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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 집중탐구


전자담배 등 신사업으로 눈돌리자…실적 역대 최대
이랜텍 알고보면 성장주…현 주가 매력적이란 평가도
재무건전성 개선부터 RCPS 오버행 우려도
사진=뉴스1
사진=뉴스1
45년 전통의 전자부품 업체가 궐련형 전자담배 기기부터 가정용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야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새 먹거리 발굴은 선택이 아닌, 필수죠. 사실 주식 투자자들 입장에선 새 먹거리는 새로운 테마 편입과 상승 동력을 의미합니다. 이번 종목 집중탐구에서 살펴볼 기업은 이랜텍입니다. 최근 실적 추이를 살펴봤을 때 전자담배 등 신성장 테마를 넘어 실적주로 거듭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랜텍은 1978년 삼일정공사라는 상호로 설립된 후 1982년 대희전자공업을 거쳐 현재의 사명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1990년대 캠코더 배터리팩을 시작으로 휴대폰 배터리팩, 케이스 등 부품 업체로 성장했습니다. 지금은 전자담배나 ESS 관련주로 불리고 있습니다. 시장에서 이랜택이 주목을 받은 것은 작년 상반기부터입니다. KT&G로부터 3693억원 규모의 전자담배 기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죠. 당시 이랜텍 주가는 장중 2만5000원 가까이 치솟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1만3900원대에 거래 중입니다.

주가는 작년 최고점 대비 거의 반토막이 났지만, 시장이 이랜텍을 주목하는 이유는 실적 때문입니다. 작년 연결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30.7%, 142.2% 급증한 9977억원과 828억원을 기록했죠.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79.2% 늘어난 608억원을 달성했습니다. 본업인 스마트폰 외형 케이스 사업은 주춤했으나 전자담배 기기 등의 신사업으로 큰 성과를 거둔 것.

테마주에서 실적주로…전자담배로 대박

이랜텍의 변신을 알린 것은 2020년입니다. 말레이시아 법인을 중심으로 전자담배용 배터리팩 사업을 셋업하더니, 2021년 하반기에는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해 300억원을 조달, 가정용 ESS 시설투자도 진행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KT&G 궐련형 전자담배 '릴 솔리드 2.0'의 완제품을 개발해 공급하고 있다는 것이죠.

작년 3분기 말까지의 이랜텍 매출 비중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스마트폰용 케이스(31.9%), 전자담배(31.0%), 스마트폰용 충전기(4.8%), 스마트폰 배터리팩(1.5%) 순으로 집계됐습니다. 전자담배 기기 사업을 추진한 지 약 2년 만에 전체 매출액에서 30% 넘는 비중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전자담배 기기 사업에서 제조업자개발생산(ODM)으로 사업 구조를 바꾼 것이 실적을 대폭 끌어올렸죠. 이랜텍은 그동안 고객사가 발주한 상품을 공급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해왔으나, 최근 매출이나 영업이익률이 높은 ODM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하고 있죠.
[마켓PRO]전자담배 기기서 ESS까지…신성장 사업으로 진화하는 이랜텍
향후 캐시카우가 될 만한 전자담배 시장에서 순항 중이라는 점은 주가에 긍정적입니다. 전체 담배 시장에서 전자담배 비중은 2017년 2.2%에 그쳤지만 지난해 14.8%로 확대됐죠. 궐련형 전자담배에 쓰이는 전용 스틱 판매량은 지난해 5억4000만갑으로 전년 대비 21.3% 증가하며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아직 전자담배 비중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시장의 중심이 궐련담배로 재편되는 추세죠.

실적과 성장성 모두 갖춰…현 주가 매력적

여기에 KT&G가 전자담배 릴의 DOM 업체이자 이랜텍 경쟁사 이엠텍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는 것도 잠재적 호재로 불립니다. 이 소송은 전자담배를 공동으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이엠텍이 독자적으로 등록한 특허를 KT&G에 이전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KT&G와 이엠텍의 관계가 이번 소송으로 틀어질 경우 상대적으로 이랜텍이 수혜를 볼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자산운용사 한 펀드매니저는 "이랜텍의 경우 전자담배 밸류체인에 속한 기업"이라며 "KT&G의 전자담배 기기 판매량이 증가할수록 이랜텍의 실적도 같이 늘어나는 구조로, 작년에는 전자담배 테마에 묶이며 급등했으나 지금은 실적주로서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작년 고점 대비 반토막 난 주가도 이랜텍 매력을 키운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작년 테마에 올라타며 급등했던 주가는 현재 1만3000원대에 거래 중이죠. 최근 3개월간 증권사들이 제시한 이랜텍의 평균 목표주가는 2만1000원입니다.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죠. 더군다나 작년과 달리 실적이 나오고 있다는 점은 '테마주를 넘어 실적주가 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에 불을 붙이고 있습니다.
[마켓PRO]전자담배 기기서 ESS까지…신성장 사업으로 진화하는 이랜텍
최근 5년간 이랜텍 실적 추이를 살펴보면, 2018년 4518억원이던 매출액은 다음 해인 2019년 7290억원→6256억원(2020년)→7635억원(2021년)→9977억원(2022년)으로 집계됐습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2억원→362억원→149억원→342억원→828억원으로 증가하는 추세죠.

증권사 한 스몰캡 담당 애널리스트는 "이랜텍은 전자담배 외에도 북미·유럽 시장을 겨냥한 가정용 ESS, 서빙로봇 배터리팩 등 신사업에서도 추가 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면서 "실적이 나오는 스마트폰 케이스와 전자담배 기기 생산을 기반으로 올해 ESS나 로봇 부품 관련주로도 묶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호재 넘치지만…투자 위험도

그렇다면 투자 위험 요소는 없을까요. 새로운 아이디어에 따른 신사업 투자는 활발하지만 재무 건전성 개선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685억원에 불과하지만, 당장 1년 내에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은 1958억원에 달하죠. 장기차입금도 235억원으로 나타났는데, 부채비율이 130%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랜텍의 작년 3분기 말 차입금 면면을 살펴보면 적게는 1.89%에서 최고 7.05%에 이르는 이율에도 계약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최대 7.05% 이율이 적용될 수 있는 차입은 무담보 대출이죠. 그만큼 자금 사정이 녹록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차입금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향후 기업가치를 좌우할 주요 변수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대규모 매각 대기 물량 출회(오버행) 우려도 있습니다. 만약 주가가 크게 오를 경우 2021년에 발행한 300억원 규모(381만8251주)의 RCPS가 시장에 풀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RCPS는 토종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의 '엔브이메자닌플러스 사모투자 합자회사'를 대상으로 발행됐죠. 전체 상장 주식 수의 13.12%에 달합니다. RCPS 발행가액은 7857원으로, 작년 8월부터 전환 청구가 가능한 상태입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