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인먼트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와 손잡고 최대주주인 이수만 총괄프로듀서에게 등을 돌린 경영진이 지난 7일 카카오까지 우군으로 끌어들이면서다. 이 총괄은 보유 지분을 높은 가격에 팔 마지막 기회를 잡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가 협상 파트너로 거론된다. 하이브는 이 총괄 지분과 소액주주 지분을 공개매수를 통해 사들이는 방안을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만 총괄프로듀서. 한경DB
카카오 vs 하이브
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하이브는 최근까지 SM엔터에 대한 공개매수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국내 대형 증권사가 자문 및 인수금융 주선을 맡아 주당 11만~12만원으로 공개매수 가격도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브가 이 총괄 보유 지분 전량과 공개매수에 응한 소액주주 지분을 같은 가격에 사들여 최대주주에 오르는 구조다.
시장에서는 SM엔터와 카카오가 유상증자를 위해 지난 7일 기습적으로 긴급 이사회를 연 것도 이 총괄이 하이브와 물밑 협상을 벌이는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신주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지만, 임시주총에서 하이브와 표 대결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 대비했다는 얘기다. 다만 SM엔터와 카카오 측은 “유상증자는 사업 시너지를 위한 것이며 경영권 분쟁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총괄은 이날 오후 SM엔터의 신주 및 전환사채(CB)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카카오의 지분 확보를 저지하는 동시에 하이브 등과의 협상에 속도를 내려는 행보로 시장은 보고 있다.
SM엔터는 7일 회사 지분 약 9.05%에 해당하는 123만 주 규모의 신주와 CB 114만 주(보통주 전환 기준)를 카카오를 대상으로 발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향후 인수 주체를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 변경할 수 있다는 조항도 포함했다. 카카오엔터는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싱가포르투자청에서 1조154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계약을 맺었다. 아직 잔금이 납입되지 않아 모회사 카카오가 급한 대로 일단 SM엔터와 계약을 맺은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하이브가 공개매수를 공식화하면 이사회 구성을 두고 전면전이 벌어질 수 있다. SM엔터 이사회는 이사 4명의 임기가 모두 올해 3월 끝난다. 이 중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와 박준영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사내이사 3인이 이 총괄에게 반기를 들었다. 유일한 사외이사인 지창훈 전 대한항공 사장은 이 총괄의 고등학교 동문이다. 회사 측은 다음달 주총에서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고 3명의 신임 사외이사도 추가하기로 했다.
하이브 등 과반 수준 지분 확보 ‘변수’
하이브는 2020년 이 총괄이 지분 매각에 나섰을 때부터 인수를 타진해왔다. 이 총괄은 후발주자이자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하이브에 지분을 매각하는 것을 꺼렸다. 하지만 자신이 선임한 이사회가 등을 돌리면서 선택지가 좁아져 협상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이브는 공개매수를 통해 충분한 지분을 확보하고 새로운 지배구조를 갖추면 소액주주와 기관들도 우군으로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BTS를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키운 하이브와 SM엔터 간 시너지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다만 카카오가 등장한 상황에서 하이브가 공개매수를 통해 과반에 가까운 지분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변수로 남았다. SM엔터 주가는 이날 9만8700원(9.54%)까지 올라 매입 단가를 높여야 한다. 공개매수에 응한 지분이 적으면 이사회 구성상 당장 경영권을 행사하기도 쉽지 않다. 3월 정기주총이나 임시주총을 통해 표 대결을 벌이는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하이브가 상승장 속에서도 주가가 하락했다.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공개매수 불확실성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16일 하이브는 전일 대비 6700원(3.4%) 내린 19만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에 이어 이틀째 내리막을 걷고 있다. 이날 코스피가 반발 매수에 힘입어 2% 가까이 급등한 가운데 대부분 종목이 오른 것과 대조된다. 하이브의 급락은 천장 뚫린 에스엠 주가에 하이브의 공개매수가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반면 불붙은 경영권 분쟁에 에스엠 주가가 계속 상승하고 있다. 에스엠의 주가는 이날 9300원(7.59%)이 오르면서 13만1900원에 장을 마쳤다. 에스엠은 4일 연속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하이브가 제시한 공개매수가격 12만원을 넘어 주가는 13만원대로 올라섰다.문제는 주가가 12만원을 계속 웃돌면 에스엠 소액주주들이 공개매수에 응할 가능성이 낮아지고, 하이브의 지분 확보 계획은 차질을 빚게 된다. 이러한 하이브의 주가 흐름에 개인 투자자들은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종목토론방에서는 '방시혁, 에스엠 포기하자'라는 등 '인수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에스엠만 계속 오른다', '에스엠 개미들만 좋은 일 시킨다' 등의 푸념글도 올라왔다.하이브는 지난 10일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보유한 지분 14.8%를 4228억원에 인수해 단숨에 SM엔터 단독 1대 주주에 올랐다. 하지만 2대 주주인 카카오(9.05%)와의 지분 격차가 약 5%밖에 나지 않자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 다음달 1일까지 에스엠 소액주주들이 보유한 보통주 지분 25%를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할 계획이었다.주가가 오르면 개인들로선 오른 가격에 보유 물량을 파는 게 더 이득이다. 공개매수가 장외 거래인만큼 차익 발생 시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 점도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양도소득세는 1년에 250만원까지 공제되지만 이를 초과한 부분에 대해선 22%의 세금이 매겨진다.공개매수 기한인 다음달 1일 주가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증권가에선 하이브의 공개매수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주가 상승에 공매도 숏커버링 물량이 유입되면 주가는 추가로 상승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숏커버링이란 공매도한 주식을 되갚기 위해 매수하는 것으로 통상 주가 상승에 따른 손해를 막기 위해 쓰인다. 매수 과정에서 주가가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난다.박성국 교보증권 연구원은 "주가 상승시 공매도 숏커버링이 나올 수 있다"며 "이는 주가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라고 말했다.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와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 간 경영권 갈등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이성수 SM 대표는 16일 이 전 총괄과 관련해 역외탈세 의혹, 부동산 사업권 욕심 등을 폭로했다. 이 밖에도 추가적인 입장 발표를 예고해 파장이 예상된다.이 대표는 이날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1차 성명을 발표했다. SM 측은 게시물 업로드에 대해 사전에 알지 못했다며 개인적 차원에서 밝힌 성명이라고 전했다.이 대표는 이번 영상을 시작으로 ▲SM 제국의 황제 이수만 ▲해외판 라이크기획 CTP ▲이수만 일가를 위해 희생 당한 자회사들 ▲이수만+하이브=적대적 M&A ▲SM을 헐값에 집어 삼키려는 포식자 ▲이수만의 사람들 등 총 14가지 내용에 대해 밝힐 것이라고 예고했다.먼저 이 대표는 이 전 총괄이 2019년 자본금 1백만 미국 달러를 들여 홍콩에 설립한 개인회사 CT Planning Limited(이하 CTP)에 대해 언급하며 '해외판 라이크기획'이라고 했다.라이크기획은 이 전 총괄의 개인사업체로 2004년부터 SM과 독점 프로듀싱 계약을 맺어온 곳이다. SM 소액주주를 대표하는 얼라인파트너스로부터 지적을 받아온 회사이기도 하다.이 대표는 그룹 웨이션브이, 슈퍼엠, 에스파의 글로벌 음반·음원 유통과 관련해 각각 중국의 애사애몽, 미국의 캐피톨 레코즈, 워너 레코즈 등과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히며 이 전 총괄이 계약 과정에서 CTP를 거치게끔 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SM과 레이블사 간의 정산 전에 6%를 선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SM과 라이크기획의 계약은 2014년에도, 2021년에도 대한민국 국세청으로부터 그 정당성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 결과 SM은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수십억 그리고 수백억의 세금을 납부해야만 했다"면서 CTP로 수익이 흘러들어가는 구조를 두고 "이수만이 한국 국세청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을까"라며 역외탈세 의혹을 제기했다.특히 이 대표는 하이브를 직접적으로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앞서 하이브는 이 전 총괄의 지분 14.8%(약 4228억원)를 확보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그가 향후 3년간 국내를 제외한 해외에서만 프로듀싱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이를 두고 이 대표는 "왜 굳이 주식매매계약서에 해외 프로듀싱에 관한 약정을 했느냐"고 반문하며 하이브가 CTP의 위법요소를 알고도 동조 및 묵인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만약 모르고 계약했다면 1조원 이상의 메가딜을 진행하면서 실사조차 진행하지 않아서 이런 중요한 사항을 놓치게 된 점을 본인들의 주주들에게, 임직원들에게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느냐"고 직격했다.이에 하이브는 "이 전 총괄은 SM과 관련없는 개인 차원의 프로듀싱 업무를 해외에서 할 수 있으며, 3년이 경과한다고 SM으로 복귀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해외 프로듀싱 업무 수행이 SM과 연계되어 진행될 것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이 전 총괄의 국내 프로듀싱을 3년으로 제한하는 것은 경업금지에 관한 관행적인 내용이라고 했다.CTP에 대해선 "전달받은 바 없으며, SM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선 주식매매계약에 따라 이를 종결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전 총괄과 체결한 주식매매계약 상에 SM과 이 전 총괄 간 거래관계가 없고, 계약 체결 이후 로열티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에 관해 확인을 받았으며, 만약 계약이 존재할 경우 이를 완전히 해소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해 두었다는 것.하이브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할 당시 이 전 총괄이 CTP라는 회사를 소유하고 있다는 내용도, CTP가 SM과 계약이 체결되어 있다는 내용도 전달 받은 바 없다. 그리고 당사가 인지하지 못하는 거래관계가 있을 경우를 대비해 미처 인지하지 못한 거래관계가 발견되는 경우, 이 전 총괄이 이를 모두 해소하도록 계약을 체결했다"며 "이 전 총괄이 CTP를 소유하고 있고, SM과 CTP 간에 계약이 체결되어 있다면, 위 조항에 따라 계약 관계가 해소될 것"이라고 했다.그러면서 CTP에 대한 세부 검토를 진행해 SM과의 관계에서 문제가 드러나면 이러한 법인과 SM 간의 계약을 승인한 SM 내의 주체들에 대해서도 검토를 진행하겠다는 초강수를 뒀다.이 밖에도 이 대표는 이 전 총괄이 직접 또는 측근들을 앞세워 ▲아티스트가 이수만이 필요하다는 성명을 낼 것 ▲임직원들을 시켜서 이수만이 필요하다고 선동할 것 ▲이수만과 에스엠은 국내에서는 임시 고문계약을 맺고, 이수만 활동의 정당성을 부여할 것 ▲앞으로 해외에서 제작되는 모든 앨범과 아티스트 활동은 이수만 소유의 해외법인, 즉 CTP와 직접 계약을 체결할 것. 아니면 차라리 이수만과 한국에서 제2의 프로듀싱 계약을 체결할 것 ▲100억을 들여서라도 이수만을 위한 주총대응반을 만들 것 ▲이수만 없는 회사는 매출액이 나오지 않도록 1분기 매출액을 낮출 방안을 강구할 것 ▲2023년 2월 중하순부터 3월까지의 음반·음원은 발매시기를 4월 이후로 늦추는 방안도 생각해 볼 것을 지시했다고 폭로했다.이 전 총괄이 강조하고 있는 '나무심기'에 대해서도 밝혔다. 이 대표는 "오래 전부터 이수만은 여러 국가에 대한 언급을 하면서 EDM 페스티벌, 오디션, 프로듀싱 등 현지 엔터테인먼트 산업 개발, 드론 정거장 건설 등을 키워드로 한 스마트 엔터테인먼트 시티, 뮤직시티 건설을 역설했다"면서 "최근에는 나무심기를 강조하고, 나무심기를 연계한 K팝 페스티벌을 각국에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운을 뗐다.이어 "나무심기, 서스테이너빌리티(Sustainability) 즉, ESG를 표방한 메시지와 새로운 시장 개척 및 문화교류를 외치는 이면에는 이수만의 부동산 사업권 관련 욕망이 있다"고 주장했다.아울러 이 전 총괄이 그리는 뮤직시티 건설에 카지노가 포함돼 있으며, 카지노와 페스티벌 활성화를 위해 대마 합법까지 거론됐다고 했다.에스파의 컴백이 연기된 것 또한 나무심기와 관련이 있다고 했다. 당초 에스파의 컴백 예정일은 2월 20일이었고, 데뷔 후 첫 번째 콘서트가 25~26일 개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전 총괄이 에스파에게도 나무심기를 투영한 가사를 넣은 노래를 부를 것을 지시해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이 대표는 "초기 단계 가사에서는 직접적으로 나무심기라는 단어까지 등장해 에스파 멤버들은 속상해 하고, 울컥해 하기도 했다"면서 "저희 공동대표는 에스파를 위해 이번 곡에 대한 발매를 취소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그렇게 에스파의 컴백은 밀리게 됐다"고 밝혔다.이어 "자신이 창업한 회사의 인프라와 직원들, 아티스트들을 홍보용으로 활용해서 이러한 사업으로 발생할 수익을 기대해 각국에 이수만 월드를 만드는 것이 그의 의도"라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하이브가 SM을 인수하더라도 이수만이 경영 및 프로듀싱에 참여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하며 발표한 입장을 보면 더욱 의구심이 남는다"고 말했다.이에 하이브는 "당사는 이 전 총괄과 관련된 어떤 형태의 활동이나 캠페인이 SM과 직접 연계되어 진행되지 않는다면, 이에 대해 관여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 전 총괄로부터 관련 세부 내용을 전달받지도 못했다고 했다. 다만 하이브 역시 ESG 관련 정책을 강화하고 있어 이 전 총괄이 추진하고 있는 캠페인이 ESG 활동과 연계되어 진행될 경우 이에 대해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랜섬웨어 공격은 개인과 기업 모두에 골칫거리다. 랜섬웨어는 중요한 데이터를 암호화하고 해당 데이터를 인질로 삼아 막대한 몸값을 요구한다. 랜섬웨어는 국가 기관이나 중요 인프라에도 공격을 가할 수 있기 때문에 몸값 지출의 문제를 넘어 국가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랜섬웨어 공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최근 미국 법무부(DOJ)와 유로폴(Europol : 유럽경찰조직)이 악명 높은 랜섬웨어 그룹인 하이브(Hive)를 폐쇄시켰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하이브 랜섬웨어는 2021년 등장한 이후 가장 활발히 활동한 랜섬웨어 중 하나로, 지금까지 최소 1억 달러(약 1219억원) 이상의 피해액을 일으켰다. 특히 콘티(Conti) 랜섬웨어가 작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러시아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폐쇄됐기 때문에 여러 랜섬웨어 공격자들이 하이브로 이동해 왕성한 활동을 이어 갔다. 병원 등 주요 인프라 공격한 하이브다른 랜섬웨어 조직과 마찬가지로 하이브는 병원과 같은 중요한 인프라를 공격했고 더 효과적으로 몸값을 얻어 내기 위해 피해자들의 민감한 정보를 게시하는 등 데이터 유출 위협을 협상 전술로 사용했다. 하이브는 현재 제재 대상에 오른 가상 자산 거래소인 가란텍스(Garantex)를 이용해 피해자들에게 받은 자금을 세탁해 왔다. 가란텍스가 제재를 받으면서 사이버 범죄자들이 피해 자금을 안정적으로 현금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됐다. 이는 자연스럽게 랜섬웨어 공격자들의 동기 저하로 이어졌다. 미국 법무부와 유로폴이 하이브를 무너뜨릴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연방수사국(FBI)이 2022년 7월 하이브의 서버에 침입해 복호화 키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은 이를 통해 1억3000만 달러(약 1600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하이브 폐쇄는 정부의 조치만으로도 피해를 줄이는 데 중요한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랜섬웨어 공격자가 제재 대상과 연루돼 있다면 피해자는 더 큰 사건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몸값을 지불하지 않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실제 랜섬웨어 대응 회사인 코브웨어의 고객 사례를 통해 2019년 이후 몸값 지불률은 76%에서 41%로 하락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추세는 매우 희망적이다. 지불률 하락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2021년 9월 몸값을 지불할 경우에 대한 제재 위반 가능성을 언급한 미 재무부(OFAC) 주의보다. 제재 위협이 대두되면서 랜섬웨어 공격자에게 몸값을 지불할 경우 겪게 될 법적 위험이 추가됐다.최근 발표한 체이널리시스의 가상 자산 범죄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랜섬웨어 피해액은 4억5680만 달러(약 5633억2576만원)로 2021년 랜섬웨어 피해액인 7억6560만 달러(약 9443억6760만원)에 비해 약 40% 감소했다. 하지만 이 수치는 랜섬웨어 공격자의 가상 자산 주소를 모두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추가로 파악되는 가상 자산 주소가 있다면 피해액은 더 늘어날 수 있다.피해자 몸값 지불 비율 낮아져2022년 랜섬웨어 피해가 줄어든 것은 피해자들의 몸값 지불 거부와 랜섬웨어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사이버 보안 강화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 몇 년간 많은 조직에서는 사이버 보안 조치가 크게 개선됐다. 랜섬웨어 피해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사이버 보험사들은 랜섬웨어 보험 가입 조건으로 엄격한 사이버 보안 및 백업 조치를 준수할 것을 요구한다. 그 덕분에 기업의 사고 비용은 물론 랜섬웨어 피해액 또한 감소하게 됐다.하지만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 하이브가 다른 형태로 재편될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고 다른 랜섬웨어의 위협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기업과 개인 모두 랜섬웨어 공격자와의 싸움에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기업과 개인 모두 랜섬웨어로 인한 위협에 대해 더 예민하게 인식하고 시스템을 업데이트하고 데이터를 백업하는 등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100% 완벽한 랜섬웨어 예방책은 없다. 효과적인 백업 솔루션을 보유한다고 해서 랜섬웨어 공격이 중단되거나 데이터 도난에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피해자에게 더 많은 대안을 제공해 몸값 지불 강요를 피할 수 있다.더 나아가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이러한 악의적 행위자들을 법의 심판대에 세우기 위해 협력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법 집행 기관 간 협력 강화, 정보 및 위협 데이터 공유, 이러한 유형의 공격을 처리하기 위한 국제 프로토콜 구축 등이 더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는 증가하는 랜섬웨어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디지털 세계의 안전과 보안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하이브의 폐쇄는 가상 자산업계뿐만 아니라 사이버 보안, 법 집행 기관, 국가 안보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정부가 랜섬웨어 공격자에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또한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법 집행 기관에 보고함에 따라 사이버 범죄 조직을 방해하는 국제 협력의 이를 방증한다. 앞으로도 랜섬웨어와의 전쟁에서 정부 기관들과의 공조가 이뤄진다면 승리는 물론 랜섬웨어 퇴치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백용기 체이널리시스 한국 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