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건 역시 혁신기업뿐” 국내 혁신기업 30곳에 투자하는 ‘TIGER KEDI30 ETF’가 8일 1.37% 상승 마감했다. 한 투자자가 한경닷컴 홈페이지에서 KEDI30 지수 등락률을 확인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믿을 건 역시 혁신기업뿐” 국내 혁신기업 30곳에 투자하는 ‘TIGER KEDI30 ETF’가 8일 1.37% 상승 마감했다. 한 투자자가 한경닷컴 홈페이지에서 KEDI30 지수 등락률을 확인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작년 2월 8일 코스피지수 종가는 2746.47이었다. 이날 상장한 ‘TIGER KEDI혁신기업ESG30 상장지수펀드(ETF)’의 시초가는 1만55원이었다.

1년이 흐른 8일 코스피지수는 2483.64에 마감했다. 그동안 10% 가까이 떨어졌다. 이날 TIGER KEDI30 ETF는 1.37% 오른 9980원에 장을 마쳤다. 1년간 하락률이 0.75%에 그쳤다. 최근 3개월간 코스피지수가 3.53% 오를 동안 이 ETF는 10% 넘게 상승했다.

TIGER KEDI30 ETF는 국내 대표 혁신기업 30곳의 주가를 종합한 ‘KEDI30’ 지수를 추종한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혁신을 통해 경쟁 우위를 확보한 기업이 장기 투자 대상으로 적합하다는 사실을 이 ETF와 코스피지수를 비교하면 확실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 대비 초과 수익 올린 KEDI30

혁신기업 담은 KEDI 30, 코스피 4% 오를때 11% 뛰어
한국경제신문은 2021년부터 ‘대한민국 혁신기업 30’을 매년 선정하고 있다. 사업보고서상 혁신사업을 영위하는 곳으로 최근 매출이 3년 전보다 증가했고 3년 평균 연구개발(R&D)비가 매출 대비 5% 이상인 기업이 대상이다. 3년 평균 설비투자(CAPEX)가 매출의 10% 이상인 곳도 포함된다.

이를 바탕으로 후보군 100곳을 추린 뒤 130여 개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해 50곳을 뽑는다. 이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점수를 반영해 30곳을 최종 선정한다.

대한민국 혁신기업 30에 속한 기업들의 주가를 한꺼번에 보여주는 게 KEDI30 지수다. 이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TIGER KEDI30 ETF 수익률을 보면 약세장에서도 버틸 수 있는 기업의 힘은 혁신성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1년간 코스피지수가 9.52% 하락하는 동안 이 ETF는 0.75% 떨어지는 데 그쳤다. 최근 6개월간 코스피지수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낼 때 이 ETF는 4% 이상 올랐다. 3개월 수익률은 TIGER KEDI30 ETF가 10.89%, 코스피지수가 3.53%였다. 300억원으로 상장한 이 ETF의 운용자산은 607억원으로 약 두 배로 늘었다. 담당 운용역인 이정환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은 “혁신성이란 기준으로 종목을 선별해 특정 업종에 투자 대상이 쏠리지 않은 게 약세장에서도 좋은 수익률을 낸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혁신에 투자하면 주가도↑

금리 인상기에는 예금, 미국 달러, 금 등 안전자산에 돈이 몰리며 증시가 하락하는 게 일반적이다. 특히 기술기업 등 성장주의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나타난다. 성장주는 미래 가치를 반영해 주가가 움직이는 경우가 많은데, 고금리로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이 지속되면 성장 가능성에 의문이 커질 수 있어서다.

하지만 다른 곳이 따라올 수 없을 만큼 기술 혁신을 이룬 기업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대표적인 곳이 2차전지 핵심소재인 양극재를 제조하는 에코프로비엠이다. KEDI30에 포함된 이 회사는 2016년까지만 해도 매출 1000억원이 안 되는 중소기업이었다. 2004년부터 양극재를 만들기 시작해 10년간 적자를 봤지만 전기차 시대가 열릴 것에 대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2021년 SK이노베이션과 10조원어치 납품 계약을 맺는 등 2차전지 제조업체 사이에서 ‘귀한 몸’이 됐다. 이 회사의 최근 한 달간 주가 상승률은 28%, 1년 수익률은 50%를 넘어섰다.

혁신기업은 제조업체에 한정되지 않는다. ‘사랑의 불시착’ ‘스위트홈’ ‘미스터 션샤인’ 등을 만든 국내 최대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은 최근 3개월간 26% 올랐다. 이 회사 역시 KEDI30에 들어가 있다.

최근 주가에는 앞으로 오를 기준금리 효과까지 미리 반영돼 있다고 보는 전문가가 많다. 성장주, 그중에서도 혁신성을 갖춘 기업의 주가가 더 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등 약세장의 원인이 됐던 악재가 해소되고 있다”며 “성장주 상승 국면은 아직 초반”이라고 했다. 이어 “챗GPT, 로봇 등 성장주 주가에 호재인 재료도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태훈/심성미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