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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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미국 증시는 1년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에 따른 금리 급등, 기술주 중심의 차익 매물 출회 등으로 혼조 마감했다.(다우 +0.50%, 나스닥 -0.61%, S&P500 +0.22%, 러셀2000 +0.18%) 이번주 국내 증시는 미국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결과, 소매판매, 산업생산 등 주요 실물경제지표와 국내외 주요 기업들의 실적 결과 등에 영향을 받으면서 등락을 거듭할 전망이다.

■ 코스피 약보합 출발 전망

MSCI 한국 지수 ETF는 0.38%, MSCI 신흥 지수 ETF는 0.96% 각각 하락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NDF 원달러 환율 1개월물은 1266.64원으로 이를 반영하면 원달러 환율은 1원 상승 출발, 코스피는 소폭 하락 출발할 것으로 예상했다.

서 연구원은 "테슬라를 비롯해 전기차 관련 종목군의 부진과 엔비디아 중심으로 반도체 업종 부진 등은 연초 대비 상승폭이 컸던 관련 종목 중심으로 차익실현 매물 출회 가능성을 높일 수 있어 부담"이라며 "특히 미국 소비자 물가지수 및 산업생산, 소매판매 등 주요 경제지표 발표를 앞두고 있어 적극적인 움직임보다 관망세가 짙은 가운데 매물 소화 과정이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주 코스피지수 예상 레인지를 2410~2530선으로 내다봤다. 한 연구원은 "기술적인 관점에서 현재 코스피지수는 중기 추세선인 200일선(현재 기준 2418) 위에 안착했으나, 장기 추세선인 200주선(현재 기준 2511) 돌파 후 안착은 지난 7~8월, 10월~11월 반등장에서 잇따라 실패한 상황"이라며 "금주에도 코스피는 2500선 돌파를 시도할 것으로 보이며, 돌파 후 안착 여부는 소비자물가, 소매판매 등 미국발 이벤트 결과에 달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는 "최근 국내 증시는 2500선 저항 속에 달러 및 금리 상승에 따른 부담이 있다"며 "다만 중국 부양책 기대, 하반기 미국 기업이익 개선 기대, PBR기준(올해 연말 기준)으로 0.85배에 불과한 저평가 매력, 정부의 적극적인 자본시장 규제 완화, 행동주의 펀드들의 주주가치 제고 활동 등은 국내 증시 매력을 높여주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지수 2200 이하에서 적극 순매수, 2,400선 후반에서는 일부 차익실현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며 "외국인 매수 규모는 정점을 통과해 코스피 하방 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는 변수가 됐다"며 "단기 트레이딩은 가능하지만, 아직 추세 반전을 자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 美 증시, 1월 CPI 결과 '촉각'

이번주 미국 증시는 14일 발표되는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결과에 따라 방향성이 결정될 전망이다.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이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완화)’이 시작됐다고 밝힌 상황이다. 실제 인플레이션이 둔화되는 흐름으로 나타난다면 긴축 완화에 무게가 실릴 수 있다.

월가는 1월 CPI가 전년 동기 대비 6.2% 상승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도 같은 기간 5.4% 올랐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작년 12월 각각 6.5%, 5.7% 오른 것과 비교해 상승폭이 줄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파월 의장을 비롯한 Fed 인사들은 금리 인상을 하반기까지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시장은 디스인플레이션 흐름으로 인해 긴축 강도가 더 빠르게 약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가 지표가 중요한 이유다.

■ 美경제 '노랜딩' 시나리오 확산

'소프트랜딩(연착륙)'과 '하드랜딩(경착륙)' 전망이 맞서고 있는 미국 경기 예측에서 최근 제3의 시나리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향후 미국 경제가 침체나 소강상태에 빠지지 않고 상당 기간 호황을 유지할 것이라는 '노랜딩(무착륙)'시나리오를 지지하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중앙은행(Fed)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급속도로 기준금리를 상향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 침체를 피해갈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확산한 배경은 당초 예상과 어긋난 각종 경제 통계다.

최근 미 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1월 비농업 일자리는 51만7000 개 증가해 시장 전망치를 3배 가까이 상회했고, 실업률은 3.4%로 54년 만의 최저치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즈의 마크 지안노니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긴축정책으로 고용시장이 안정되기 시작했다는 기존 통계와는 흐름이 다르기 때문에 전문가들이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다만 WSJ은 노랜딩 시나리오는 아직 소수설이라고 지적했다. 더 많은 전문가가 경기침체나 소강을 예측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금리 인상이 현실 경제에서 효과를 발휘하기까지 시차가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2006년의 경우 금리 인상이 고용시장에 영향을 미치는데 1년 반이 걸렸다.

■ 中 인민은행 금리 조정 주목

이번주에는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15일 발표하는 정책자금인 1년 만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와 규모에 관심이 쏠린다. 중국은 통상 15일에 1년 만기 MLF를, 20일에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발표한다. LPR은 일반대출 기준인 1년 만기와 부동산담보대출 기준인 5년 만기로 나뉜다. 인민은행이 1년 만기 LPR을 내릴 때 대부분 MLF 금리를 먼저 내린다는 점에서 MLF를 통해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예상할 수 있다.

현재 MLF 금리는 연 2.75%다. 작년 8월 0.1%포인트 인하 후 1월까지 5개월 연속 동결됐다. 1년 만기 LPR도 같은 달 연 3.65%로 0.05%포인트 하향한 이후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물가 수준도 안정적이어서 인민은행이 조만간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지난 10일 발표된 PPI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0.8%로 전월(-0.7%)보다 하락폭이 커졌다.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도 2.1%로 시장 예상치(2.2%)를 밑돌았다.

■ 3월 WGBI 편입 기대감↑… 채권시장 月 6조원 유입되나

한국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여부 결정 시기가 다음 달로 성큼 다가오면서 국내 채권시장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지수 편입에 성공하면 한국 채권시장에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 유형이 지금보다 다양해지고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9월 말 WGBI에 관찰대상국으로 이름을 올렸고 이르면 다음 달에 지수 편입 여부가 공식 결정된다. WGBI는 세계 3대 채권지수 중 하나로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Russell)이 관리하는 인덱스다. 미국·영국·일본·중국 등 주요 23개국 국채가 편입돼 있으며 추종 자금은 약 2조5000억달러로 추산된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WGBI 편입 시 한국 국채시장 비중은 약 2% 수준으로 예상된다. 이를 토대로 지수 편입 후 자본유입 규모를 추정하면 약 500억∼600억 달러(한화 약 63조1000억∼75조7000억원)의 지수 추종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지수 편입 후 자금은 통상 12∼18개월에 걸쳐 유입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월평균 자본유입 규모는 약 28억∼50억달러(약 3조5000억∼6조3000억원) 수준이 된다.

다만 외부 자본유입 규모가 커지면서 대외 상황에 대한 시장의 민감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