가 상승세를 그렸지만 고점 대비 18% 이상 하락했다.한재혁 하나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는 박스권 안에서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지만 테마주 시장은 AI, K칩스법, 중국 철강 수요 등으로 여전히 분주하다”며 “시장의 수급이 받쳐주지 않거나 투자자들이 다른 테마로 넘어가면 순식간에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주택임대차보호법이 2021년 개정되면서 임차인에게 계약갱신 요구권이 생겼다. 전세가가 많이 오를 때는 임차인이 계약갱신 요구권을 행사하고 임대인은 계약갱신 거절권을 행사해 많은 다툼이 발생했다. 부동산 경기가 나빠지고 전세가가 내려가자 임대인과 임차인 간 분쟁은 다른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다.2021년 12월 임차인 B의 요구로 임대차계약이 갱신됐다고 가정해보자. 갱신계약의 종료일은 2년 후인 2023년 12월이 된다. 임대인 A는 전세기간 연장으로 2024년까지는 임대보증금을 반환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기존에 세워놓은 자금 계획대로 보증금을 다른 곳에 썼다. 그런데 B는 갑자기 대출금리가 높아지고 인근 주택의 전세가가 낮아지자 전세를 유지하는 것에 불만을 느꼈다. B는 이런 상황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중 갱신한 주택임대차 계약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B는 전세보증금이 더 낮은 주택으로 옮기는 게 낫다고 판단한 뒤 A에게 계약해지를 통지했다. A는 예상하지 못한 계약해지 통지로 3개월 후 임대보증금을 B에게 반환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임대인 C와 임차인 D가 2021년 12월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C와 D 모두 계약 종료 시점에 아무런 갱신 거절 통지를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임대차계약은 2023년 12월에 종료되는 것으로 갱신됐다. 그러던 중 C는 2022년 12월에 이 주택을 E에게 매도했다.E는 본인이 실거주할 목적으로 주택을 샀다. 임대차 계약 종료 예정 시점인 2023년 12월에 입주하기 위해 현재 거주하고 있는 곳의 임대차 계약을 연장했다. 그런데 D는 전세가가 더 낮은 주택으로 이사가기 위해 전세 계약을 해지한다는 통지를 했다. 이 통지를 받게 된 E는 C의 지위를 승계받은 임대인으로서 계약해지 통지를 받은 때부터 3개월 후에 계약은 종료되고, 보증금을 반환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위 두 내용처럼 주택임대차에서 계약을 갱신한 임대차의 경우 임차인은 갱신기간 중 언제든지 계약의 해지가 가능하다. 즉 임차인이 요구권을 행사해 계약이 갱신되면 그 갱신된 임대차의 존속기간은 2년이 되지만, 임차인은 언제든지 임대인에게 계약해지를 통지할 수 있다.임대인이 계약해지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그 해지의 효력이 발생한다. 계약은 임대인이 해지 통지를 받은 때부터 3개월이 지나면 종료되기 때문에 3개월이 지난 시점에 임대인은 임대차 보증금을 돌려줘야 할 의무가 발생한다. 동시에 임차인은 주택을 반환해야 할 의무가 발생한다. 이는 묵시적으로 갱신된 임대차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부동산 경기에 따라 임대인과 임차인 간 다툼은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조금이라도 방지하기 위해 임대차 계약 시 특약사항을 정해 놓는 것이 필요하다. 특약이 임차인에게 불리할 경우 강행규정 위반으로 무효가 될 수도 있다.곽종규 KB금융 WM스타자문단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