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그룹이 KB금융그룹에 뺏겼던 ‘리딩뱅크(1등 금융그룹)’ 자리를 3년 만에 되찾았다. 지난해 KB금융이 전년보다 0.1% 늘어난 4조413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데 비해 신한금융은 전년 대비 15.5% 증가한 4조6423억원의 순이익을 내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우리금융그룹도 지난해 사상 최대인 3조1693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5년 연속 최대 이익 경신
신한금융은 지난해 4분기 326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작년 누적 순이익 4조6423억원을 올렸다고 8일 공시했다. 희망퇴직 비용(1450억원)과 보수적인 경기 전망을 반영한 충당금 추가 적립액(1970억원) 탓에 4분기 실적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8.9% 줄었지만, 연간으로는 2018년부터 5년 연속 최대 이익 경신 행진을 이어갔다.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끈 것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이익이다. 신한금융의 지난해 이자이익은 전년보다 17.9%(1조6222억원) 늘어난 10조6757억원에 달했다. 신한금융과 신한은행의 작년 순이자마진(NIM)은 각각 1.96%와 1.63%로 전년 대비 0.15%포인트, 0.22%포인트 높아졌다. 서울 여의도 신한투자증권 사옥 매각이익(세전 4438억원)도 순이익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수수료 이익 등 비이자 이익은 국내 주식시장 침체 탓에 전년 대비 30.4%(1조1065억원) 줄어든 2조5315억원에 그쳤다.
신한금융은 은행 실적에서도 KB금융을 앞섰다. 신한은행의 작년 순이익은 전년보다 22.1%(5506억원) 증가한 3조45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날 실적을 발표한 국민은행(2조9960억원)보다 490억원 많다.
신한금융은 이날 이사회를 열어 2022년도 결산 배당금을 주당 2065원(분기배당 865원 포함)으로 결정하고,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의결했다. 배당성향(순이익 중 배당으로 지급하는 금액)은 전년보다 2.4%포인트 하락한 22.8%다. 이태경 신한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포함한 총주주환원율은 약 33.2%로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낮지 않은 수준”이라고 했다.
우리금융, 분기 배당 도입 검토
우리금융도 이날 작년 순이익이 3조1693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2조5879억원)보다 22.5% 증가한 것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2조6617억원)이 이미 2021년 연간 순이익을 뛰어넘었다. 기준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맞은 증권·보험 계열사가 없는 점도 우리금융에 호재로 작용했다.
이자이익이 전년보다 24.5%(1조7109억원) 늘어난 8조6966억원에 달하면서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금리 인상 효과로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의 작년 NIM은 각각 1.84%와 1.59%로 전년 대비 0.22%포인트 높아졌다. 비이자 이익은 1조1491억원으로 전년보다 15.4%(2092억원) 줄었다. 핵심 계열사인 우리은행의 작년 순이익은 2조9198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22.9% 증가했다. 우리카드(2044억원)와 우리금융캐피탈(1833억원) 우리종합금융(918억원)이 뒤를 이었다.
우리금융은 2022년도 결산 배당금을 주당 1130원(중간배당 150원 포함)으로 결정했다. 배당성향은 26%로 분석됐다. 우리금융은 콘퍼런스콜을 통해 주주환원정책도 내놨다. 보통주자본(CET1) 비율을 12%로 개선하고, 자사주 매입·소각을 포함해 총주주환원율도 30%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KB금융 신한금융처럼 분기 배당을 도입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카카오뱅크가 금리 상승과 대출 확대에 힘입어 지난해 2631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고 8일 발표했다. 전년보다 28.9% 늘어난 역대 최대 실적이다. 카카오뱅크는 조만간 자사주 매입·소각을 비롯한 주주환원책을 내놓겠다고 했다.카카오뱅크의 호실적을 견인한 것은 이자수익이다. 작년 이자수익은 1조2939억원으로 전년보다 64.6% 증가했다. 기준금리 인상과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로 순이자마진(NIM)이 대폭 개선됐다. 4분기 기준 NIM은 2021년 2.13%에서 지난해 2.83%로 급등했다.지난해 출시한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1조원을 넘어서며 여신 성장세를 끌어올렸다. 김석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현재 전체 주담대 시장에서 커버리지 비율이 약 32%인데 이를 올해 두 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카카오뱅크는 이를 위해 빌라·다세대주택 등으로 주담대 대상을 확대하고 분양잔금대출, 보금자리론 등도 출시할 예정이다.영업수익은 전년 대비 50.8% 증가한 1조6058억원, 영업이익은 37.5% 늘어난 3532억원이었다. 자산건전성은 나빠졌다. 연체율은 2021년 4분기 0.22%에서 작년 4분기 0.49%로, 고정이하 여신 비율은 0.22%에서 0.36%로 뛰었다.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롯데쇼핑과 신세계가 지난해 나란히 호실적을 거뒀다. 코로나19 창궐 후 불기 시작한 명품 열풍이 여전한 가운데 일상으로의 복귀가 가속화하면서 패션 부문도 상승세를 탄 영향이다.롯데쇼핑은 지난해 15조4760억원의 매출과 394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8일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0.6%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89.9% 급증했다. 백화점과 마트가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3조232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롯데백화점 매출이 3조원을 넘은 건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 이후 3년 만이다. 롯데마트는 54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흑자전환에 성공했다.2021년 1320억원의 적자를 내는 등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컬처웍스(영화관 사업)도 10억원의 흑자를 냈다. 하이마트는 적자전환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의 요인으로 가전 수요가 줄어든 탓이다.신세계는 지난해 7조8128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6조3164억원) 대비 23.7% 늘었다. 영업이익은 전년(5174억원)보다 24.7% 늘어난 6454억원을 거뒀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다.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2조486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2조1365억원)과 비교해 16.4%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38.5% 불어났다. 식지 않는 명품의 인기가 호실적으로 이어졌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기에 주춤한 패션과 화장품도 회복세를 보이며 힘을 보탰다.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전년(1조4508억원) 대비 7.1% 늘어난 1조5539억원의 매출을 나타냈다. 영업이익은 1153억원을 거둬 전년(920억원)보다 25.3% 증가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연간 영업이익이 1000억원 문턱을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고가의 수입 패션·화장품 브랜드가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DL그룹의 비상장 화학 계열사인 DL케미칼이 지난해 석유화학업계의 ‘실적 쇼크’에도 불구하고 회사 분할 후 최대 실적을 냈다.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DL케미칼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4조5612억원, 영업이익 1742억원을 올렸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84.3%, 44.7% 증가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3월 최종 인수를 완료한 크레이튼의 연결 편입과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석유화학제품 가격 상승 효과로 이익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DL케미칼이 지분 50%를 보유한 핵심 계열사인 여천NCC가 지난해 에틸렌 시황 악화로 사상 최악인 387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음에도 회사 전체 실적이 크게 올랐다는 점이 눈에 띈다.DL케미칼의 주력 제품은 폴리부텐(PB)이다. PB는 윤활유, 건설용 접착 마감재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된다. 세계에서 생산되는 PB는 연 100만t가량이다. DL케미칼은 여수공장에서 연 20만t을 생산한다. 작년 기준 시장 점유율은 세계 1위다. PB는 가격이 폭락한 폴리에틸렌(PE)에 비해 수요가 견조해 가격이 상승했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미국 자회사인 크레이튼은 지난해 매출 2조3770억원, 영업이익 506억원을 올렸다. 인수합병(M&A)에 따른 일회성 비용을 제외한 영업이익은 2923억원에 달한다. DL케미칼은 3조원을 투자해 지난해 3월 크레이튼 인수를 마무리했다. 글로벌 석유 메이저업체인 셸에서 분사한 크레이튼은 스티렌블록코폴리머(SBC)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 바이오케미컬 회사다.DL케미칼이 인수한 합성고무·라텍스 시장 글로벌 1위 기업 카리플렉스도 안정적인 실적을 거두고 있다. 카리플렉스는 크레이튼의 합성수지고무사업부로, DL케미칼이 2020년 3월 6200억원에 인수했다.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