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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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현직 국회의원과 그 배우자의 주식 포트폴리오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등장해 투자자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다. 현지 투자자들은 개미들도 정치인들이 접하는 고급 정보에 가까워졌다며 반기는가 하면 일부에선 '이번 기회로 주식시장에 대한 정치인들의 몰이해가 드러날 것'이라며 비아냥 섞인 반응도 내놓았다.

8일(현지시간) 투자정보매체 시킹알파를 비롯한 복수의 외신에 따르면 전일 미국 신생 운용사 서버시브캐피탈(Subversive Capital Advisor)은 정치·금융 전문 데이터 플랫폼인 언유주얼 웨일즈와 협력해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의 주식 매매 내역을 반영한 ETF를 상장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하원의원·배우자가 투자한 기업들을 담은 'Unusual Whales Subversive Democratic'(티커명 NANC), 공화당 의원·배우자가 매매한 기업들에 초점을 맞춘 'Unusual Whales Subversive Republican'(KRUZ) 등 2종이다.

현행 법에선 미 연방의회 의원들 본인이나 배우자가 1000달러 이상의 주식을 거래한 경우 모든 관련 정보를 45일 이내 의회에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들 거래내역을 의회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되는데, 여기에 공유된 데이터를 취합해 ETF를 꾸린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다만 의원들의 주식 거래가 실시간으로 ETF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평균적으로 의원들의 실제 거래일과 보고일의 간격이 10~20일인 만큼, 시차는 불가피하다. 회사는 중대 변경 사항이 없는 한 일주일 간격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보유 종목을 들여다보면 두 ETF는 차이를 보인다. NANC의 상위 3종목을 보면 Microsoft(7.31%), Amazon(6.67%), Alphabet(5.91%) 등이다. KRUZ의 경우 Magellan Midstream Partners, Microsoft, Energy Transfer 등 상위 3개사를 각각 3.44%, 2.55% 및 2.24%의 비중으로 보유하고 있다. NANC는 기술주 중심이고, KRUZ는 에너지주와 죄악주 등 분야에 중점을 둔다는 특징이 있다. 두 ETF의 운용 수수료는 0.75%다.

운용사는 금융정보 등을 일반 투자자 대비 빠르게 접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현직 정치인들이 어떤 주식을 사고 파는지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일부 매체는 의원들의 내부자거래를 두고 미국사회를 비롯해 국제적인 압력이 가중됐던 만큼, 이들 거래 행위를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효과도 있을 수 있다고 짚었다.

해당 ETF 운용역인 크리스찬 쿠퍼(Christian Cooper)는 "의회 의원들이 우리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고 믿는다. 이들은 종종 시장을 능가하고 미 대표 ETF인 'SPY'를 이겼다"며 "그들이 고급정보를 바탕으로 거래할 수 있다면 국민인 우리가 못할 게 무엇인가, 이제 ETF를 통해 우리도 똑같이 수익을 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2021년 의회 의원들의 주식투자 평균 수익률을 보면 S&P500과 비교해 2021년에는 1.2%포인트, 2022년엔 17.5%포인트 초과한 성과를 냈다.

이번 ETF는 공화당의 조시 홀리 상원의원이 의원들의 주식 보유와 거래를 금지하자는 내용의 '펠로시 법'(PELOSI Act)을 발의했다고 밝힌 직후 나온 것이다. 일부 의회 의원들이 유리한 지위를 악용해 사익을 취했단 의혹들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작년 의원·배우자 등의 주식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됐으나, 끝내 입법 문턱에서 좌절된 바 있다. 올 들어 조시 홀리 의원을 비롯해 많은 의원들이 관련 법안을 제출하는 등 다시 공론화에 나선 상태다.

ETF 출시 소식에 현지 투자자들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 네티즌들은 '이 ETF를 사진 않더라도 보는 재미는 확실히 있을 것 같다', '아마존과 구글을 보유하고 있다니…그들의 무능함은 정치세계뿐 아니라 투자세계에서도 비슷하네', '확실히 내가 지금 투자하고 있는 것보단 더 나은 선택지가 될 것 같다' 등의 의견을 보였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