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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 돋보기 | 초장기채 ETF 상품 별 특징과 투자 유의점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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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채권 투자에 관심을 가지는 투자자들이 늘어났다. 금리 상승이 중단되고 하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채권 투자 이익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감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금리 하락에 가장 큰 수혜를 보는 초장기채권 상장지수펀드(ETF)도 잇따라 상장되고 있다. 다만 초장기채 ETF의 경우 기존 채권 투자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시장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잘못 매수했다간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경 마켓PRO가 장기채 ETF들의 성격과 유의점에 대해 정리했다.

초장기채 ETF, 채권 투자라기 보단 방향성 베팅
안전자산 아냐…금리 방향 예측 필요

채권 ETF의 구조를 알려면 우선 채권 가격과 금리의 상관관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금리와 채권가격은 반대방향으로 움직인다. 이는 채권이란 게 수익이 정해진(fixed income) 상품이라서 그렇다. 1년 후에 1만원을 받는 채권을 금리 5%에 산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대략 9500원을 주고 채권 매수하게 된다. 금리 5%를 적용하면 약 500원 이자가 붙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리가 7%로 올랐다면 이 채권 가격은 9300원으로 떨어진다. 마찬가지로 금리 7% 적용하면 약 700원 이자가 붙어서다. 즉 금리가 하락할 수록 채권 투자는 매력적이게 되는 셈이다. 글로벌 중앙은행(Fed)들의 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시각이 대두되는 지금 채권 투자의 수요가 몰린 이유다.

그런데 채권 중에서도 만기가 긴 채권일 수록 금리 변동에 대한 민감도가 커진다. 만기가 1년인 채권은 금리를 한 번 적용받지만, 만기가 10년짜리 채권은 10번씩이나 적용받기 때문이다. 금리가 1% 상승할 때 채권 가격은 10%나 하락한다. 즉, 금리가 하락할 때 단기채 보다 장기채 수익률은 더 큰 폭으로 오르고, 금리가 상승할 때 장기채 수익률은 단기채 보다 급격히 악화된다.
[마켓PRO] 초장기채 ETF 잘못 사면 손해 막심…상품 별 투자 유의점은?
최근 시장에서 초장기채 관련 ETF를 쏟아내는 것도 그래서다. KB자산운용의 'KBSTAR KIS국고채30년Enhanced'나 삼성자산운용의 'KODEX 국고채30년액티브' 등이 대표적이다. 경기가 둔화되면 곧 금리가 인하되고 채권 가격이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때 만기가 길면 길 수록 그 수익을 더 크게 누릴 수 있다. 문제는 만기매칭형 ETF가 아니라면 채권형 ETF는 채권 투자가 얻을 수 있는 최대 장점인 원금보장과 이자 수익을 누릴 수 없다는 점이다. 채권형 ETF들은 특정 만기에 해당하는 채권들을 계속 바꿔가며 담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선 만기보유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보통 채권 투자는 원금을 회수할 수 있어 안전자산이라고 얘기하는데, 채권 ETF만큼은 그렇지 않다.

고로 초장기채 ETF를 매수할 땐 금리 방향성에 대한 정교한 베팅이 필요해진다. 초장기채 ETF는 사실상 금리 방향성에 대한 인버스·레버리지 투자라고 보면 이해가 쉽다. 물론 지금은 경기가 둔화되면서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많긴 하다. 다만 물가가 계속 높은 수준으로 이어질 경우 금리 역시 쉽사리 인하되지 않을 것이란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금리 예측은 전문가들도 하기 어려운 분야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초장기채로도 부족해' 만기 더 늘린 스트립채권

장기채 ETF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시장에 등장한 또 다른 ETF는 원금이자분리채권(STRIPS·스트립채권)이다. 최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새로 출시한 'TIGER 국고채30년스트립액티브'가 주인공이다. 일반 채권이 원금과 이자를 회수하는 권리가 붙어있다면, 스트립채권은 말 그대로 원금을 받는 권리와 이자를 받는 권리가 따로 떼어져 있다. 최근 시장에서 상장된 스트립채권 ETF는 이 중에서 원금을 받는 권리만 따로 떼어 구성한 상품이다.
[마켓PRO] 초장기채 ETF 잘못 사면 손해 막심…상품 별 투자 유의점은?
기관투자자나 거래했던 스트립채권 ETF가 일반 투자자를 타겟으로 상장된 이유가 있다. 일반 장기채 ETF 보다도 훨씬 만기가 길어지기 때문이다. 이를 정확히는 듀레이션이라고 표현하는데, 투자 시점에서 원금과 이자를 회수하는 시점까지 걸리는 평균 시간을 뜻한다. 예를들어 30년 만기 채권이라고 해서 듀레이션이 딱 30년인 것은 아니다. 채권 이자는 매년 꼬박꼬박 지급되기 때문에 실제로는 만기가 오기 전에 30년치 원금과 이자를 회수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자를 받는 채권을 발라내고 원금만 회수하는 채권만 남겨둔다면 만기가 30년으로 고정된다(ETF에 담긴 채권 만기가 모두 동일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 듀레이션은 30년보단 짧아진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장 긴 만기의 채권을, 심지어 이자를 받을 권리를 떼어내서 만기를 더 길게 만든 셈이다. 그렇게 되면 위에 설명했듯 금리 방향에 더 민감한 상품이 되고, 향후 금리가 하락할 때 훨씬 가격이 크게 오를 수 있다.

급기야는 초장기채에 레버리지를 건 상품도 등장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미국30년국채선물 레버리지(합성 H)'다. 안그래도 채권의 만기가 길어 금리 변동에 민감한데, 이 민감도를 두 배로 늘린 상품이라고 보면 된다. 마찬가지로 시장 예상치 이상으로 기준금리가 올라간다면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