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증권사들이 연 10%에 육박한 신용융자 이자율을 잇달아 내리고 있다. 이자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데다 금융당국도 은행 등 금융권의 ‘돈잔치’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서면서다.

"증권사도 이자 장사" 비판에…신용융자 금리 줄줄이 하락
KB증권은 다음달 1일부터 신용융자 최고구간(31일 이상 기준) 이자율을 0.3%포인트 인하한 연 9.5%로 조정한다고 20일 밝혔다. 회사 측은 이자율을 결정하는 기준금리인 A1급 기업어음(CP) 금리가 하향 안정세를 보이면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이 올해 처음으로 이자율 인하를 결정하면서 삼성증권, KB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이 잇달아 이자율 인하에 나서는 모양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4일 신용융자 최고구간 이자율을 연 9.9%에서 연 9.5%로 0.4%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삼성증권도 17일 비대면 계좌 개설 고객을 중심으로 신용융자 이자율을 구간별로 0.1~0.4%포인트씩 인하한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등 다른 증권사도 인하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초 국내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신용융자 규모가 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식시장 전체 신용융자 잔액은 1월 말 16조944억원에서 이달 16일 기준 17조1423억원으로 약 2주일 만에 1조479억원 늘었다.

금투협에 따르면 국내 31개 증권사의 현행 91~120일 신용융자 이자율 평균은 연 9.24% 수준이다. 일부 증권사는 이달 들어 이자율을 올렸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이들 증권사를 대상으로 이자율 상향 배경을 조사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금융취약계층 등이 큰 금리 부담을 겪고 있는 가운데 수십조 단위의 이익이 발생하고 있고, 이익 사용 방식에도 의문점이 있다”며 금융권의 ‘이자 장사’를 정면 비판한 바 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